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마찬가지지만, 센터백 역할 역시 과도기라고 생각함
리베로가 사장된 90년대 초부터 2010년대까지
대략 20년 동안, 축구에 있어 센터백의 역할의 베이스는
크루이프이즘의 100-70-50에 기반을 두었음
축구장을 a, b, c 세 구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을 수비, 중원, 공격이라 하고
각 지역마다 요구하는 기본적인 패스 성공률이 100퍼센트, 70퍼센트, 50퍼센트(패스를 하건 드리블을 하건 자유로운 취사선택)
그리고 공격 지역을 제외한 축구는 최대한 간결하게, 투 터치 이내로 패스를 하는 방식을 요구했고
(이를 더 세분화한 축구는 역시 해당 구역들을 5구역으로 나누며 총 15곳을 설정한 뮌헨 과르디올라라고 할 수 있지, 맨시티에선 아예 25곳으로 나눴고)
이 철학이 현대축구의 근간을 이루면서
공격 혹은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센터백이 드물어지게 됨
그 결과 당시 네스타를 최후의 리베로라는 별명을 갖게 했으니
그러다 2010년대 초중반
모두가 아는 유로 2012 스페인 대 이탈리아 경기가 열림
스페인은 2010년 월드컵 우승에 일조한 가짜 공격수를 사용했고
이탈리아는 리베로 포지션의 선수를 오히려 조금 더 앞에 올린, 포어 리베로를 기용한 거지
(이 포어리베로 역시 갑자기 천둥처럼 등장한 게 아니라, 80년대 당시 트리파토니의 조나 미스타에 기반을 두고 있긴 하지만)
(아울러 이미 이 경기 전에 훔멜스, 피케처럼 공격적인 역할을 시도하는 센터백이 등장하긴 했지만
해당 선수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지, 보편화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약간 거리를 둡시다)
이 경기가 주목을 받으면서, 온더 볼 센터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해
끝판왕은 역시 반다이크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럼에도 현대축구를 이루는 근간인 크루이프이즘을 간과할 순 없다 보니(나쁘다는 건 아님)
여전히 모든 센터백에게 이런 공격적인 플레이를 요구하진 않았음
혹은 해당 플레이를 할 수 있더라도, 다른 요소들 역시 월클 수준의 기량을 요구했고
(보누치는 거의 미드필더급 패스 성공률을 지녔어서 이 점에 있어선 약간 면죄부가 주어짐)
그러던 와중에 피엘의 셰필드 유나이티드(아아 욘스여...), 브라질 리그, 알론소의 레버쿠젠 등에서 재밌는 현상이 발견됨
'어라? 만약 한 곳에 고정적으로 있는 게 아닌 센터백과 주변 선수들이 함께 공을 소유하며 전진하면 어떨까?'
이걸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축구는 역시 셰필드 유나이티드라고 할 수 있겠다
알지? 풀백이 벌려주고 센터백이 크로스 올리는 그거
브라질, 특히 관계주의 축구라고 불리던 지니스의 플루미넨시는
사실 수비 뿐 아니라 전 포지션에 대해 간결함이 아닌, 브라질 특유의 싱가 축구를 표출하려는 시도였지만
수비수에게 개인기로 남을 제끼게 한다는 점에서는 셰필드에서 일어난 현상과 같이 주목할 필요가 있음
레버쿠젠은... 아마 지금까지 나온 축구들을(관계주의 뿐 아니라 펩의 축구까지) 집대성하면 저런 축구가 아닐까 싶음
나보다 더 설명 잘하고 더 잘 챙겨보는 사람들 많으니 그들 글을 참고하면 좋을듯
이런 글과 관련된 한 이탈리아 축구인의 말에 의하면
결국 축구는 다시 리베로를 찾게 될 거라고
제목에 과도기라고 적었는데
그 이유는 2010년대까지의 크루이프이즘 축구와 셰필드~레버쿠젠에서의 축구 두 양상이 혼합되어있어서
그러니까 결론
센터백이 무조건 간결하고 100퍼센트 안전한 패스만 해야한다 라는 명제는
과거까지는 참이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하다
아 남경막국수 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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