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를 곁들인 직관 후기
지지난주 대구에서의 3대0 참사, 그리고 뒤이어 상암에서의 연이은 3대2 패배로 인해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져가고 팬들의 인내심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음.
뭘 해야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사람이 절박해지면 종교에 귀의하게 된다고 갑자기 108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더라. 선수들의 힘듦을 조금이나마 함께 체감해보고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는 108배만한 게 안떠올랐거든.
그렇게 저녁 7시 경기를 보러 아침 7시부터 일어나 대구 동화사로 향했지. 동화사 도착한 뒤에는 한 30분정도 어디서 기도를 드려야하나 절 이곳저곳을 배회했음. 할머니 할아버지 손 잡고 절에 다녀본 적은 있어도, 직접 기도드리러 가는건 처음이라서 대웅전 안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더라고ㅋㅋㅋㅋ
더군다나 대웅전 안에는 이미 각자의 방식대로 소원을 빌고계신 몇몇 분들이 계시기도 해서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ㅇㅇ
용기내서 대웅전 들어간 뒤에 대웅전 한쪽에 방석을 가져다놓고는 곧바로 108배를 시작했지.
말로는 힘들다 힘들다 소리를 들어왔던 미션(?)이었기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려고 페이스 조절을 해가면서 절 속도를 유지하려했음. 근데 이게 말이 쉽지, 하체근육이랑 코어근육이 휴식시간도 없이 계속 작동하다보니 한 80개정도 되는 시점에서 근육에 무리가 오기 시작하더라.
그래도 90분 내내 경기뛰는 선수들이 이거보다 배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리고 나를 비롯한 팬들의 간절함을 대신 전해야겠다 다짐하면서 악으로 깡으로 108개를 다 채우고 일어섰지.
절에서 나온 뒤 점심먹으러 서문시장으로 향하는 동안에는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느낌이었음ㅋㅋㅋㅋㅋㅋ 무릎이 무리해서 그런가 자꾸 다리를 굽혔다 펴는게 삐그덕거리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8배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는걸 그제서야 느꼈다고나 할까...
그리고 시간은 지나 경기가 시작하고, 고재현의 선제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될 때 비로소 내 기도가 헛되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음. 그리고 몇차례의 위기들을 넘긴 뒤 나상호의 극장골까지. 몇차례의 기적같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더라.
물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고, 골을 만들어줘서 만들어낸 승리이지만, 내게 있어 오늘 승리는 그것보다 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게 되더라고.
오늘 집에서, 대구에서, 혹은 다른 장소에서 가슴졸이며 경기 지켜보고 응원한 북붕이들 모두 수고 많았어!! 일요일날 수원에서 보자!!!!
(지금까지 편집한 사진들!! 자고일어나서 마저 보정해줄게!!)
+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액자까지 전달 성공함. 기캡, 진야, 오스 포스터 세개 모두 오스마르한테 짬처리(?) 시켜줬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오스마르 실착 유니폼을 답례로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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