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축구에 매몰되는 것은 병!신 짓임(장문주의)
팀을 이끄는 지배적인 축구 철학이 있다는 건 경기력의 연속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긍정적인 요소임.
하지만 특정한 축구 철학을 정립했다라는 것은 이기기 위한 방법론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게 아님.
벵거가 아름다운 축구 5분을 말한 건, 그게 승점에 가장가깝다고 판단한 것이지 아름다운 축구 5분을 위해서 강등을 감수한다는 뜻이 아님. 그런 축구는 실제로 아름답지도 않음.
물론 안익수가 축구하는 이른바 빌드업 축구는 현대 축구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세련된 철학이고, 우리가 보다 높은 곳을 오랫동안 향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음.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방향성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니까.
하지만 문제를 미시적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님.
직전의 대구전과 지난 전북전을 예로 들어보겠음.
대구전에서 우리는 고전을 면치 못했음. 상대는 우리가 원하는 위치 만큼 끌려들지 않았고, 빌드업을 통해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Fc는 상대방 지역에서 항상 숫적 열세에 시달리다가 이렇다할 공격도 없이 무기력하게 패배했음.
또 지난 전북전을 바라보면, 경기의 결과는 차치하고 후반 중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는 폭우로 인해서 정상적인 진행자체가 불가능한 지경까지 와버렸음.
대구전은 축구 내적인 문제로, 전북전은 외부적인 영향으로 제대로 된 경기 내용을 도출해낼 수 없는 상황이었음
축구가 시즌 마지막 경기를 토대로 결과를 말하는 스포츠였다면 올바른 해답은 우리가 하던 축구를 계속 단련하고 연습하는 게 맞는 방법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음.
우리는 당면한 문제 하나하나에 즉각적인 해답을 요구하는 게임을 하고 있음.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철학은 항상 정답만을 가리키지 않고, 우리는 보다 유연하게 상황을 해결할 줄 알아야함. 그래야 승리라는 정답에 가까워 질 수 있는 거임.
상대 밀집 수비가 견고해서 정상적인 빌드업이 불가능하다. 라는 문제가 나왔을 때
‘될 때까지 한다’ 는 올바른 해결방법이 아님.
후방에서 시작하는 빌드업이 안먹히면, 때론 전방으로 곧바로 찔러주는 롱패스도 필요하고
공격자원을 모두 페널티 박스 안으로 밀어붙힌 다음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됨.
’비가 존나게 와서 잔디 위로 공이 안 굴러갈‘ 때도 마찬가지임.
게다가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의 선택이 한 가지 밖에 없으면 그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해답도 굉장히 단순해질 수 밖에 없음. 우리가 어렵게 문제를 해결할 때, 상대방은 비교적 손쉽게 목적을 달성한다면 결국 우리가 패배할 수 밖에 없는 거지.
여러가지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아무리 단단한 상대에게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그저 중심을 잡아줄 뿐, 모든 정답을 말해주는 절대적 진리가 아님. 필요하되, 그것에 매몰되면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결론: 그러니까 내가 진작에 뻥축구하라고 했잖아
추천인 5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