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슈퍼매치 첫 판
https://n.news.naver.com/sports/kfootball/article/216/0000127173
영국 런던에 바넷이라는 5부 클럽이 있다. 옛 홈 경기장인 ‘언더힐 스타디움’이 꽤 유명했다. 본부석을 기준으로 그라운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부석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관중석과 지면이 맞닿는 선이 비스듬했다. 당연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격하는 팀이 유리하다. 걱정 마시라. 후반전이 되면 진영을 맞바꾸니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그런 환경은 상상하기 어렵다. 두 팀은 동일한 환경에서 90분을 소화한다. 그런데 K리그 100번째 슈퍼매치는 그렇지 못했다. 최대 라이벌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승부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스코어라인과 분위기 모두 경사 각도가 ‘언더힐 스타디움’보다 심했다. FC서울은 위에서 아래로 펀치를 휘둘렀고, 수원삼성블루윙즈는 그걸 온몸으로 다 받아냈다. “순위표는 의미가 없다”라는 언론의 단골 멘트가 한없이 무안해지는 토요일 오후였다.서울 서포터즈는 골이 들어갈 때마다 “수원 강등, 수원 강등”을 연호했다. 득점 내용은 홈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선제 득점은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두드러진 나상호의 발끝에서 나왔다. 국가대표 윙어 나상호는 골을 넣곤 파란 팬들 앞에서 두 손을 양쪽 귀에 가져다 댔다. 카타르월드컵 8강전의 리오넬 메시를 보는 듯했다. 나상호는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상대 팬이 가운데 손가락을 보이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그만”이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오현규는 지금 스코틀랜드에 있다.
추천인 76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