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빌드업, 이게 최선일까?
어떤 분이 올려주셨듯, 양한빈은 빌드업 측면에서 아주 훌륭한 골키퍼였습니다. 작년의 익수볼은 양한빈이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K리그에서 뛰는 어느 키퍼도 작년 양한빈처럼 90분 내내 빌드업 압박을 느끼며 플레이해본 선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최철원 선수도 당연히 마찬가지입니다.
최철원 선수의 패스를 분석해 봤는데, 연맹에서 제공하는 패스 스탯은 골키퍼에게 적용하기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아 이렇게 정리해 봤습니다.
숏패스 = 퍼스트 서드(first third)를 벗어나지 않는 패스
롱패스 = 퍼스트 서드(first third)를 넘어가는 패스
간단히 말하면 경기장의 1/3을 넘어가느냐 아니냐로 숏패스와 롱패스를 구분해 봤습니다. (일부 데이터가 오염되었을 수 있으니 경향을 파악하는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1라운드 인천전. 숏패스 9 : 롱패스 11.
숏패스 9개 중 6개가 전반 초반에 나왔습니다. 최철원의 발밑이 불안함을 보여 이후 롱패스를 주문한 것으로 보입니다.
2라운드 광주전. 숏패스 17 : 롱패스 13
인천전에 비해 숏패스의 비중이 많이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라운드 울산전. 숏패스 19 : 롱패스 14
울산전 역시 비슷합니다. 안익수 감독은 골키퍼의 숏패스 빌드업 비중을 높이려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최선일까요?
제가 이번 시즌 서울과 비슷한 전술 기조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두 팀이 전북과 광주입니다. 마침 3라운드에 두 팀이 붙었는데, 이 경기에서 키퍼의 패스를 살펴봅시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롱패스 비중이 높죠? 특히 광주 김경민은 공만 잡았다 하면 길게 찬다고 봐도 됩니다.
4-4-2는 볼을 점유하는 데에선 약점을 보이는 포메이션입니다. 하지만 밀집 수비와 압박에선 강점을 가지죠. 볼의 소유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안익수 감독은 볼을 점유해가며 공격 시퀀스를 만드는 축구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싶은 것 같은데, 적어도 골키퍼에게 볼이 흐르는 상황에서만큼은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최철원 선수가 빌드업 부담을 덜고 최대한 선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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