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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심심해서 쓰는 군생활 이야기 - 아픈 후임을 받으며 생긴 일(자대배치부터 의가사 전역까지).ssul

title: 치타클로희성이와하파엘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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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다 후임들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았다고 하더라. 근데 난 특별하게 그런게 없었어. 운이 좋았던건지 아님 나만 그렇게 느낀건지 모르겠지만,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거나 피해를 준 후임이 없었거든. 이 친구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가 으뜸병사로 보직이 바뀌던 10월이었어. 그 때 우리 부대와 연관되어 크게 진행하는 지역 행사도 있었던 만큼 아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 그런 시기에 신병 3명이 부대를 배치받아 교육을 받았고, 각 중대에서 OJT를 받은 후 중대 결정을 앞두고 있었지. 우리는 1중대와 2중대로 나눠서 업무를 진행했었는데, 1중대의 경우 정문을 지켜서 야외에서 근무를 진행하는 대신 선, 후임들과 같이 근무를 하는 장점이 있었고, 2중대의 경우는 실내에서 근무를 진행하는 대신 단독 근무라는 단점일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 신병들의 의견과 간부들의 개인 성향 평가 등을 종합하여 중대 편성을 진행했고, 3명 중 1명은 1중대에, 나머지는 2중대로 분류가 되었고 그렇게 문제 없이 근무에 투입되는 듯 했었어.

 근데 1중대로 분류된 후임 A가 갑자기 우울증 및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근무 열외를 요청한거야. 나중에 알고보니, A는 면담에서 2중대를 가고 싶다고 말했었으나, 2중대장과 소대장들이 '이 친구가 근무지에서 권총을 가지고 혼자 들어가 흰 방에 가만히 앉아있는걸 상상하니 끔찍했다' 라는 이유로 선임들과 같이 근무를 들어가는 1중대에 강제편성을 했던거였지. 이 말을 들은 애들은 당연히 A가 2중대에 못 가니 쇼를 하는거라 생각을 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 그러나, A가 훈련소에서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 확인이 되면서 간부들은 이걸 왜 숨기고 들어온거야. 그러자 A는 부대배치를 받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숨겼다고 하는거야. 

 사실 다른 공군 부대처럼 성적순으로 들어온다면 크게 문제되는게 아니야. 다른 부대들은 들어오는 병사들을 미리 면접을 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 부대는 달라. 우리는 간부들이 직접 훈련병들 중 우리 부대 지원자들을 면접을 통해 선발하거든. 그러면서 훈련소에서의 성적이나 생활, 개인정보 등을 다 확인한 후 데려올 수 있어. 실제로 A의 훈련소 생활기록을 보면 소대장들이 전부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 치료가 필요해보임' 이라는 내용을 기록해놨었지만, 그 때 A를 뽑으러 갔던 간부들은 그걸 확인을 안한거야. 결국 A는 지속적으로 통원치료를 했고, 대대장 지시에 따라 모든 근무에서 제외를 시켰지. 그러면서 나에게 '으뜸병사니까 네가 생활관에서 신경을 써 달라' 라는 말과 함께 A를 내 생활관에 강제로 배치시켰지.

 누구나 다 알겠지만, 전역자가 생기면 그 자리는 새로 들어오는 신병이 채워야 해. 그래야 부대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고. 그러나 1중대의 경우 A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을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론 으뜸병사로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던 내가 근무에 종종 들어갔지. 8시부터 16시 30분까지의 일과는 물론이고, 저녁 근무나 새벽 근무도 들어가면서 내 피로도도 늘어만 갔지. 그래도 이 때까진 A에 대해 불만이 없었어. 아픈 친구고, 애초에 으뜸병사를 할 때 이정도의 희생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간부들에 대해서는 생각할수록 짜증만 나는거야. 지들이 잘못 뽑아와놓곤 그 피해는 전부 우리가 감수하라고만 하고,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었으니까. 거기에 기본적인 업무 뿐 아니라, 식기지원, 청소 등 모든 부분에서 제외시키라는 지시를 내렸고, 여기에 나도 반기를 들었어. 이미 얘로 편성을 해 놓은 상황에서 다시 편성을 해야 하는데 도저히 할 사람이 없는거야. 그래서 총대매고 따지기 시작했지.


나 : 식기지원이나 청소에서도 뺍니까?

소대장 : 어. 그냥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그냥 놀게 둬.

나 : 저희 사람이 없습니다. 근무표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다음 편성부터는 제외를 시킬테니 이번에 넣은 것 까지만 시키면 안됩니까?

소대장 : 그냥 다른애 넣어. 이번만 고생 좀 하라고 해.

나 : 아니 이건 좀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사람이 10명 정도 부족해서 생기는 일입니까? 지금 한 두 명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지 않습니까. 이거 애들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간부님들이 잘못 뽑아오셨는데 애들이 왜 고생해야 합니까? 그리고, 근무 열외는 이해를 하는데 청소나 식기지원에서도 빼라고 하는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근무지에서야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그렇다 해도, 청소나 식기지원읋 하다 사고 나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선, 후임들이나 타대 병사들까지 다 있는 상황에서 하는 일까지 빼는건 전 아니라고 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럴거면 A가 왜 우리 부대에 있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소대장 : 야, 너 말 그딴식으로 할래? 으뜸병사가 감싸줘도 모자랄 판에 뭐? 필요가 없어? 너 따라나와봐.


