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직관기] 2018시즌 31라운드 상주전 Ⅲ (09.30.)

1. 대충 때는 서울의 암흑기

2018시즌. 때는 바야흐로 황새강점기.

2017시즌부터 추락의 조짐을 보였던 황새호 FC서울은 아니나 다를까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 정도로 무기력한 구단의 모습은 처음인지라 분노, 슬픔, 당혹감 등을 느꼈던 나는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 직관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

황새는 결국 4월 말에 감독직을 사임하였고, 구단에서는 잔여 시즌을 을용타 감독대행 체제로 간다고 발표했다.

을용타가 우리 구단의 선수 출신이기도 했고, 감독대행으로 선임한다는 말에 'Hoxy...이거 욘스의 길을 밟는 것 아니냐?'는 생각과 함께

'아무리 못해도 설마 황새보다 못하겠어?'라는 생각에 살짝 설렜지만, 여전히 서울 축구가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의심이 강해 더 지켜보기로 했다.

2. 을용타호에 대한 소회

초반의 을용타호는 솔직히 무난한 느낌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거의 3경기당 1번꼴로 승리하여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슈퍼매치만큼은 꼬박꼬박 승삼이를 챙기는 모습에 흥분해서 그만 을용타호가 황새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문제를 제 때 인식하지 못했다.

(아, 물론 우리가 잘하든 못하든 개랑이 때리기만 하면 승삼이를 갖다 바치는 호구친구란 것을 인지한 것은 좀 더 훗날의 이야기다)

을용타호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황새호와 마찬가지로 선수단 장악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황새호와 마찬가지로 친프런트적 자세로 주멘과 묘하게 거리를 두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을용타호는 8월 15일 슈퍼매치 승리를 마지막으로 이 직관경기가 열리기 전까지의 7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다.

3. 욘스 테크트리는 아무나 타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을용타에게서 '제2의 욘스'를 내심 기대했던 나는 결국 9월 30일 상주전을 직관하기로 결심했다.

오랜만에 찾은 상암벌이 너무나 반가워서 본능적으로(?) 미친듯이 좋아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아래는 N석에서 찍은 사진. 날씨가 축구보기 적당한 날씨였다.

4. 미안하다 이거 말하려고 직관기 썼다

결과적으로 이 날 서울은 상주를 상대로 2-2로 비겼다.

후반 37분에 김동우 선수가 골을 넣고 균형을 깨뜨리면서 '드디어 이기나?' 싶었는데 1분만에 동점골을 먹혀서 결국 비겼다.

그리고 이 날 을용타호의 수명이 거의 다 됐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실제로 을용타는 다음 경기인 전남 원정에서 패한 뒤에 사임했다)

그런데 내가 아직까지 이 경기를 기억하는 것은 을용타호의 끝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라 희라노가 골 넣는 것을 유일하게 목격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놀랐다. 희라노,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였구나... (심지어 꽤나 멋진 헤더골이었다)

https://youtu.be/hw0hKEHpHWY (영상 1분 20초경)

5. 금메달 참 영롱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직관 왔는데 결국 이기지 못해 섭섭한 마음이 남았다.

마침 그 해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U-23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여 풋볼 팬타지움에 금메달을 전시하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 구단 선수로는 먹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풋볼 팬타지움에 대해 듣기만 했지 가본 적은 없어서 이 날 처음으로 방문했다.

아래는 풋볼 팬타지움에 전시된 금메달을 찍은 사진. 참고로 풋볼 팬타지움은 경기 있는 날 한 번 정도는 들릴 만한 곳 같다.

(이 날 본 금메달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2019시즌에 서울라이트에서 먹수를 "Golden Boy"라는 별명으로 계속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