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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보러 가자!"

서울다이노스 title: 뗑컨서울다이노스 10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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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에게 매일 첫사랑

 나야 입문을 2016년에 해서 응원팀의 예전 상황을 잘 모르지만 상암 초기의 FC서울(이하 서울)은 그렇게 인기가 높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서울은 과거에 대한 논란이 있는 팀이고 당시만 해도 그 논란에 대한 냉소와 위협은 경기장에 지금보다 크게 실존했으며, 상암 첫 해 쯤엔 선수구성이나 성적이 그렇게까지 뛰어난 팀도 아니었다. 압도적으로 잘하는 것도 눈에 확 띄는 스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욕은 바가지로 먹는 팀. 짧게 말하면 입문자 입장에서 딱히 선택할 이유가 안 보이는 팀이 그때의 FC서울이었다고 몇몇 사람들이나 위키백과는 이야기한다. 그랬던 서울이 화제성과 많은 관중을 몰고 다니는 팀으로 변모한 시초에는 이 한 마디가 있다.

"박주영 보러 가자!"

 박주영의 입단으로 많은 사람들은 서울 축구를 보러 가기 시작했다. 박주영의 활약으로 서울은 논란 밖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박주영이 있어 팬덤과 팀의 규모 등 많은 면에서 지금의 서울이 있다. 그래서 박주영은 과장 좀 보태 모든 서울팬의 첫사랑이다. 



우리 함께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그런 박주영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고, 변화를 원했던 서울과 생각이 끝내 맞지 않았다. 서울 팬들과 박주영의 날들은 더는 올 수 없게 되었다. 언제나 당연히 검정-빨강 유니폼을 입을 줄 알았던 선수이기에 재계약도, 은퇴도 아닌 고별 발표는 더없이 생경했다. 입문이 늦은 나인데도 박주영과의 추억은 하나하나 머릿속에 깊이 각인돼 있었다. 마지막 우승, 승강전 잔류, 환상적인 프리킥... 그 모든 것이 포함된 선수로서의 여정을 다른 팀에서 마무리하게 됐다는 건 사실 아직도 실감하기 어렵다.

 어제, 박주영은 울산현대 이적 후 처음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전날에 가족과 대판 싸웠고 다음날에 출근해야 하며 상암에서 왕복 4시간 거리에 집이 있지만, 나는 그 자리에 안 갈 수가 없었다.

"박주영 보러 가자."

십수년 전 사람들을 서울팬으로 만든 이 말이 머릿속에서 끝도 없이 굽이쳤기 때문이었다.



참 쉬운 게 없지, 너의 흔적을 덜어내는 일

 출근 전 유니폼을 가방에 챙겼다. 당연히 박주영의 유니폼이었다. 계속 출전을 못하는 걸로 봐서 이번이 마지막이려나 싶어 10월쯤 샀던 작년 풀패치 홈 유니폼.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이 유니폼을 박주영이 서울에 있던 작년보다 이미 팀을 떠난 올해에 더 많이 입고 있다. 

 누군가가 준 기억을 덜어내는 건 그 자체로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의미가 큰 기억이라면? 멀어지기가 더 힘들다. 박주영은 서울과 떨어졌지만 내가 박주영과 거리를 만드는 건 참 쉽지 않겠구나 생각하며 주인 떠난 유니폼을 챙겨입었다.




기억해, 나를 부르는 널 내가 부르는 널

 반 년이란 시간에 비해 이적과 한 번의 인사 등 많은 것들이 지나갔지만, 서울 팬들과 박주영은 여전히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박주영은 서울을 떠나는 것을 확정짓는 SNS 글에서 이런 표현을 남겼다.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FC서울과 FC서울을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들은 저의 삶에서 영원한 1번이라는 사실입니다. 처음 프로에 입단한 그날부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FC서울은 저에게 있어 영원한 1번입니다."

 평소에 뜨겁기보단 덤덤해 보였던, 그래서 본인조차 같은 글에 "무뚝뚝하고 쑥스럽고 마음을 표현하는 걸 가장 못한다"고 남긴 박주영은 그렇게 떠나는 마당에도 서울 팬들을 불렀다.

 어제의 경기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꽤 많은 사람들이 상대팀의 선수가 된 박주영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단지 작년 이후로 유니폼을 안 사서가 아니었다. 올해 유니폼 디자인 역대급인 거, 그래서 계속 품절사례가 나는 거 서울 팬이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의미가 있기에 옷장에 모셔둔 예전의 유니폼을 꺼내입은 거다. 이심전심이 느껴졌다.

  박주영과 서울 팬들은 그렇게 다시 만나기 전에도 소리 없이 서로를 불렀다.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했던 시간을 꺼내 놓고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짐작하겠지만 나는 박주영이 인사 오는 걸 직접 봐야겠어서 티켓을 끊었다. 응원팀 서울이 좋아서 가는 건 상수지만 위에 이야기한 심적, 육체적 피로와 거리를 다 무시하고 굳이 간 이유는 그거였다. 의외의 선제골과 그래서 더 맥빠지는 2실점으로 경기는 끝났다. 이제 우리를 만들어준 이가 잠깐이나마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일 시간이었다.

 잠시 자신의 후임 박동진에게 격려를 전하던 박주영은 오래도록 찾았던, 그런데도 어쩌면 최근 몇 달간 가장 오고 싶었을지 모를 상암 N석으로 다가왔다. 가까워질 때마다 그가 만들고 우리가 환호한 추억이 하나씩 떠올랐다. 

 2016년, 고3 때 학교에서 자습하는데 휴대전화가 고장나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가 확인한 서울의 우승 소식을 떠올렸다. 이곳 상암 N석에서 직접 봤던 박주영의 골도 떠올렸다. 2018년 승강전 초장거리골과 2019년 대구전 프리킥골이 그것이었다. 1분 남짓의 시간에 그와 내가 함께한 기억을 머리에서 전부 꺼내놓을 수 있었다. 

 오 년 남짓의 시간도 사람을 뭉클하게 하는데, 십몇 년 전 박주영 때문에 서울 축구를 챙겨보기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선수 본인도 같이 인사하러 온 박용우와 윤일록이 떠난 뒤에도 잠시 남아 양 사이드에 인사를 했다. 반대편의 팬들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기억했을 거라 짐작한다.

 그렇게 박주영과 서울 팬들은 잠시나마 예전의 모습이 되어, 서로에게 잘 지냈었냐고 물었다.



 이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좀 전 언급한 박주영의 고별글에는 이런 말도 있다.

"언젠가 FC서울이 어떤 역할이든 저를 필요로 한다면, 꼭 그 부름에 응하겠습니다."

 그래서 꿈꾸게 된다.

 오래 전 그에게 반한 팬들이 가까운 사람들을 끌어들일 때 썼다던 말을 몇 년 후엔 내가 써먹는 걸 꿈꾸게 된다.


 "박주영 보러 가자"고 말이다.



 * 소제목은 경기장에 가면서 들었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 가사들입니다. 과거가 주 테마고 기억을 잊기 어려워하는 가사 속 화자의 모습이 이미 떠난 선수를 못 잊어서 경기장에 가는 저랑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순서대로 첫사랑, 선인장, 나의 밤, 그녀, 새벽녘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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