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참 웃겨.
호감이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걸어봤다.
헤어졌다고 힘들다고 반 년을 난리쳤는데.
다행히 주제넘게 그냥 뭐하냐 이런 거 절대 아니고,
평소에 연락하던 사람도 아닌데 그러면 안 되고 사실.
쓸모가 있는 정보를 들고 주겠다 연락한 거고
그쪽도 그게 필요한 상황이었어서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냥 감사합니다만 와도 좋을 거 같았는데 훨씬 더.
나름 이쪽으로 나보다 빠삭한 하나뿐인 친구한테 조언도 구해봤고
답장 기다리는 게 1분이 무슨 축구 한 경기 같았고 그랬는데
정작 다 끝나고 보니까 그런 내가 너무 웃겼다. 좋기보다 웃기더라
고작 어제까지 전 연애의 흔적을 중고로 파느라 센치해져놓고,
오늘 와서 답장이 오나 안 오나 전전긍긍하는 나도 웃기고
답장 호의적으로 왔다고 고맙다니까 무슨 전술 바꿨다가 먹힌 축구감독마냥 '이거지' 하는 친구도 웃기고
사람 마음이 다 이렇게 한순간인가? 싶으니 그것도 웃기고
그동안 기억에 고통스러워한 모든 시간이 오늘 오니까 웃겨 미치겠고
나만 이렇게 웃기게 사나
근데 다행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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