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이를 왜 센터백으로 기용했는지, 그리고 왜 잘못된 결정이었는지 둘 다 어느 정도 알 것 같음

상민이 파트너로 누가 나설지는 팀 내부에서도 분명 굉장한 고민거리였을 텐데, 김신진을 포함해 동진이나 상희, 현수 혹은 박성훈 정도가 후보 군으로 고려됐을 거라 생각되고, 개인적으로 신진이 포함 저 5명 중 누가 나와도 불안 요소는 분명 있었을 거라고 봄

동진이 수비수 출신인데다 5명 중 실전감각이 가장 올라온 선수라서 유리하지만 사실 요즘 경기 뛰는 모습을 보면 물론 최전방이라 하더라도 여러모로 볼 터치가 안 좋았고, 특히 포항 원정경기에서 역전 후 앞서있는 동안 약간 내려서서 플레이하고 있을 때 센터 서클 부근에서 좀 안 좋은 백패스를 해서 위험한 순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 물론 그게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종합적으로 동진이가 최근 볼을 다루는 측면에서 불안감이 높아 보였고, 안정적으로 패스하면서 빌드업이 중요시 되는 위치에서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리스크가 컸을 거라고 봄

현수는 과거 폼이 좋았던 적이 있지만 최근 계속되는 실수로 경기에 내보내는데 부담이 없진 않았을 거고, 항간에 부상이라는 이야기도 있던 거 같아서 출전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을 거라고 생각해. 상희는 작년 스플릿 시기에 대인방어 측면에서 여러모로 고군분투했지만 그 역시 볼 처리하는 안정감을 높게 가져가지는 못하는 타입이고, 마찬가지로 빌드업에 대한 약점도 존재했기에 여전히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봄

개인적으로는 박성훈 제주전 모습 보면서 안정감을 비롯해서 수비적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이런 시기에 기회를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리그 딱 한 경기만 치른 루키를 가능성 만으로 갑자기 투입하는 것도 굉장한 모험이었을 거라고 생각되고(사실 이 경기 이전에 테스트 겸 실전 감각을 익힐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기회를 받지 못한 부분이 아쉽네)

결과적으로 김신진이 전문 수비수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체격 조건이 불리하지 않고 여러 포지션에서 경기를 치러오는 동안 대체로 무난하게 치러낸 점이 요인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싶음. 박성훈과 마찬가지로 한번 센터백 봤을 때 나쁘지 않게 해냈던 적도 있고

근데 여기서 개인적으로 익버지가 한 가지 간과하신 게 있다면, 신진이가 생각보다 반응 속도가 좋지 않다는 점인 듯

과거에도 몇 차례 글로 적긴 했는데 신진이 분명 체격 조건에 비해 볼 다루는 부분도 괜찮고 여러 역할 소화가능 하다는 능력이 있지만, 경기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든 몸이 반응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거였음. 이게 얘가 안일하게 플레이 한다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기본 신체 조건 상 그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

근데 올해 치러 온 인천전 다들 봐서 알겠지만 걔네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라인이나 활동량 모두 높여가면서 우리 전방압박해오는 게 주특기였잖아. 단순히 최전방만 혼자 압박 하는 게 아니라 김도혁, 이명주 등 필두로 2선까지 강하게 압박 참여 하면서 우리가 뒤에서 볼 돌리는 장면을 많이 만들게 했지. 이 과정에서 압박 들어올 때 신진이의 느린 반응 속도가 결국 안좋은 결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어. 대표적인 예가 2번째 실점이었다고 봤고

그동안 중앙미드필더나 공격수로 나올 때는 반응이 좀 느려 볼을 뺐겨도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는 위치여서 체감이 어려웠을텐데, 이번에는 본인이 뚫리면 바로 실점의 빌미가 되는 위치여서 더 크게 부각된 거 같더라. 감독님이 이 부분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 안하신건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인천이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나올 거라는 건 예상할 수 있던 부분이고, 게다가 갑자기 바뀐 중앙 수비수가 있다면 그 선수가 가장 주요 압박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르시진 않았을텐데, 그럼에도 순간적인 속도에 약점이 있는 신진이를 선택하신 게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 같네. 일류 후반에 투입할 계획 때문에 공격수 박동진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면 차라리 상민이 위치를 조절해서 빌드업을 맡기고 상희를 경합이나 마크위주로 붙이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결과적으로 신진이 능력을 믿으신 거겠지만 그가 갖고 있는 약점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단 걸 생각 못하신 건 아닌가 싶음

그리고 김신진도 결국 아직 신인에 불과한 선수인데 아무리 대학무대에서 오랜시간 지켜봐왔다 해도 프로에서 불과 1년도 안된 선수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멀티로 뛴다는 것도 상당히 모험인거 같고. 경기 막판에 영욱이 빼고 신진이 올리면서 상희 투입한 것도 생각해보면 그런 맥락을 뒤늦게 파악하신 거 아닌가 싶고.. 유독 어제 인천 중원이나 수비가 생각보다 체력적으로도 안떨어지고 후반에도 계속 많이 뛰는 것 같던데, 그렇다면 굳이 빌드업만 선호할게 아니라 부진했던 영욱이 빨리 뺴주고 애초에 신진이 올려서 일류랑 투톱으로 높이 경쟁하도록 한 뒤 상희 투입해서 공수 모두 대비했다면 좀 더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든다. 결과적으로 익버지가 신진이를 쓰려고 했던 측면은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그 판단이 여러모로 아쉬웠던 것 같네..

다음경기는 슈퍼매치인데, 수원 기존에도 전방압박 즐겨해왔지만 최근에 공격수들 자신감 붙으면서 더 강하게 프레싱해오는 것 같더라. 어쩌면 인천전보다 수비에서 위험요소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을텐데, 이번에는 정말 잘 준비해서 적어도 수비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은 안나오기를 바람. 한범이 공백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하지만 다른 선수들 잘 활용한다면 오스형 복귀까지 아예 이겨내지 못할 공백은 아니라고 봄. 결국 모두의 판단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