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주주총회 갔던 썰
2015년에 갔던거라 인증꺼리가 안남았다. 양해해라.
그 당시 보닌은 현장직을 마치고 사무직에 들어온지 얼마안된 신입 + 주린이었음.
GS 종목분석해보니 GS스포츠의 모기업이네? 칼텍스 모기업이네? 근데 주가 많이 떨어졌네? 하며 제법 많이 줍줍하고 존버하고 있던 중이었음.
그러고 잊고 있을때쯤 주주총회 초청장이 오더라.
당시 사회인 꼬꼬마 시절이기도 했고, 주총장 분위기가 막 영국 사교클럽 같은 걸 상상하며 참석하기로 결정함 ㅋㅋㅋㅋ
초청장 말미엔 '원활한 총회를 위해 질의응답은 맨 마지막에만 가능하며 질문지는 사전에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써있었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의도가 뻔해 보이지만 당시 내 머리속은 꽃밭이었거든 ㅋㅋ 와 친절하다 생각하고 최대한 기품있게 'FC서울 잘하고 있으니 지원금 늘려주는 거 가능?' 으로 질문지 작성함. 설사 나한테 순서가 안돌아온다 해도 '시간관계상 답변하지 못한 질문은 추후 이메일로 답신주겠다' 라고 했으니, 메일 한줄이라도 받을 생각으로 준비한거지.
그러고 주주총회 당일. 나는 무려 연차까지 쓰고 역삼 GS 본사로 갔다. 역삼역 앞에 있는 GS타워의 위엄쩌는 광경에 주주총회 참석장이라는 안내판 봤을때까진 좋았었다.
대기줄 설때부터 뭔가 잘못왔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들기 시작했다. 당시 GS 주가는 원유하락 + 건설경기침체로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중이었고 이른바 계열사나 지배구조 이슈도 있었다. 나같은 소액주주들은 죄다 눈에 쌍심지 켜고 있었고 간간히 고성도 오갔다. 영화에서 보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생각했는데 현실은 개막장 강원랜드. 딱 그 느낌이었다.
주총 자체는 대략 40분가량 걸린거 같다. 진행자가 랩하듯이 뭐라뭐라 하고 땅땅땅 -> 이의있소 -> 질의응답은 이후 정해진 시간에만 받습니다 의 무한루틴. 한가지 확실한 건 유튜브에 올라온 주총영상? 그건 매우 순한 맛이라는 거다. 이날 내가 본 주총 유튜브에 올라왔으면 노딱먹고 삭제됐을꺼임.
끝나고 질의응답때 손들라고 하는데 다들 진짜 분노에 차서 자기한테 발언권 달라고 손들더라. 쫄리긴 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손들었지. 두번째 질문때 사회자가 나 지목하더라.
(옆옆자리 아저씨가 너무 우렁차게 고함지르며 손들길래 쫄아서 0.5초쯤 늦게 손들었는데, 그 사이 사회자가 나한테 이미 시선 돌렸던게 유머 ㅋ)
답변은 모기업 중요이슈와 동떨어진 질문 치고는 과도하게 친절할 정도였다. 'GS그룹은 홍보 뿐 아닌 사회기여를 위해 GS스포츠를 포함한 계열사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라는 내용을 굉장히 세련되게 이야기했음. 맞춤답변을 준비한 걸 읽는 정도였겠지만 ㅋ
문제는 여기서 시작됨. 내 질문을 끝으로 '이상으로 주주총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땅땅땅' 하고 끝냄. ㅋㅋㅋㅋㅋ
당연히 주총장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 막 뛰어올라가려하는데 잽싸게 용역으로 인의장막 치고 관계자들 다 빠져나감 ㅋㅋㅋ 나도 그냥 잽싸게 빠져나가야 했는데 멍 하니 구경하다 옆에서 너 어용이지? 하며 내 어깨 잡더라. 그때 갈곳잃은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죄다 나로 일점사 타겟되니 진짜 오줌지릴뻔 했음. 안양 원정석에 우리 유니폼 입고가서 '흡패 ○○○○○○들아 평생 2부에서 기어다녀라!' 라고 외쳐도 그정도 분노게이지는 안나올꺼임.
그나마 내가 체격이 있는 편이라 몸싸움 안밀리고 버텼고, IR 담당자들이 빼내줘서 간신히 빤쓰런함. 옷 뜯어지고 몸도 마음도 너덜거리는게 안돼보였는지 거마비 하라고 5만원 주더라 ㅋㅋㅋㅋ
끝.
추천인 141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