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리고 쓰는 어제의 직관 후기
나에게 있어 일요일은 무조건 쉬는 날이다.
아무리 중요한 약속도 일요일에는 만들지 않으며,
외식을 하러가는 것도 손에 꼽을 일이다.
그런 나도 홈 또는 수도권 원정 경기
그래 어쩌다 지방도 서울 경기라면
힘든 몸을 일으켜 선수들을 응원하러 갔다.
주중 너무 힘이 들었던건가.
토요일날까지 무리하여
일요일은 너무도 쉬고 싶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팀 잔류가 확정되는 그 순간
그래 그 순간을 위해 달려온 것은 아니나,
그래도 선수단의 노고에
기꺼이 박수쳐주러 다시 상암으로 길을 떠난다.
1시간 일찍 도착한 나는 요기를 할 것인지
혹은 미리 입장할 것인지 고민되었지만,
그래도 가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려
N석 게이트 앞에서 서성인다.
혹시 K리그 패스 남았나요?
알바생에게 질문을 했지만,
역시나 오늘도 알바생은
네? 라며 마치 물어보지 않아야 할 것을
질문했다는 표정이다.
아...무슨 말씀 하시는지는 모르겠는데
지하철역 입구쪽에 팬파크 가보시겠어요?
그래,
37라운드까지 겪어보고도...
내가 이 어린양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전문성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지식조차 물어본 내가 바보지.
떠들면서 검표만 할거면 이런 애들 좀 쓰지말자.
경기는 결과부터 말하자면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성남은 리드를 잡자마자 하나둘씩 쓰러진다.
이번에는 들것에 실려나가는데
골라인으로 빠지려는 아이들을 밀치고
성남의 팀닥터는 사이드라인으로 빠지려한다.
이 얼마나 추한 행동인가.
아님 원팀을 위한 작전일지도.
김영광은 오늘도 눕는다.
그렇게 부르짖었던
열정과 페어플레이란 이런 것인가.
김영광이 늘 대단한 선수라 칭송받을 때
가감없이 얘기한다.
불혹이 넘은 지금까지의
영업 비밀인지는 모르겠으나,
페어플레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선수라고.
경기는 끝났다.
오늘도 서울은 최하위 강등이
확정된 성남에게 졌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별은 빛나고 축포는 터진다.
경기장은 각기 다른 감정선을 갖는다.
버스를 막으러 간다며 신나게 달려가는 팬들,
슬픔에 젖은 팬들,
싸인을 해달라며
유니폼과 선물을 던지는 또다른 팬들.
그리고 혈압이 너무 올라 90분 내내
서 있다가 주저 앉은 나같은 팬들.
분하다 못해 잔디를 발로 차는 선수.
아무생각 없는 선수.
그리고 팬들이 던진 선물을 주워가는 선수까지...
과거를 잠시 꺼내보자면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안양에 가며 서울을 응원해 온 팬이다.
그리고 2004년 이후에도 서울을 지켰고
잠시 권태기가 있었으나
2017년부터 지금까지 쭉 서울의 뒤에 있었다.
찰나의 순간
서울을 내 기억속에서
도려냈던 그 순간이 생각났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직은 그 순간이 오지 않았나보다.
수원에 갈 계획과 일정을 정리하는 나를 보며.
어제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서울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눈시울이 붉어진 나까지 부정했을테니까.
각설하고
나는 이번주 토요일 세시에도
그 누구보다 서울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이 마음이 닿는다면,
아니 내 마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도...제발...
나같은 팬 따위 하나 생각하지 않더라도...
너희들의 성공을 위해서라도...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이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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