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타임머신 1985년] ‘태국 펠레’가 한국축구를 직격한 시즌
1985년 럭키금성 황소(현 FC서울) 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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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85 축구대제전 수퍼리그’는 전국 15개 도시에서 총 42일 간에 걸쳐 펼쳐졌다. <베스트 일레븐>의 전신인 <월간 축구> 1985년 5월 호는 ‘85 수퍼리그가 힘찬 박동을 시작했다’라는 짧고 명확한 문장으로 대한민국 세 번째 프로 리그의 출범을 알렸다. 대우 로얄즈와 현대 호랑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했다.
세 번째 프로 시즌은 직전 년도와 명칭은 같았지만 운영 방식은 바뀌었다. 처음 시도됐던 전·후기리그 + 챔피언 결정전 병행 방식이 다시 단일리그로 돌아왔다. 참가 팀 수는 그대로였으나, 면면은 달라졌다. 직전 년도와 비교해 국민은행 까치가 빠지고 그들을 대신해 상무 불사조가 들어왔다. 이로써 아마추어 팀은 상무와 한일은행 두 팀 체제가 유지됐고, 나머지 프로 여섯 팀까지 도합 여덟 팀 체제로 리그를 시작했다. 다만 전체 경기 수는 84경기로 30% 가까이 줄었다.
이 시즌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방송공사(KBS)의 공동 주체로 전개됐다. 시즌에 배정된 84경기를 편의상 1~3차로 나누어 서울 등 15개 주요 도시에서 개최한 점이 특징이다. 이밖에 채점 방식에서도 다소 간 변화가 있었는데, 요컨대 승점제가 바뀌었단 이야기다. 이 말인 즉, 지난 시즌엔 승리 시 승점 3, 득점에 의한 무승부 시 승점 2, 득점 없는 무승부는 승점 1을 배점했으나, 이번 시즌엔 승리 시 승점 2, 득점에 상관없이 무승부는 모두 승점 1로 계산하는 이른바 ‘종합 승점제’를 채택하게 됐다.
경기 수가 크게 줄어든 것도 특징적이다. 팀당 28경기씩 총 112경기가 진행됐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엔 팀당 무려 일곱 경기나 줄어 총 경기 수는 84경기가 됐다. 이처럼 경기 수가 대폭 준 이유는 이 시즌 프로축구선수권대회가 창설됐기 때문이다. 프로 팀들은 자신들이 프로 팀이면서도 아마추어 팀과 함께 섞여 뛰어야 하는 경기 방식에 불만을 느꼈고, 프로선수권은 그에 대한 해소책인 동시에, 수준 높은 대회를 갈망하는 팬들의 바람을 반영한 시행이었다.
럭키금성 기적의 일등공신은 동남아 출신의 골잡이 피아퐁이었다. 태국 국적의 피아퐁은 유공 코끼리의 김용세와 12골로 동률을 이뤘지만, 출전 시간에서 20분 적어 득점왕에 올랐다. 김용세의 열두 골 중 다섯 골이 페널티킥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순도면에서도 피아퐁이 높았다. 그야 말로 태국의 펠레나 다름 없었던 피아퐁은 이뿐 아니라 도움왕(6개)까지 더블을 차지하며 태국 축구의 위상을 수퍼리그 만방에 떨쳤다. <월간 축구> 1985년 10월 호 피아퐁 특집에서 남긴 “골문을 향해 달려드는 피아퐁의 모습은 마치 먹이사냥을 나선 퓨마와 같다”라는 선수평이 인상적이다.
최우수선수로는 럭키금성의 여우 한문배가 선정됐다. 한문배는 “합숙 때문에 가정에 소홀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으나 덕분에 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그동안 열심히 뒷바라지해준 아내에게 이 상을 돌리겠습니다”라는 감격적 소감을 남겼다. 이밖에 전 경기에 출전한 철각으로는 할렐루야의 황정연을 비롯해 대우의 김풍주, 현대의 최강희와 김문경, 포항제철의 전차식, 럭키금성의 강득수와 김현태, 한일은행의 최영회 등 총 여덟 명이 꼽혔다.
베스트 11은 득점왕을 다툰 피아퐁과 김용세를 필두로, 나머지 자리에 강득수가 왔다. 2선에는 할렐루야의 박상인, 포항제철의 이흥실, 럭키금성의 박항서가, 수비 라인에는 왼쪽부터 대우의 장외룡, 한문배, 최강희, 포항제철의 김철수가 위치했고, 골키퍼 포지션에는 김현태가 자리했다. 이흥실은 득점 3위로, 이 시즌이 탄생시킨 최고의 신인이었다.
한편, 지난해 다소 슬럼프에 빠졌던 정해원과 럭키금성의 이상래는 각각 일곱 골을 기록하며 스타덤에 뛰어 올랐다. 그 당시에도 머리숱이 많은 편이 아니었던 박항서는 미드필더임에도 네 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6위를 마크했다. 쉬지 않고 뛰어 다니는 박항서는 그러한 활약에 힘입어 이흥실과 함께 수퍼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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