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적 유연성은 아무나 보일 수 없는 거야
내가 최근에 들은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어.
사람이 중요한 순간에 하는 선택은
그동안 그 사람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의 집약체라는 것.
조금 더 쉽게 예시를 들어 설명하면,
중요한 순간에 매번 A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이
다음 중요한 순간에 B라는 선택을 할 수는 없다는 거야.
B라는 선택을 하려면, A라는 선택을 더이상 하지 않게
오랜 시간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꾸어 나가면서
B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거지.
이걸 익버지한테 적용해보면,
익버지는 과거에 강한 수비축구, 오로지 수비, 스파르타
이런 이미지가 깊게 있었던 감독이었어.
이게 익버지에게는 굳어진 A라는 선택이었지.
그런데 우리팀에 감독으로 오고 나서는
"우리가 알던 안익수 맞아?" 하는 반응이 지배적일 만큼
인버티드 윙백, 빌드업 축구, 점유율 축구
그리고 무서운 이미지는 다소 내려놓고 아버지같은 이미지
선수들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모습까지
A라는 선택에서 B라는 선택으로 변화된 셈이지.
익버지 나이쯤 되는 사람이 바뀌는 건 정말 쉽지 않아
그럼에도 바뀐 것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지만 이제 B라는 선택도 과거 A라는 선택처럼
변화하지 않는, 고착화된 그의 삶이 아닌가 해.
한편으로는 매경기 벤치에서 흥분하는 모습처럼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한 것도 보이고...
모든 감독이 그렇듯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해지는 시즌 중반부터는
전술의 변화를 가져가기 힘든 게 현실이지만
익버지는 이미 본인 스스로도 많이 변화한 걸 느낄 터.
때문에 큰 변화라는 선택지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의 변화는 더 없을 뿐더러
애초에 변화를 생각하는 폭조차도 굉장히 좁을 거야
현재 내가 우리팀 개선 방향을 아무리 다각도로 생각해도
익버지란 존재 하에서는 기대감이 적은 이유가
앞서 서술한 판단 때문이고..
장거리 직관마다 지고, 경기력도 무기력한 데서 오는
씁쓸하고 약간의 허탈함도 있는 내 상황에서
우리 팬들이 느끼는 여러 부정적인 감정 단어에
나 또한 충분한 공감을 해.
팬들 입장에서는 우리의 절실함이 전달 되어서
선수단, 감코진이 더 열심히 뛰어주고 임해주길 바라.
그들도 그 마음을 알거라 생각하지만,
감독이 이 메세지를 받아들이면서 떠올리는 방향성이
자신의 틀 안에서 맴돌 것임을 예상해서,
예를 들면 우리가 가고 싶은 건 저 바깥 세상인데
집 안에서만 부단히 움직일 것 같아서 텐션이 좀 떨어지네
전주 재밌게 다녀왔지만 경기의 잔상이 계속 맴돌아서
오랜만에 뻘글 한 번 써본다
추천인 12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