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이태석과의 클래스 차이를 보여준 오스마르의 수비력.GIF (+실점장면 분석)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은 정치인의 스탯. 기록만 봐도 알겠지만 이 선수는 대구FC에서 백업 공격수에 불과함. 2016년에 대구에 입단해서 2017년까지 2군에 있었고, 2018 시즌부터 1군에서 뛰기 시작했음. 리그에서 10경기 이상 출전한 것도 올해가 처음
그래도 이름이 워낙 특이해서 K리그팬들과 한국 선수들은 정치인이라는 선수가 익숙한 편. 하지만 오스마르, 팔로세비치 같은 외국인 선수들은 정치인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게 당연함. 문선민이나 조현우 같은 스타플레이어도 아니고, 이태석이나 백상훈처럼 같은 팀 동료도 아니니까
그렇다면 오늘 경기에서 오스마르와 이태석은 정치인을 어떻게 수비했을까?
(모든 움짤 출처는 펨코의 김소정님)
정치인이 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직후 첫 슈팅 장면. 여기서 오스마르는 지연수비를 펼치다가 정치인에게 왼발 슈팅각을 허용했음. 이 장면은 오늘 경기에서 오스마르가 유일하게 불안했던 장년
아마도 오스마르는 정치인의 플레이스타일을 몰랐을 가능성이 큼. 그렇기에 정치인의 주발인 왼발을 집중적으로 수비하지 않았음. 하지만 머리가 좋은 오스마르는 이 한번의 상황을 겪고 나서 정치인을 막는 법을 제대로 파악해버림
이후 서울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정치인에게 실점 허용. 그리고 후반 10분에 오스마르는 정치인과 다시 1대1 상황을 맞닥뜨림. 하지만 이전 상황과 달리 오스마르는 정치인에게 왼발 슈팅 각도가 아닌 오른발 슈팅각도를 열어줌. 그리고 정치인은 오른발로 슈팅을 날림
언뜻보면 정치인이 오스마르를 1대1에서 이긴 것처럼 보임.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은 대구에게 유효슈팅을 허용하지 않았음. 이는 정치인이 약발인 오른발로 슈팅을 날리는 상황을 오스마르가 유도했기 때문임
오스마르는 전반전 상황을 통해 정치인이 '속도가 빠르고,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왼발로 때리는 슈팅이 위협적인 선수'라고 판단을 내렸음. 그런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오스마르는 안쪽과 바깥쪽 모두를 통제할 수 없었음. 그래서 오스마르는 바깥쪽을 내주는 대신, 정치인이 주발인 왼발을 못쓰도록 안쪽을 확실히 틀어막음. 결국 오스마르의 판단은 적중했고 정치인은 어정쩡한 슈팅으로 기회를 날림.
그리고 위 상황이 지난지 5분도 안 되어서 서울은 정치인에게 다시 위협적인 찬스를 허용. 이 장면에서는 오스마르가 아닌 이태석이 정치인과 1대1 상황을 맞음. 그리고 오스마르는 이태석의 바로 뒤에서 수비커버를 위해 뛰어오고 있었음. 공격에 가담한 대구 선수들이 적다보니 이전 상황보다는 수비가 공격보다 더 유리한 국면
그런데 이태석은 오스마르처럼 한쪽을 버리고 한쪽을 확실하게 막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음. 대신 정치인의 왼발과 오른발을 모두 경계하면서 뒤로 조금씩 물러났음. 덕분에 정치인은 페널티박스 안까지 편하게 진입을 하게됨.
이태석은 나름대로 막판까지 최대한 정치인의 공격을 지연시키려 했음. 그러나 정치인의 왼발 슈팅을 막지 못했고 아찔한 실점위기를 허용함. 이태석이 오스마르처럼 정치인의 왼발을 확실하게 틀어막았다면 양한빈이 슈퍼세이브를 해야하는 위기는 벌어지지 않았음. 아마도 어린 선수다보니 순간적으로 판단미스를 한 듯.
그리고 덧붙여서 이 장면에서는 양한빈의 슈퍼세이브 외에도 오스마르 역시 칭찬을 받아야 마땅함. 정치인이 측면에서 공을 잡았을 때, 오스마르는 고개를 슬쩍 돌리면서 박스 내에 대구 공격수들이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체크했음. 그리고 이태석이 박스 안쪽까지 정치인의 돌파를 허용하자 재빠르게 전진하며 정치인의 슈팅각도를 줄였음.
만약 저 상황에서 아웃포스트로 감아차는 각이 열렸다면 양한빈이 손도 못 쓸 환상적인 골이 나왔을 것임. 그런데 오스마르가 아웃포스트 쪽을 틀어막으니까 정치인은 그 방향으로 슈팅을 할 수 없었음. 그래서 결국 정치인은 양한빈이 막기 쉬운 니어포스트로 슈팅을 때렸고 양한빈은 안정적으로 슈퍼세이브를 해냄. 오스마르와 양한빈의 콤비플레이가 빛을 발했던 훌륭한 수비장면이라 할 수 있음.
P.S
번외로 이 장면은 정치인에게 실점한 상황. 이건 기스마르보다는 윤종규와 양한빈이 아쉬웠던 장면. 윤종규는 치명적인 패스미스로 위기를 자초했고, 양한빈은 수비진을 컨트롤하지 못했음.
원래는 기성용이 에드가를 막고 오스마르가 정치인을 막는 게 정석. 하지만 역습상황이 갑작스레 벌어져서 모든 수비진이 당황했고, 설상가상으로 오스마르는 뒤에 있는 정치인을 볼 수 없었음. 그래서 이 부분은 양한빈이 콜플레이를 통해 위치를 잡아줘야 했음.
하지만 양한빈 역시 볼에 주의를 집중하다가 반대편에서 정치인이 침투하는 걸 신경쓰지 못했음. 결국 기성용과 오스마르는 에드가에게 시선이 쏠리며 정치인을 놓쳤고, 정치인은 오픈찬스에서 편안하게 득점. 물론 윤종규가 어처구니 없는 패스미스만 안 했으면 실점 상황 자체가 안 나왔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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