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데려온 해명 없는 알고리즘
나를 데려온 해명 없는 알고리즘1
어떤 생각은 식은땀을 흘리게 만듭니다
으슬으슬 떨리는 어깨를 진정시키려고 부엌으로 가 찬장을 열어 유자청을 꺼냈습니다
그것은 겨울이 지나고 잊었던 일
컵에 든 걸 엎지르는 일은 어릴 적에 칠칠치 못한 탓이라 배웠지만
자세를 고치다 책상을 건드려 컵이 넘어지고야 마는 일은 요즘도 일어납니다
펜을 돌리다 떨어트리는 결과보다
침대에서 땀범벅인 채 눈을 뜨는 시작보다 뜸해도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닙니다
잊었던 일이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닙니다
잊었던 일들은 한 번에 떠오르기도 하고
이를테면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개를 길렀고 그동안 먹이를 주고 머리를 쓰다듬고 산책을 나갔던 일이나
여름에 속초로 며칠간 여행을 갔다온 뒤에도 사육통 안 장수풍뎅이가 넣어둔 수박을 전부 먹고 살아있던 일
이 모든 게 정말 있었던 일
두서없이 밤에 떠오르는 일
차를 마시면서 작은 창을 열면 공사 중인 옆집이 눈에 들어오는 일
지난겨울에 보기 힘들던 눈이 내리는 걸 우연히 볼 수 있던 일
우연하게 내리는 것과
우연하게 떠오르는 게 참 많다고
지난겨울에 생각했습니다
그 날은 쉽게 잠들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눈을 뜨니 아침이었습니다
그것은 겨울이 지나고 있었던 일
옷을 갈아입으면서
기온 때문에 벌써 여름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1. 2019년 유튜브에서 유행했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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