잼아저씨의 유익한 파일럿 코너 -2023년에 만나 기억에 남은 책 (1)
글밥을 조금 먹다 뱉고, 그래픽 밥을 먹으면서 살던 지난 2023년
직업이 바뀌었다고 읽는 성향이 바뀌는 건 아니라서 1달에 적어도 취향 타는 책을 최소 3권 정도 읽곤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책 몇 권을 소개할 심산이다
좋은 건 나누면 좋잖는가
추천하는 책과 멀어지건, 가까워지건 이제 사유를 이끌어내는 독서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최소 조건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무지는 죄가 아니어도 무사유는 죄니까
무슨 죄냐 한다면 부조리를 감내하는 게 아닌 부조리 속을 살아가는 죄 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만 그냥 간결하게 미시적 파시스트가 되는 죄라 하자
이 목록이 이 글에 들어온 모든 이들의 독서의 이정표, 반환점, 혹은 쉼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관광객의 철학 -아즈마 히로키
해당 책은 <약한 연결>,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등으로 국내에 알려졌었던 일본의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아즈마 히로키가 2017년에 출간한 책이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한국에는 2020년, 그러니까 코로나 시대에 당도한 책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관광 문화가 한풀 꺾이던 타이밍에 해당 도서가 던지는 몇 가지 흥미로운 시선은, 도리어 비대면 시대이기에 더욱 도드라지는 인상을 남겼다
비대면, 즉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사이버라는 가상의 세상에 의존하게 된 당시 우리는 초연결사회의 양면성을 볼 수 있었다
얼굴과 실명이 필요한 강의 등에서는 시공간의 초월성을, 익명성 아래 흐르는 커뮤니티사이트 등에서는 극단적인 의견들이 주류화인 양 둔갑한 세태, 격렬한 일상의 매몰 등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우리는 공간을 넘어 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나, 후자의 경우 근대 철학 속에 자리잡아왔던, 타자의 존재성에 회의를 갖게 되는 피곤한 절망을 마주한다
이에 히로키는 해당 책 속 관광객의 철학이라는 개념을 성립시키기 위해 여러 조건을 설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타자론의 한계'다
타자가 한계에 봉착한 세계란 무엇일까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계, 혹은 나는 있으니 소외되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은연중에 긍정하는 세계가 열린 것이
그렇다면 관광객의 철학에서 제시하는 관광이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지만 "우선 "즐기기 위한 여행"이고, "방문지에서 보수를 받는 활동을 하는 것과 무관한" "일상 생활권 밖으로 여행을 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뜻"(28p)한다고 히로키는 설명한다
관광객은 방문한 곳을 산책자처럼 들뜬 마음으로 돌아다니면서 우연히 만난 물건에 매료되고, 어쩌다 만난 사람과 교류한다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갈 필요 없는 장소에서 경험할 필요가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관광이라는 것이다
이에 히로키는 이런 관광의 개념이 타자의 개념을 새로이 정의해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돌입하고, 다시 관광이 활성화되었음에도, 코로나 시대의 모든 게 잊혀지는 게 아닌, 도리어 더 심화된 면모들이 많은 현 상황에서 여러 지점을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추천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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