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강팀이었던 순간

(사진 출처=베스트일레븐)

서울동대문운동장을 홈으로 썼던 1990 시즌의 FC서울. 그 당시 팀 명칭은 럭키금성 황소였다. 1990 시즌에는 FA컵, 리그컵이 없었고 AFC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에는 K리그 팀들이 불참했다. 또한 FA컵의 전신인 전국축구선수권대회는 K리그 팀들의 2군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전락한 상태였다. 그래서 K리그 팀들이 참가한 메이저 대회는 K리그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럭키금성 황소는 1990 K리그에서 압도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든 팀들이 K리그에만 올인했음에도 럭키금성보다 강한 팀은 대한민국에 없었다. 최순호, 구상범 등 주축 선수들이 월드컵으로 인해 대표팀에 연이어 소집되었고 이영진이 시즌 중반에 상무에 입대하는 악재까지 겪었다. 하지만 럭키금성은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천하통일을 달성했다. 

(사진 출처=K리그 데이터포털)

이 때 럭키금성 황소는 30경기에서 14승 11무 5패로 승점 39점을 기록했다. 당시 승리팀에게 승점 2점만을 부여했던 관계로 2위 대우로얄즈와의 승점차는 4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럭키금성은 어린이날에 포항제철을 1-0으로 이긴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쭉 1위를 유지했으며 개막전부터 21라운드까지 21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그래서 2020년에 베스트일레븐의 조남기 기자는 1990 시즌의 럭키금성을 '대적 불가였던 무적 황소'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럭키금성 황소는 1990 K리그에서 어느 팀에게도 상대전적에서 밀리지 않았다. 대우 로얄즈(現 부산아이파크), 유공 코끼리(現 제주 유나이티드), 일화 천마(現 성남FC), 현대 호랑이(現 울산 현대) 등 4개 팀에게 전적에서 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일화 천마에게는 3승 3무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천적으로 굴림했다. 1리그 3위에 그쳤던 포항제철 아톰즈(現 포항 스틸러스)만에 럭키금성과 박빙의 전적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사진 출처=베스트일레븐)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럭키금성 황소는 연말 시상식을 휩쓸었다. 고재욱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MVP, 득점왕, 도움왕, 감투상 등은 주요 개인상은 모두 럭키금성 선수들이 차지했다. 시즌 베스트 11에도 윤상철, 최대식, 최진한, 최영준, 최태진 등 5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또한 차상광 골키퍼는 베스트일레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28경기 23실점 9클린시트로 0점대 방어율을 달성했다. 1988 전국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이었던 조민국도 23경기에서 1골 3도움으로 선전했다. 

(사진출처 = KBS)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보면 1990 시즌의 럭키금성 황소는 그야말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강의 팀이라 할 수 있었다. 1985 시즌의 럭키금성 황소는 K리그에 올인한 모든 팀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대우 로얄즈에게 2무 1패로 열세였다. 2000 시즌의 안양 LG 치타스는 K리그에서 우승했지만 FA컵, 리그컵 등 타 대회에서 우승에 실패했다. 2010 시즌의 FC서울은 K리그와 리그컵을 제패했지만 FA컵에서 8강에 그쳤다. 2012 시즌의 FC서울은 라이벌 수원 삼성에게 열세를 보였으며 FA컵에서도 16강 탈락에 그쳤다. 그리고 2016 시즌의 FC서울은 전북 현대에게 1승 3패로 부진했다. 

물론 1990 시즌은 현재에 비해 전술적인 완성도나 선수들의 개인기량 등이 현재에 비해 뒤떨어졌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럭키금성의 1990 시즌은 FC서울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시기 중 하나였다. 어느 팀에게도 열세에 처하지 않았으며, 모든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한민국 축구의 정점에 우뚝 ​​섰다. 그들은 FC서울 역사상 가장 강한 팀은 아니었으나 가장 완벽했던 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