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후아힌에서 만난 딱 두 팀, 하필이면 서울과 안양
흥미로운 건 두 팀의 숙소와 훈련장 등을 섭외한 ‘현지 에이전트’가 같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현지 에이전트는 숙소 및 훈련장 섭외, 훈련 환경 조성, 연습경기 상대 주선 등의 일을 한다. 이 에이전트는 먼저 후아힌에 도착한 FC안양 숙소에 있다가 FC서울이 후아힌에 도착하자 FC서울 숙소로 옮겼다. 에이전트는 FC서울 숙소에 간 뒤 소속감을 중시하는 안익수 감독의 방침에 따라 FC서울 트레이닝복을 지급받았다. “우리 숙소와 훈련장에 출입할 때면 이 옷을 입어달라”는 것이었다. 현지 에이전트는 전지훈련장에서 소속감을 보여주기 위해 해당 구단 엠블럼이 박힌 트레이닝복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에이전트는 FC서울 숙소에 입성한 뒤 FC서울 트레이닝복을 입기 시작했다. FC서울 트레이닝복을 벗지 않으면 FC안양 숙소에 들어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 번은 이 에이전트가 FC서울 측에서 업무를 마친 뒤 FC안양 측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FC서울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한 적도 있다. 다행히도 에이전트는 FC안양 훈련장 주차장에서 이 사실을 인지하고 돌아가 옷을 바꿔 입고 왔다. FC안양은 해당 에이전트 사이즈에 맞은 트레이닝복이 없어 따로 에이전트에게 트레이닝복을 지급하지 않았다. 에이전트는 FC서울 측에 갈 때면 FC서울 트레이닝복을 입고 FC안양 쪽으로 넘어갈 때면 사복을 입는다.
…
양 측이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FC안양 이우형 감독은 선수단에 공지하기도 했다. 이우형 감독은 “서울 선수단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까지 막지는 않겠다. 같이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절대 그걸 SNS에 올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양 측이 유일하게 예의를 갖춰 소통하는 루트는 딱 하나 뿐이다. 훈련 시간이 겹칠 때 FC안양 이우형 감독이 FC서울 안익수 감독에게 먼저 인사를 하러 간다. 이우형 감독은 “안익수 감독이 현역 시절 선배다. 국민은행 때도 1년 동안 같이 있었다. 민감한 관계지만 선배 감독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후아힌에서 마주한 양 측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전지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추천인 94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