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대전전) 괜찮은 경기였다고 보는데 좀 불타서 놀랐네

일단 큰 위기가 많지 않았음. 포항은 물론 12위 개랑한테도 계속 실수하고 얻어맞다가 결정적 위기를 헌납하는 게 최근 모습이었어서 에너지레벨이 높은 대전 상대로 어떨까 좀 걱정했는데, (대전이 갑자기 소극적으로 나온 것도 있지만) 포항전 후반에 다반사로 벌어진 상황이나 삼성화재다이렉트전 추가시간 같은 실점해도 할 말 없는 장면은 난 못 봤음. 뭣보다 마지막 상황에서 읃어맞는 게 아니라 쥐어패다 끝났으니 최소한 경기 안 져야 한다, 막판에 실점하면 안 된다는 기준을 두면 결과에 작용하는 영역에서도 좋아졌다고 생각함

후방전개의 자연스러움이 최소한 앞선 경기들보단 나아졌고 앞쪽으로 단순하게 때려넣는 공격옵션 또한 상대에게 위협을 줬으며(일류첸코의 공중 경합이나, 내려와서 잡아주는 움직임이나, 옆을 보는 패스가 생각보다 낫배드), 공을 빼앗긴 후 재탈취하는 장면도 늘어났음. 이승모도 첫선발인 거 생각하면 큰 실수 없이 기성용 나올 때까지 괜찮게 해줬고, 기성용은 여전히 볼만 잡으면 뭔가 달랐고.

오히려 우리가 상대에게 치명적인 찬스를 몇 번 가져갔고 개중에 몇 개는 역습이 됐든 세트피스가 됐든 정확한 연결에 의해 이뤄졌기에 나는 오늘 경기의 팀에 대해선 괜찮다 평가하고 싶음. 1주를 쉬고도 자동강등팀한테 자꾸 얻어맞은 게 이 팀의 최근 경기력인데 황의조까지 빠지는 상황에서 어찌됐건 위험성을 줄이고 찬스를 늘리는 데에 성공했으니까.

결국 국대처럼 결정력에서 문제가 좀 있었다 보는데 일팔듀오가 너무 안타까웠음. 팔로는 못먹어도 고를 외치며 그냥 때릴 필요가 있었고 일류첸코 헤더는 감 잡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거 이해하지만 장면만 놓고 보면 많이 아쉬웠음. 박동진이나 윌리안 같은 유효한 공격옵션의 출전시간이 늘어나거나 후반엔 투톱도 시험하거나 하면서 일단 기회와 위협의 횟수 자체를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싶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던 부분도 우리한테 나쁘게 작용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두 곳 있는데, 하나가 이진현한테 퇴장이 안 나온 거고 나머지 하나가 이창근이 날아다닌 거였음. 그건 우리의 영향 밖이니... 난 둘 중 하나만 오링났어도 이길 수 있을 만큼은 괜찮은 경기 했다고 생각함. 

앞의 몇 경기가 정말 별로였고 나치전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생각하는데(백종범-윌리안 해줘축구 아니면 질 경기였다고 진지하게 여기고 있고, 그거 때문에 감독에 대해 불만 정말 많음. 내가 안감독 좋아해서 이런 글 쓰는 게 아님) 오늘 보여준 팀스타일이 경기력 하락세와 황의조 이탈이라는 선수단에 악영향이 있을 만한 일들에도 불구하고 나아졌다고 생각해서, 골을 못 넣은 게 정말 아쉽단 맘은 들었어도 열을 받거나 팀 구성원 중 누군가에게 센 비판을 가하고프단 맘은 들지 않았음.

더운 날씨에 귀가도 늦는 경기 보느라 모두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걸개가 없는 위치여서 사진 찍으려고 걸었다가 건 사실을 까먹는 바람에 수호신 일원 분의 정중한 안내를 받고 철거했습니다. 본의아니게 번거롭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소년 주세종은 상암 N석을 떠났지만,

축구선수 주세종도 FC서울과 헤어졌지만

당신이 보여준 낭만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우리와 함께 해줘서, 반갑게 돌아와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