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기로 판단하긴 이르나, 결국 김원식도 심상민과였던게 아닐까 싶다
욘스는 꼭 시험 어렵게 출제하는 호랑이 선생님 같았다
그런 선생님들을 돌이켜 보면
매를 늘 한손에 들고 다녔으며
시험을 내고 시험 결과를 채점한 후,
성적이 낮은 애들은 호되게 혼내거나 그냥 버림
그런 선생에게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시험을 어렵게 내든 쉽게 내든 언제나 당연해야하는 일이고
또한 당연히 시험을 잘 본 아이들 위주로 수업을 진행함
머리는 있지만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혹은 공부하기 싫어서 뺀질거려서
그 외 각종 여러 원인으로 인해 시험 점수가 안나오는 애들은
매일 같이 혼이 나고
어떤 학생은 삐져서, 어떤 학생은 드러워서 못해먹겠다고,
어떤 학생은 기가 죽어 버려서 공부를 하지 않거나 못함
물론 숙제도 늘 잘하고 시험을 늘 잘보는 애들도 당연히 있음
그런 학생들은 호랑이 선생의 교육을 잘 받아서 대학도 잘 가고
그렇게 호랑이 선생을 좋아하는 학생도 많지
그러나 심상민은 아니었던거지
심상민은 본인을 잘 챙겨주고
왜 못하냐, 잘할 수 있다, 이거이거부터 해보자,
길을 차근차근 잡아주는 선생 아래서 결국 터졌음
호랑이 선생의 교육 방식이 틀렸느냐?
아니지, 너무나 한국식으로 효율적인 방식일 뿐
'우리의 지도 방식 하에서 살아남는 학생들 위주로 끌고 가고,
살아남는 학생들 중심으로 성적을 내며,
살아남아서 성적을 낸 학생들로 학교를 빛낸다'
근데 생각해보면 조금은 잔인하리만치 획일적인 방식이긴 해
각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내 방식에 맞춰서 잘 따라오는 애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얘네로 성적을 내고 못 따라오는 애들은 뒷선에 버리듯 두는
그 90년대생들이 겪은 교육 방식 자체가 좀 그래
상민이가 그랬던것처럼 원식이도 결국
멘탈 케어가 필요했던게 아닐까 싶음
경기에 던져놓고
'너 이번 경기에 내가 시킨거 잘하는지 볼거야'
'너 이번 경기에 어떻게 하나 내가 지켜볼거야'
무슨 시험 보듯이 그러면 긴장이 너무 돼서
잘할 수 있는 것도 삐끗하는데
욘스는 그런 스타일이었음
나의 예쁨을 받고 싶으면 성적을 내 오라는 선생님 스타일
우리가 싫어하는 '매장'이 재활공장장 소리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게
성남에서 버림 받은 김상식과 이동국을 살려냈을 때 부터인데
그때 매장이 이동국한테 그랬다고 함
'열경기 동안 못했으면 다음 열다섯경기에서 잘하면 됨'
'니가 못해도 안뺌 니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봐라'
이게 매장이 다 죽었다는 선수를 여럿이나 살린 비법과도 같음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으나
망할땐 가장 빠르게 망할 수 있는 방법
욘스는 그 방법으로 빠르게 성공했으나
내리막이 시작됐을때 그 각도가 빠르게 가팔라지는 것도 막지 못했음
원식이가 두 경기를 잘하는 것을 보니
이런 생각이 또 드네
욘스는 이미 떠나갔지만
난 욘스가 왜 떠나갔어야 했는지를
아직까지 생각하게 된다
욘스가 싫고 미워서가 아니라
이렇게 이별한게 너무 아쉬워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온게 여전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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