 결국 대대 옥상으로 불려나갔고, 가서 온갖 폭언을 들았어. 말 싸가지 없게 한다부터 해서 으뜸병사가 이해심이 부족하다, 방금 네가 말한 것은 인격 모독과 같다, 네가 밖에서 왕따시키는 애들이랑 다를게 뭐냐 등의 말들을 들었지. 내 입장에선 A도 신경을 써야 하긴 하지만, 계속해서 피로를 호소하면서 불만을 말하던 다수의 의견도 중요했던 만큼 강하게 어필을 했었는데, 이런식의 폭언을 들을거라곤 생각을 못했지. 진짜 신고를 할까 생각하다 업무가 끝난 후 운동을 하면서 그 화를 눌렀지. 안그래도 정신 없는 상황에서 내가 신고까지 해서 더 복잡하게 하고싶진 않았거든.

 다음날 소대장한테 애들한테 A 상태 설명하고 납득시키고, 잘못 뽑아서 생긴 빈 자리를 어떻게 할 건지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했어. 자세한 말 한마디 없이 신경 좀 써달라고 하면 애들이 납득을 못하니 어느정도 설명을 하여 지금 상황을 이해시켜달라고. 근데 A의 상황을 잘못 말하면 신고를 당할 수 있다고 하면서 설명 자체를 거부하더라. 그래서 '그럼 나도 애들한테 이해해달라 말 못하고 나도 신경 못 써준다. 자세한 병명을 말할 필요 없이 간략하게 설명만 해주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애들 모아서 설명하더라. 그러면서 애들한텐 '아무리 감추고 들어왔다고 해도 간부들이 확인을 못해서 생긴 일이니, 다음 신병 때는 확실하게 뽑겠다' 라고 말하더라. 그러면서 A는 의가사 전역을 시키겠다고 하고.

 근데 의가사 전역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 요구하는 서류들도 많았고. A는 그 서류들을 준비하기 위해 연가, 청원휴가, 위로휴가 등 쓸 수 있는 모든 휴가들을 사용하여 나갔고, 첫 휴가부터 14박 15일이라는 기적의 휴가를 나갔지. 그 이후엔 아예 국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하고, 부대에 있을 땐 사무실에 와 책을 읽거나 생활관에서 TV를 보는 등, 일명 '군캉스'를 즐기고 있었지. 특히 부대에 있을 땐, '얘가 진짜 우울증이 있는 앤가' 싶을 정도로 정상적으로 행동했고, 본인보다 근무 경험이나 실질적으로 군생활 오래 한 후임들한테 짬질까지 했지. 거기에 A가 있기 전까진 밤에 자주 토크쇼를 열던 우리 생활관도 'A가 밤에 잠을 잘 못 자니 배려를 해 달라' 라는 부탁으로 다른 생활관보다 이른 시간에 잠에 들었고. 그러다보니 나중엔 '차라리 없는게 편하니 휴가나 의가사 좀 빨리 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자주 했었지. 우리의 바람대로 나중에는 치료라는 목적으로 일병 때 상병, 병장 연가 등을 모두 사용하여 30일이라는 진짜 생각도 못한 기간의 휴가를 나가더라. 그러다 행보관의 전화로 치료 목적으로 나간 휴가에서 PC방과 술집을 가는 등의 행동이 발각되었으나, 딱히 뭐 이렇다할 제제는 없더라 ㅋㅋㅋ 

 아무튼 걔가 나간 동안 나를 포함한 사무실 병사들과 간부들은 의가사 전역을 위한 서류를 준비했지. 원래는 이 서류는 병사가 만지면 안되는 서류야. 개인정보를 포함한 진료기록들이 싹 다 포함되어 있는거라 간부들만 취급이 가능한거였거든. 근데 바빠서인지, 지들 귀찮아서인지 서류 정리와 스캔을 전부 우리한테 넘기더라. 덕분에 한 장 씩만 스캔되는 스캐너로 몇 백장을 스캔하는 기적을 만들었고, 결국 최저시급은 커녕, 휴대폰도 제대로 못 쓰면서 야근을 했지.. ㅠㅠ 아무튼 그러면서 A의 진료기록을 보게 되었는데, 암만 봐도 도저히 의가사 할 기록이 아닌거야. 같이 정리를 하던 후임도 '얘 이거 되겠습니까?' 라고 물으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했지. 결국은 떨어졌고, 다음을 기약했지.

 A는 결국 내가 으뜸병사를 내려놓기 전까지 의가사 전역을 못하다 내가 말년 휴가를 나가있는 동안에 의가사 전역을 했더라. 부대에서 멀쩡히 군캉스를 즐기던 A를 좋게 보지 않던 부대원들은 다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며 좋아했고, A의 자리를 채울 제대로 된 신병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기뻐했지.(응, 하지만 코로나로 휴가제한 ㅅㄱ) 나중에 우연찮게 A의 페북과 카톡 프로필을 보니 지 친구들이랑 글램핑 가서 술먹고 노는 사진 올라오더라... 뭐, 진짜 아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내 입장에선 어이가 없더라. 가끔 페북에서나 보던 아픈척해서 의가사 한 썰을 내가 겪은 느낌이었거든...

 그리고 이건 으뜸병사를 하면서 느꼈던거지만 이 일로 진짜 가장 크게 느꼈던게 윗대가리들이 일을 못하면 아래가 얼마나 개고생하는지 알겠더라. 솔직히 A보다 간부들에 대한 분노가 더 크더라. 지들이 잘못 뽑아놓고 짬처리는 죄다 간부들에게 시키는걸 보고 진짜 이걸 확 마음의 편지로 찌를까 하다가 말았었다. 나중에 이 능력 없는 간부들에 대해서도 써볼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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