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우울하네... 내 젊은날의 추억이 모두 부정당한 느낌이다.
FC서울의 탄생과 함께 팬질을 시작했으니 벌써 16년된건가...
내 젊은날을 고스란히 가져다바치면서 상암과 전국의 축구경기장을 따라다녔고
일생에 또 언제있을까 싶어 ACL 결승전을 보기 위해 1박2일 중국행을 택했다.
지면 진다고 울고 이기면 이겼다고 울면서 꾸르바에서 목 터져라 소리쳐댔고
추운 겨울날 통천 만든답시고 강변에서 강바람 맞아가며 페인트질 하고
게이트기 만들고 깃발만들어서 들고 다니며 가열차게 흔들어댔다.
절대 파란 옷은 입지 않았고 삼성제품을 안사기 위해 애를 썼다.
개랑애들한테 패륜송을 쳐들어도
개천애들이 코르테오 하면서 도발하면 그거 상대한다고 뛰어다니고
통천 도난 당했을 땐 어린 객기에 물리적 충돌도 해가면서 내 팀을 지지했다.
그때까지는 나에게 로망이라는게 남아있었다.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는 말을 진리로 받아들였고
'깔 때 까더라도 내 팀은 내가 깐다' 는 생각으로 팀을 지지했다.
히칼도가 떠났을 때도 그래 발이 겁나 느렸지...
아디가 떠났을 때도 그래 이제 나이가 많이 먹었지...
데얀이 떠났을 때도 감히 니가 먼저 그 구단을 찾아가?
라며 위안하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설득시켰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FC서울이라는 내 팀에 로망이나 로맨스는 남아있지 않는 느낌이다.
그냥 그 팀이 거기 계속 있었고 나도 계속 갔으니 그냥 가는 기분이다.
사랑하고 애끓고 그립고 미운 그 어떤 감정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원클럽맨이라고 구단이 빨아제끼는 고요한 이전에 원클럽맨 '한태유'가 소리소문 없이 떠났고
K리그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몰리나가 그냥 떠났고
찰랑거리는 머리를 자랑하던 치우 언니도 어느날인가 떠났다.
고맹 고명진이 떠나는걸... 기라드 성용이가 떠나는 걸 지켜봤고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블루드래고 청용이가 떠나는 걸 봐야했다.
내 젊음을 가져다 바친 결과의 댓가는 갈기갈기 찟긴 마음뿐이다.
내가 FC서울의 역사였고 내가 FC서울이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구단에게 난 1년에 약 50만원 정도 되는 수입원이었을 뿐이다.
축구를 안본다거나 팬고이전 할 마음 따윈 없다.
이 팀이 계속 여기 있을것이고 나도 계속 갈 것이다.
하지만 이제 예전과 같은 로망은 더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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