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스를 찾아서 : 일본 축구 여행 4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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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란스를 찾아서
"넵 알겠습니다! 지금 이동할게요!!"
아쉬움이 설렘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선수단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 리가 없지만,
일단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듯 나와 아무나 붙잡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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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버스는 어디에 있나요?"
"경기장을 쭉 돌아가서 반대편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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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의 물결을 홀로 거슬러
선수단 버스가 세워져있는 곳으로 향한다.
혹여나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싶어
경기장의 코너를 돌 때마다, 안내요원이 보일 때마다
선수단 버스의 위치가 어디인지 크로스체크를 거듭한다.
경기장 반바퀴 정도를 돌았을 때 즈음,
멀리서 주차장과 바리케이드가 보인다.
버스가 세워져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내 육감은 이미 저기가 선수단 버스가 있는 곳이라 말한다.
바리케이드 앞으로 가니 아직 양한빈은 나오지 않았고,
대신 나와 똑같은 유니폼을 들고있는 팬 두명이 서있다.
"대박 한국에서 오신거에요?"
"네 저희도 양한빈선수 보러 왔어요"
"그럼 다음주에 슈퍼매치 오시죠..?"
"저희는 어차피 현장팀이라 경기장 가요, 수원에서 뵙겠습니다!"
"대박 수원에서 뵙겠습니다!"
아직 내가 만나야 할 장본인을 만나진 않았지만,
일본땅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수호신을 만난 것 역시
도란스와 조우한 것 만큼이나 반갑고, 신기한 일이다.
여기 온 이유를 잠시 망각한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도중,
선수단 출입구 부근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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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빈이 와이프에요
한빈이한테 오신다고 소식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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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스토리로 종종 봐온 도란스 베이비를 안은 채,
도이프(?)님께서 내게 반갑게 인사를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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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로 연락주셔서 깜짝놀랐어요!"
"아니에요 저희도 한빈이 기 살려주러 오셨다고 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도 저희 가족 모두 서울 경기 중계로 잘 챙겨보고있어요!
요즘 서울 잘하던데요? 한빈이 없어서 그런가...?"
"에이 한빈선수 있었으면 울산도 잡았을거에요~
안그래도 요즘 서울 인스타에서 활동량 장난아니라
계속 경기들 챙겨보고있나보다 짐작하고있었어요!!"
"아유 걔는 왜그러나 몰라요~
한빈이한테 하지 말라고 대신 말 좀 해주세요~"
"이거 별건 아니고 집앞 빵집에서 사온 빵이랑
한빈이 유니폼이에요. 여기는 실착 유니폼은 못주게 되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제공받은 유니폼 하나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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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급용은 아예 택이 다른가보더라ㅇㅇ 신기했음)
전혀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선물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지만 표정에서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나온다.
폴더 인사와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는 말을 거듭하는 것,
나아가 앞으로도 계속 J리그에서 활동하는 양한빈을
지지하고 응원하겠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기에
더욱 격하게 감사인사를 드린다.
"한빈이 방금 샤워하고 나왔다고 했으니까, 곧 나올거에요.
선물은 직접 전해주시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도이프님이 말씀해주시고 머지 않아,
선수단 출입구에서 세레소의 앰블럼을 단 양한빈이 나온다.
"경기장에서 받으러 갈 분위기가 아니라서 버스로 오라고
말씀드리려 했어요. 한국에서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주섬주섬 준비한 선물을 꺼내 하나 둘 직접 전달한다.
"경기장 밖에서 한빈선수 응원하고 아껴주시는 팬들이 많아서
제가 다 뿌듯하고 안심됐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한빈선수 응원 많이 해달라고 열심히 홍보하고 다녔으니깐,
여기서도 팬들 사랑 가득 받으셔야돼요!!"
네임팬을 들고 나를 비롯한 팬들에게 사인을 준비하는
도란스에게, 도이프님께서 한 마디 거든다.
"싸인 다 해드려. 멀리서 왔는데 북뽕 채우고 돌아가시게 해야지"
망설이는 선수에게 사인을 시키는 모습보다
"북뽕"이라는 말이 먼 이국 땅에서, 그것도 선수의 가족에게서
들려왔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면 이상한것일까.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오시면 인사드릴게요!"
시간은 벌써 밤 9시를 향해간다.
너무 오랜 시간을 빼앗으면 안되기에, 사인을 받은 뒤 곧장
인사를 드린 뒤 지하철역으로 되돌아간다.
"저기 양한빈 현수막 앞에서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만 찍어줘라!"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던 도중 나온 양한빈의 현수막.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올 그날을 기약하며,
선물받은 유니폼을 치켜들어 마지막 사진을 남긴다.
즉흥적으로 준비한 여행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계획은 기대대로, 혹은 기대 이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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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니폼을 입는 것이)
다들 폐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말을 거는 데 용기가 없을 뿐,
정말 기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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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유니폼의 물결에 홀로 서있던 이방인에게
세레소의 서포터들은 이곳의 일원이 되는 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 친절하게 알려주시며
"배척"이 아닌 "포용"을 시도했고,
그 결과 지난주 일요일부터 내 몸에는
검정색과 붉은색 말고도, 분홍색 피가 흐르기 시작한 것 같다.
다시 오사카에, 요도코 벚꽃 스타디움에 가 벚꽃빛 물결에
휩싸여 서포팅을 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즉흥적인 내 성격상,
그 날이 내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혼마니 아리가또우 고자이마시다!!"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준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일본 축구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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