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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그들의 페이스오프 (인천전 프리뷰)

윤영선 title: 뗑컨윤영선 17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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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라이벌이 됐든 원수지간의 두 프로팀이 됐든, 서로의 특성을 맞바꾼 채 펼치는 대결은 흥미롭다. 입장이 바뀌면서 상대가 들고 나올 무기나 갖고 있는 약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 모습을 이용하는 상대를 공략하는 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생각할 게 많고 재미가 있는 일이다. 

 

 지난 2019년, 서울이 모호한 목표인 명예회복을 실현하게 만든 전술은 스리백이었다. 중앙수비 셋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얹음으로써 확고히 뒤편에 무게중심을 둔 지난해의 서울은 분명 뻑뻑했다. 시즌 초반 외에는 공격이 답답했고, 스리백 앞에 역삼각형 미드필더를 놓다 보니 측면을 책임질 선수가 부족했다. 이런 단점은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 재미없는 경기를 야기했고 시즌 중후반 심각한 득점 빈곤에 시달리는 이유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등을 눈앞에 뒀던 서울은 이 전술을 통해 3위까지 날아오르며 3년 만에 아시아 무대로 돌아왔다. 


 2020시즌에도 어김없이, 심지어 역삼각형 미드필더와 투톱까지 똑같은 스리백이 매 경기 나오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서울의 기조는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센터백 오버래핑이라는 새 옵션의 실패와 오스마르, 황현수 등 수비 핵심의 부상은 최용수가 제작한 자물쇠를 부숴버렸다. 더 이상 스리백은 ‘역동성 대신 안전’이라는 의도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 안 맞기 시작하니 겉잡을 수가 없어졌고 순식간에 K리그1 최다실점팀과 구단 역대 최다연패 타이기록이라는 불명예가 동시에 따라왔다. 전부 다 바꿔도 시원찮을 상황이 돼버렸고 결국 강원 시절 포백을 즐겨 쓰던 김호영 수석코치의 부임과 함께 서울의 모양도 달라졌다. 포백 전환 후 첫 경기, 나쁜 쪽으로 튀어버린 변수가 치명적이었어서 그렇지 그전보단 괜찮았다.


 토요일 상대팀인 인천은 서울과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가는 사투 끝에 그들에게 잔류라는 결과를 안겨준 포메이션은 포백이었다. 유상철 명예감독은 최후방이 조금 헐거운 것은 마하지와 장윤호 등 새로 수혈한 중원을 통해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김호남과 명준재, 이준석, 정훈성 그리고 며칠 후면 적으로 봐야 할 김진야 같은 측면 자원의 풍부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게 잘 들어맞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목표를 달성시켜준 건 맞다. 


 시즌이 끝나고 유상철 명예감독은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쉬어야 했다. (다시 한 번 유상철 감독의 건강을 빈다.) 대신 투입된 감독은 안산 그리너스에서 힘든 전력으로도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경쟁을 벌임으로써 경쟁력을 보여준 임완섭 감독이었다. 임완섭 감독의 주요 전술은 녹색이었을 때나, 파랑검정인 지금이나 스리백이다. 겨울이적시장에서 구단은 철저히 이에 맞춰갔다. 김준범과 안진범 정도를 제외한 모든 영입선수가 스리백을 위해선 두께를 늘리는 게 필수적인 센터백(문지환, 김연수)과 윙백(김준엽, 강윤구, 김성주)이었다. 이 중 김연수는 안산에서부터 임 감독의 전술을 이행했던 애제자로서 인천이 입은 새로운 옷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시즌 직전, 강등을 걱정하는 여론은 팬들에게서나 언론에게서나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속속 나왔다. 


 그 때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개막 후 10경기를 바라보는 상황에서도 인천이 1승도 건지지 못할 거라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한 서울과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돌아선 인천이 토요일, 더는 추락해선 안 될 벼랑 끝에서 만난다. 일단 심각한 축알못이지만('한 번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ㅠㅠ' 라고 직접 말하고 싶지만 부끄러워서 하는 얘기다) 축구 생각을 도무지 멈출 수가 없어 만들어본 예상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이게 다 북런트 때문이다.


 우리의 서울부터 이야기해보자. 포백을 꺼낸 후 어느 정도는 경기력이 나아졌고, 희망을 봤음에도 엉망이었던 스리백으로 되돌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에 지난 주의 모양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벼운 근육 부상이라고 했지만 어느새 4경기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오스마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선발이 무리일 것으로 추측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몸싸움이 잦은 위치와 인천 특유의 거친 플레이. 가뜩이나 다시 다쳐선 절대 안 될 선수가 그런 환경에서 바로 90분을 소화하는 건 무리라고 봤다. 대신 몸상태 자체는 꼭 돌아왔길 바라서 보통은 조커 에이스가 쓰는 대기명단의 마지막 자리를 부여했다. 


