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김남춘은 그저 평범한 선수였다.
나는 어제 생일을 맞이해서 아침부터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했어.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즐기던 와중 밀려오는 생일 축하 메세지들을 답하며,
드문드문 핸드폰을 보던 도중 습관처럼 설라를 키게 되었고 비보를 접하게 되었어.
굳어지는 내 얼굴을 보며 여자친구는 괜찮냐며 물어왔고, 핸드폰을 들여다 본 그 친구는 놀라며 내 안색을 살피더라.
내가 굳어진 표정으로 핸드폰만 뒤적이자 걱정된다며 맘은 이해하는데 일단은 그만 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에 어제 하루 인터넷을 닫고 살았다.
늦게서야 집에 돌아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뒤늦은 소식들을 접하면서 밀려오는 감정들에 몇자 끄적이려고 이 글을 쓰고 있어.
나에게 김남춘은 솔직히 그저 그런 참 평범한 선수였어.
믿고 응원했지만 사실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고, 그러다가도 든든하게 뛰어주는 모습에는 환호하다가도 또 팀의 부진에는 아쉽다고 생각한 선수이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또 잘해줄거라 믿으며 응원하고 지나치던 그냥 그런 선수.
박주영이나 고요한 오스마르 처럼 팀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라 생각한적도 없었고 특별하게 애정해주지도 못하던 선수였었는데 사실,
그랬는데
너무 슬프고 너무 속상하다.
모든 소중함은 부존재를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더니 이 말이 이렇게나 절실하게 와닿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슬프고 속상하네..
언제나 지지팀의 스쿼드를 생각할때면 당연하듯이 뒷공간을 지켜줄거라 믿음주며 한 자리에 생각하던 우리의 센터백.
누군가는 분명 팀의 약점이라며 얘기했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당연하게 우리의 선수라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가던 한 선수.
이제서야 느낀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그 선수는
너무나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소홀해왔던 선수였네.
뒤늦게 밀려오는 슬픔과 속상함에 씁쓸한 감정만 남은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눈을 뜬 뒤 맞이할 내일의 경기에서 이 감정이 더 커지고 앞으로도 잊지못할 것 임을 알기에 남은 우리 선수들 우리가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절실하다.
예전에 한번 썼던말인데,
우리가 아니면 누가 우리 선수들에게 힘 주겠냐는 말이 오늘따라 너무 슬프게 생각나.
비난과 조롱은 어느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가벼운 말들이지만
그 가벼움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큰 상처와 아픔이 될 거라는 사실을 잊지말자.
우리가 아니면 누가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애정해줄 수 있겠냐는 이 당연한 말과 마음을 사랑하는 우리 서울팬들이 함께 해주길 바라.
모두들 아픈 날을 보내느라 고생많았어.
아프지만 함께 나누고.. 앞으로도 함께 하자.
너무나도 당연해서 소홀했던 우리의 센터백
너무나도 아프게 알려준 그 소중함과 당신의 아픔을 잊지않을게요.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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