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자마자 부모 목소리를 들었다
내 욕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반절 정도 키였던 나를 계속 움츠러들게 했다
같이 인라인을 타러 걷다가 넘어지자 내게 장비를 집어던졌고
학교 소풍을 갔다 물이 부족해 생수 한 병을 사오자 뭐냐고 소리를 질러댔다
파리채 손잡이가 무서워 부들부들 떨어도 체벌을 계속했으며
스물이 넘어 그게 안 먹히자 허리띠를 치켜세워 위협했다
어버이날이라고 편지를 썼더니 선물이 없다고 자식 키우는 보람이 없다고.
아, 나도 자식인 보람이 전혀 없으니 윈윈트레이드인가?
갈 학교가 없어 실의에 빠져 방에 들어가자
망치로 문을 부수고 눈앞에서 휘두른 사람도 그들 중 하나였다
부모는 행동이 크고 어수룩해 멍청하다고, 그래서 이사도 갔다고 했지만
정작 대학에서 들은 소리는 다 좋은데 자신감이 너무 없다는 말이었다
그게 누구 때문일까 그럼
20년 넘게 멀쩡한 사람을 바보○○○ 만들어놓은 자들이
본인들 기준에 안 맞는다고 또 신경을 긁어댄다
뭘 해야 할까
뭘 할 수는 있을까
이쯤 되니 아끼는 사람들한테도,
연인에게도 고3 때 친구에게도 털어놓기가 비참하다
여기밖에 적을 곳이 없다
이상한 걸 암시하는 글이 아니니 내려가지 않길 바란다. 죽고 싶지 않다.
비참하지 않게 살고 싶다. 이제 그럴 때도 됐잖아
잘 살게 돼서 그들에게 이 모든 것을 눈앞에서 털어버리고
더는 억지로 인연이란 말도 상종도 하지 않는 것
그게 목표니 오해하지도 말고 지우지도 말아줬음 한다
그리고 여기 분들한테라도, 내 잘못 아니란 소릴 듣고 싶다
어차피 우린 우리가 누군지 당신이 누군지 서로 모르겠지만
올해 들어 가장 힘든 날이다
만약 다 이렇게 살고 있다면, 내가 잘 모르고 나약한 거라면
그렇다고라도 얘기해주면 좋겠다
내 상식 선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나는 현관 안에서 너무 많이 봤다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