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키로 다이어트 한 썰 풉니다 (장문&혐짤 有)

시즌 끝나고 설라에 한번쯤은 풀고싶었던 썰이었는데, 오늘 유난히 잠도 안오겠다 마침 그저께 인바디 최고기록 세웠겠다 싶어서 글 끄적여봄ㅇㅇ

결론부터 말하자면 105키로에서 70키로까지 35kg 감량함.

6살때부터 4학년 정도까지의 나는 운동에 미쳐서 하루종일 뛰어다니곤 했음. 06시즌 처음 창설되었던 fos(당시 리틀FC서울) 1기 회원이기도 했었고, 당시에 프로반하고 같이 전지훈련 가서 운동하고 그랬을정도니깐 말이지ㅋㅋㅋㅋ

근데 키가 잘 안커서+학업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점부터 절대적 운동시간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음. 운동에 싫증이 난건 아니었지만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에 학원에 가게 되고, 운동과 병행해서 소화했던 식단이 운동량 제로 상태에서 먹는 식단으로 바뀌다보니 자연스럽게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하더라고.

설상가상으로 이 시기에 먹성까지 폭발하면서, 혼자 홈플러스 피자(그 푸드코트 한쪽에 파는 디따 큰 그거ㅇㅇ) 두판 반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경악스러운 먹부림을 부리고 다녔지... 이 먹성이 중학교때 어느정도 줄어들긴 했지만, 그때마저도 간식으로 1955버거 세트를 먹는다던가, 독서실에서 집 가기 전에 스트링치즈 잔뜩 얹은 불닭볶음면에 핫바 하나를 시원하게 조지고 간다던가하는 만행을 계속해서 저질렀음ㅋㅋㅋㅋ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난 뒤로는 먹성은 어느정도 줄어들었지만, 운동부족과 이미 늘어난 체지방, 그로 인해 개판 5분전인 기초대사량은 이미 내 몸을 물만 마셔도 살찌는 몸으로 바꿔놓았지ㅇㅇ 운동장 한바퀴를 컨디션 좋은 날 헐떡거리면서 겨우 돌았을 정도이니 얼마나 내 몸상태가 심각했는지 짐작 가능할듯?

(혐짤주의)

수능 친 뒤 일본가서 찍은 사진 가운데 하나임ㅇㅇ

저 아챔니폼 사이즈는 115고, 보닌 키는 173임ㅋㅋㅋㅋㅋ

(이 남자, 힙라인이 대단하다)

아니 근데 그래서 왜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었냐?

첫째, 여행다니는데 내 몸이 너무 힘들더라.

평소에 맨날 싸돌아다니는걸 좋아하는 내 성격상 대학교 들어간 뒤에는 거의 매주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마다 세자리수 몸무게 끌고다니느라 내 몸과 주변인들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에 내 자신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음ㅇㅇ

사실 나만 어느정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또 몰랐겠는데, 가령 나랑 같이 등산을 가거나, 열차/기차 시간이 늦어 뛰어가야하는 경우에는 내 몸과 체력 때문에 나랑 여행을 같이 가는 사람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더라고...

둘째, 애니메이션 남자캐릭터/에푸씨 선수들 몸에 대한 선망.

심히 씹덕스럽고 의아한 이유일 수는 있겠지만, 사실 내 다이어트가 성공적으로 진행중인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음.

고등학생때부터 귀멸의칼날이나 히로아카같은 소년만화를 즐겨보는 씹덕이 되어버렸는데, 거기 나오는 남자 캐릭터들 신체 비율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음....ㅋㅋㅋㅋㅋㅋ 운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든 생각은 '저 캐릭터 같은 겉모습을 가지고싶다'였고, 이게 생각보다 다이어트 정체기가 올때마다 다시 맘을 다잡을 수 있는 요인이 되더라고.

거기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지난해부터 우리 선수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2D 데이터쪼가리를 넘어 선수들의 몸을 보면서 동일한 동기부여를 추가로 얻기 시작함. 아마 유산소에 조금 집착하는, 그리고 상체보단 하체운동에 더 힘을 쏟는 내 운동 습관도 선수들의 운동 루틴과 신체구조에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듦ㅋㅋㅋㅋㅋㅋ

셋째, 유니클로 매장에서 쇼핑을 해보고 싶었음.

이것도 무슨 소리냐 생각하는 북붕이들이 있을텐데, 대부분의 국내 유니클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Xl사이즈(105사이즈)까지의 의류만을 취급함. 이말은 즉, 105사이즈 이상의 옷을 입어야했던 나는 유니클로 매장에서 쇼핑을 해본 적이 없었단거지ㅋㅋㅋㅋㅋㅋㅋ

유니클로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옷을 직접 입어보고, 핏이 살아있는 옷을 사보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간절하고 절실했음.

그래서 어떻게 살을 뺐나?

