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 ‘전설매치’ 무승부의 축구적 해석
https://n.news.naver.com/sports/kfootball/article/216/0000127317
무승부는 두 팀 모두에 구원이라고 해도 좋았다. 서울은 시즌 초반 기세를 살려 2천 일 이상 묵은 ‘전설매치’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해 아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5월 5일 어린이날 무패 기록은 수성되었다. 막판 득점을 통해 ‘루저’ 일보 직전에 살아나는 희열도 선물했다. 어린이들 앞에서 최소한 고개 숙인 패배자가 되지 않았다. 빅매치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지 않았다는 의미는 전북에 더 컸다. 알다시피 현재 전북의 상태는 최악이다. 카타르월드컵 출전자 중에서 백승호만 경기에 나섰다. 지난 경기 퇴장으로 홍정호는 자리를 비웠다. 외국인 선수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빅매치 하루 전 김상식 감독이 물러났다. 경기 중에 서포터즈는 연신 “허병길 나가”를 외쳤다. 이런 상태로 리그 2위의 안방에서 벌어진 경기가 쉬울 리가 없다. 격투 속에서 전북은 승점 1점을 챙겼다. 전북의 무승부는 2라운드(3월 5일) 이후 두 달 만이다. 모 아니면 도 식의 경기 운영에서 숨을 고르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서울과 전북은 승자가 되진 못했어도 최악은 면했다. 우리는 돈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돈을 벌었다’라고 말하지만, 두 팀은 실제로 승점까지 1점씩 벌었다. 이날 하루 K리그가 잃은 것은 폭우 예보에 날아간 관중수 정도였다. 세상만사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축구와 인생의 가르침이다. 경기 후, 박동진은 “전북 어린이들의 동심을 파괴한 건 미안하지만, 어차피 커선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미친개’의 농담은 누구나 승자가 될 순 없고, 세상에는 패하지도 않는 방법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삶의 지혜로 해석되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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