김원식은 인천에 비해선 차원이 다를 정도로 위협적인 울산을 상대하면서도 포백에서의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자리를 부여하니 큰 실수가 없었다. 맞는 자리에서의 김원식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


주세종의 빈자리는 한찬희가 채우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 상대가 수비일변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주도권은 서울이 가져오겠지만, 최근 공격이 만들어졌던 경기가 거의 없다 보니 중거리슛이라는 옵션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더구나 지난해 임중용 감독대행 시절의 텐백과 흡사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안 풀릴 때 변수를 만들어주는 한찬희 같은 스타일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가져와줄 수 있다. 


공격진은 그대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요한박주영은 다른 선수가 잘 안 보여서, 김진야는 지난 경기에서 워낙 잘했어서. 


 서울의 키 플레이어는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윤영선이다. 비록 수비는 뛰는 선수들끼리 호흡이 맞아야 잘되는 거지만, 그걸 따지기에 지금 수비진은 많이 아쉽다. 포백 전환 후의 한 경기에서는 나쁘지 않았으나 ‘리더가 없다’는, 윤영선이 오자마자 지적한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윤영선은 그런 스타일을 가졌고 서울은 급하다. 그럼 바로 쓸 수 있다. 낯선데다 원래 뛰던 곳보다 훨씬 헐거운 팀에서 뛰는 건 힘든 일이겠지만, 견뎌내고 수비를 정상화하라고 영입한 이상 투입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가 러시아월드컵 독일전과도 같은 철벽모드를 보여주느냐, 동해안더비를 포함한 몇몇 승점 6점짜리 경기마다 실수를 했던 지난 시즌의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서울 팬들의 웃음이 터질지 속이 터질지가 바뀔 것이다.


 

 인천의 예상 포메이션이다. 개막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343을 택했던 인천이지만, 지난 시즌 첫 경인더비에서 예상치 못한 식스백을 들고 나온 전례가 있는데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인지라 수비에 더 치중할 것이라고 봤다. 더구나 무고사의 부상으로 톱 자원 자체가 없어 센터백인 김정호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이상, 가뜩이나 없는 공격력은 더 떨어질 것이고 그 상태에서 공격을 챙기는 것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중원 숫자를 늘리고 내려앉은 후 한 방을 노리는 쪽이 오히려 더 나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인천은 지난 부산전에서 김정호의 높이를 이용해 단순한 역습을 시도했고, 이게 그날 경기에서 보여준 많지 않은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최악의 서울보다도 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인천인 이상, 조금은 모양을 바꿔서 경기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모양만 바꿔놨지 선수의 변화는 지난 경기에 비해 거의 없는데, 굳이 꼽자면 U22에서의 이준석 제외-김준범 선발과 김정호의 톱 파트너를 김호남으로 작성한 정도다. 전자는 실점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위에 적은 대로 미드필더 숫자를 늘릴 필요가 있어 보여서 바꿔본 것이다. 후자는 김정호를 어느 정도 돕고 같이 연계를 펼칠 선수에 누가 적합하냐인데, 다른 선수들보다 경험이 많고 슈팅이 좋은 김호남을 적임자로 봤다.



 

인천의 키 플레이어는 '준아신’이라는 비아냥을 좋은 의미의 칭호로 바꾼 양준아다. 지난 경기 양준아는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100%(4개 성공/4개 시도)를 비롯해 인터셉트와 태클 등 꽤 많은 지표에서 정확성을 보여줬다. 비록 공격 쪽에서 역습이 안 돼 큰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는 게 타 사이트를 통해 들여다본 인천 팬들의 여론이었지만, 실점하는 순간 치명적인 팀에 있어서 저런 선수는 희망적인 존재다. 서울 입장에서는 최근 폼이 좋으나 평소에는 실수가 많다고 평가받는 양준아를 공략해 다른 수비진에도 영향을 줌으로써 인천의 후방을 도미노처럼 쓰러뜨릴 필요가 있다. 


 양 팀은 모두 더는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서울의 5연패와 인천의 6연패는 나란히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 기록이다. 11위와 12위는 당연하게도 강등에 가장 가까운 순위다. 얼굴을 맞바꾼 서로 중 먼저 터널을 빠져나올 팀은 어디일까. 


 2016년 전주에서의 리그 최종전과 2018년 승강전, 2019년 대구에서 벌어진 마지막 한 경기를 모두 겪었지만 내일 모레만큼 승리가 간절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물론 달라지겠지만 지금 상태론 순위표로 보나 경기력으로 보나 우리의 힘으로 위기를 끊어낼 만한 스파링 파트너는 토요일의 상대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력으로나 정신력으로나 어떻게든 승점 3점을 갖고 올 수 있는 팀을, 이번만큼은 좀 만들어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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