1단계(105kg~90 초반) - 100% 식이요법

솔직히 이단계에서 다이어트를 하려 하는 사람들한테는 해주고싶은 말이 하나밖에 없음. "2~3인분 먹을거 1인분만 먹으면 빠진다".

사실 식이요법이랄것도 별게 없었던게, 과자나 음료수같은 군것질 간식류를 싹 끊고 샐러드를 곁들인 일반식을 먹었던게 다임. 뭐 1일 1식이다, 식단 다이어트다 그런거 1도 없이 "1인분 먹기"랑 "간식 끊기"두개만으로 6개월정도동안 15키로 감량에 성공함. 아 근데 주말마다 놀러다니느라 어느정도 이상의 활동량을 소모했었다는 건 고려해야할 듯ㅇㅇ

2단계(90 초반~80 초반) - 첫 헬스장 등록&PT

식이요법으로 빠지는 몸무게 속도가 어느정도 둔화되고, 운동을 겸행해도 내 무릎이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체중에 도달한 시점부터 집 앞 5분거리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함.

헬스장에 1도 가본 적 없는 헬린이라 PT 이용권을 함께 끊어서 반년정도동안은 운동 습관과 기구 사용법, 유산소/근력운동 비율 등 여러가지를 배우며 운동을 시작했음.

사실 첫 10키로 감량 속도보다 현저히 살 빠지는 속도가 줄어서 이 시기에는 자주 요요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었는데, 본인같은경우에는 PT를 받으면서, 그리고 헬스장에 오고가며 헬스장 트레이너 쌤들이랑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어느순간부터는 헬스장에 수다떨러 가자는 마음으로 운동하러 가기 시작했음ㅇㅇ

같이 헬스장에 다니는 친구가 있거나, 말동무를 해줄 대상을 찾는 것 등등 내가 에푸씨 경기를 빠짐없이 가는것처럼 헬스장에도 정을 붙이고 계속 다닐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3단계(80초반~70대 돌입)

이렇게 탄탄대로처럼 운동을 계속 진행하던 내게 찾아온 가장 큰 시련이 이때인데, 어떻게 해도 앞자리가 8에서 7로 바뀌지 않아 마음고생이 너무나도 심했던 시기였음...

당시에 앞자리를 갈아버리는거에 너무 심취하고 있던 나머지 체수분을 줄여보거나 단식을 하며 몸무게 숫자를 줄여보려는 어리석은 짓을 감행하곤 했었음. 그러고는 이 짓이 "다이어트"가 아닌 "수척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렸고ㅇㅇ

사실 이 정체기를 돌파해내는 방법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명확했었음. 운동량을 이전보다 늘려나가고, 식단 조절을 이전보다 조금 더 신경써가며 하면 되는 일이었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수치로 보이는 내 몸(특히 몸무게)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거울로 보이는 내 몸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자는 다짐이 나로 하여금 "건강한 다이어트"를 재개하게 만들었고 말이지.

1키로미터 런닝과 3키로미터 사이클을 소화하던 유산소 루틴을 1.5키로미터 런닝과 4키로미터 사이클, 나아가 2키로미터 런닝과 5키로미터 사이클로 변화시키고, 40분의 근력운동 시간을 60분, 나아가 90분으로 늘리면서 전체적인 운동량을 크게 늘린 결과 올 시즌이 시작할 무렵 앞자리 7을 찍을 수 있었음ㅎㅎ

4단계 (현재진행형~)

지금 본인의 몸무게는 69~71 사이를 오가는 중임. 사실 60키로 중반대정도까지 무게를 줄여볼까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앞자리가 6이 되면 체력이 팍 주는 느낌이라 요즘은 70키로를 유지하자는 마인드로 체중관리를 하고 있음.

현재 운동 루틴 : 주 7회 헬스장, 1일당 2시간 운동

(유산소 40분, 근력 80분)

집이랑 헬스장이 5분거리에 있기도 하고, 이제 운동하러가는 습관이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기도 해서 운동은 매일 나가는 편임. 사실 원정경기 따라가랴 출장 다니랴 서울에 체류하지 않는 날도 자주 있는데, 그럴때는 지방 일정이 마무리된 후 숙소 주변에서 2km 러닝과 하체운동을 하고 숙소 들어가서 잠ㅇㅇ

2년이 조금 넘는 다이어트를 통해, 아직 선수들만큼 멋진 몸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내가 보던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입는 옷을 그대로 입을 수 있을 정도의 몸은 가지게 되었고, 유니클로는 물론 홍대 구제샵에도 당당히 들어가 다양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몸이 되었음.

설라에서도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많은 북붕이들이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이 사람들 가운데 나를 보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나오게 된다면 정말 기쁘고 뿌듯할 것 같아!!

내 인바디 변화랑 최근 사진들 올리면서 글 마칠게🖤❤️

(2단계 시점부터 검사를 시작해서 92키로가 최고몸무게야!!)

다들 열심히 운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