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관후기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그를 보내며 하고 싶은 말
오늘, 17년을 키운 반려견이 내 곁을 떠났을 때, 그리고 약 5년 전 군대에서 어머니가 위암에 걸려 오늘 수술한다는 얘기를 말전출 당일에 들었을 때 이후로 이만큼 크게 누군가 앞에서 목놓아 울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
처음엔 내가 왜 울음이 나는지 스스로도 몰랐고 감정이 너무 요동쳐서 힘들더라고. 경기장을 나오면서 '3번 중에 한 번만 이겼어도... 너무 야속하다'고 또 한 번 쏟아내고 나서도 도무지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어로 정리하기 힘들더라. 단순히 '경기를 져서, 우승을 하지 못해서'에 기인한 슬픔은 아니었어.
근데 집으로 돌아오는 원정버스 안에서 서울로 들어서고 한강이 보이면서 혼자 지그시 한번더 올라온 감정을 누르며 눈가를 닦아내고나서야 생각이 정리됐는데 내 눈물의 원인은 자기혐오와 죄책감 그리고 고마움이었어.
2020, 2021, 2022년 오늘까지 3년 동안 이 10월의 끝자락에서 나는 '김남춘 선수를 위해'라는 말을 너무 쉽게 그리고 그를 기린다는 마음으로 나의 욕심을 선수단에게 너무나 무책임하게 투영하고 있었던 것 같아 눈물이 터진 것 같아. 그게 참 죄책감이 들더라. 선수단도 누구보다 힘들고 정말 누구보다 오늘의 상대들을 이기고 싶었을 텐데...
난 그 사실을 알면서도. 10월. 공기가 차가워질 무렵이면 사소한 이유 하나하나를 다 나열하며 오늘만큼은 '김남춘 선수를 위해'라는 이유로 귀결한 그 무거운 책임감을 이기지 못한 선수들에게 전하고 오늘의 패배에 대해 그들을 탓하며 그 누구보다 힘들었을 선수단에게 너무나 무거운 책무를 요구한 건 아닐까라는 죄책감이 들더라고. 우린 같이 위로받아야 할 사람인데도 말이야. 이 말로 표현 못 할 죄책감을 단지 나는 관중석, 그들은 경기장에서 뛴다는 이유로 당연하다는 듯이 짊어지게 한 나의 모습에 대한 자기혐오와 죄책감. 그게 나를 무겁게 짓누르더라고.
이제 김남춘 선수와 서울의 계약기간은 끝났고. 우리는 이제 그를 놓아줘야 한다는 사실과 그 기간동안 우리가 이 서울이란 가치를 사랑하게 해준 그에게 우리 스스로 정한 보상이라고 책정한 값을 또 스스로 지불하지 못한 까닭으로 남아있는 자들끼리 위로 대신에 날카롭게 서로를 탓하며 부여한 책무로 얼룩진 그 3년간의 시간이 너무나 아프지만... 정말 시리도록 아프지만.
우리는 실패했음에도 그를 멋지게 보내줘야겠지. 그래서 나는 오늘 역설적이게도 오늘 우리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느껴. 우리는 이걸 소리내 말하지 않아도 그래야한다는 사실을 다함께 자연스레 깨닳은 것 같았거든. 이런 우리만의 이야기와 우리만의 유대와 우리가 우리일 수 있던 날들의 낱장을 넘기며, 이 구단을 그리고 이 구단을 구성한 모두를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지난 3년간 알게 해준 고 김남춘 선수에게 다시 한번 미안함대신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을 담아 감사함을 전해본다.
이제 '당신을 위하여'라는 말로 모두를 힘들게 하지 않을게요. 다만, '당신 덕분에 행복했어요'라는 말을 전합니다.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영원한 서울의 봄. No.4 김남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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