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라운드 포항전 리뷰: 고생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안녕하세요, 설라 다카하기입니다. 제가 보통 리뷰 쓸 때 적어도 두 번은 경기를 다시 보고 쓰는데, 이번 경기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다시 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포항은 K리그에서 압박 레벨이 가장 높은 팀 중 하나입니다. 이에 좀처럼 서울은 라인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대체로 내려앉아서 플레이했습니다. 나상호의 위치에 따라 5-4-1 또는 5-3-2 포메이션이었죠.
서울이 빌드업 시 포항은 높은 라인에서 압박을 걸어 한 쪽을 과부하 시킵니다. 이렇게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압박에 고전했는데, 내려와서 빌드업을 도와주고 빠르게 반대편으로 전환해주는 기성용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경기였죠. 제 리뷰 중에서 기성용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해주는 선수라고 한 적 있는데, 빌드업과 빠른 전환이 기성용이 해주는 수많은 역할 중 하나입니다.
이 장면에선 빠른 전환에 성공해 압박에서 벗어나 이태석에게 패스 찬스가 열렸는데, 여기서 이태석은 중앙을 선택합니다. 팔로세비치는 볼을 받을 생각도 없고 이태석도 팔로세비치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 채 패스를 넣죠. 이태석은 중앙 지역을 거쳐 공격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 한데, 직선적인 패스 선택지도 가져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볼을 빼앗긴 이후 임상협이 이태석에게 아쉬움을 표현하죠. 이 경기에서 이태석이 뛴 34분 동안 성공한 18개의 패스 가운데 임상협에게 간 패스는 0개였습니다.
반대로 좋았던 오른쪽에서의 공격입니다. 김진야의 직선적인 패스가 나상호가 침투하는 공간으로 향했고, 이후 나상호의 돌파로 박스 안까지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태석에게 아쉬웠던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황의조가 볼을 키핑 후 이태석에게 패스했는데 다이렉트 크로스를 올릴 때 각도도 괜찮아 보이고 김진야의 좋은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패스 선택지가 하나 더 있죠.
그런데 바로 처리하지 않고 왼발로 볼을 한 번 터치 후 크로스를 올리는 바람에 수비가 붙어 김진야를 향한 패스 선택지는 없어졌고, 크로스 각도 애매해졌습니다. 이 장면들은 아쉬웠지만 이태석 선수가 체력 부담이 있는 경기에서 수비를 잘 해주었습니다. 34분 동안 김인성을 잘 틀어막았죠.
서울은 전반 대부분의 시간 동안 5백의 지역 방어를 사용했습니다. 포항 공격수의 숫자와 상관 없이 5백은 물러서서 수비하고, 황의조와 나상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도 깊은 곳에서 수비를 하는데 과잉 대응으로 보이죠. 이렇게 되면 세컨볼을 계속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점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포항의 공격이 셋인데 5백 그대로 라인을 맞춰 방어하죠. 이 때문에 하프스페이스에서 심상민이 편하게 크로스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포항이 주도하는 경기였지만 이번 시즌 서울의 수비 집중력은 아주 좋아 보입니다. 슈팅 자체는 별로 허용하지 않았죠. 후반에는 지역방어에서 벗어나 양쪽 윙백과 오스마르가 전진하며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김기동 감독은 이를 놓치지 않고 김승대를 투입하여 뒷공간을 노리죠.
김진야가 전진하여 수비합니다. 전반전의 수비 라인보다 훨씬 더 끌어올렸죠. 김승대의 라인브레이킹은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대처하는 모습입니다. 오프사이드 트랩과 박수일, 김주성, 권완규 등 수비수들의 빠른 커버로 실점을 막을 수 있었죠.
후반 60분 경부터는 점유율을 63% 이상까지 끌어올리며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후반전 변화로 주도권을 잡은 점은 칭찬할 만한데 유의미한 슈팅 장면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웠네요.
마지막으로 권완규 선수의 퇴장 장면입니다. 김신진과 제카의 공중 경합 장면인데 볼이 높게 떴을 때 김신진이 뒤에서 경합을 위해 뛰어오는 제카를 확인하지 못하고 점프 없이 볼을 받으려 합니다. 결국 경합에서 승리한 제카가 볼을 소유하여 김승대에게 패스를 찔러넣었고 권완규가 노련하게 골 찬스를 퇴장으로 맞바꾸었죠. 김신진 선수에게 꼭 피드백이 되어야 하는 장면입니다.
이번 시즌 패배 없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던 포항은 FA컵 경기 없이 1주 만에 경기를 치렀죠. 게다가 날씨가 궂은 힘든 원정 경기에서 어렵게 승점 1점을 따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특히 백종범 선수는 포항의 높은 라인 압박에도 불안한 모습 없이 안정적인 패스를 보여줬네요. 그리고 교체 타이밍과 교체 선수, 후반전 전술 변화도 군더더기 없이 좋았습니다. 다만 기성용이 없는 상황에서 빌드업 문제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네요.
이번 라운드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개인적으로 포메이션, 특히 수비 라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슈퍼매치 전에 한번 글을 쓸 지도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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