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고 U17 vs 현대고 U17 감상평 몇가지

1. 역시나 내 눈에 가장 돋보였던 것은 후반에 들어온 고필관. 본인이 공을 가지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계속 후방 빌드업을 지휘함.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왼쪽, 오른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링커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모습이 반가웠음. 다만 이번 경기에서는 수비적인 부분이 다소 아쉬웠는데, 중원에서 전진하는 현대고 선수들에 대한 강한 겐세이는 많이 시도하지 않았음. 작년 왕중왕전때 금산중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막아내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3개월 가량의 부상에서 회복되어 이제 막 실전에 투입됐기 때문에 일부러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봄. 어차피 유스 단계에서 리그든, 왕중왕전이든, 무슨무슨배 토너먼트든 간에, 제1목적은 승리와 우승이 아니라 건강한 성장이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굳이 이제 막 실전에 복귀한 단계에서 섣부르게 몸을 던지지 않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공이 없을 때도 계속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하던데, 조금 더 빠르게 판단하고 확실하게 줄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다면 기성용의 후계자를 굳이 멀리서 안찾아도 될지도.

2. 이 단계에서 건강한 사무엘은 치트키. 사무엘이 밀고 들어가면 속도로든 몸빵으로든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지금까지의 경기들을 봤을 때 유스 단계에서는 거의 없음. 본인도 본인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듯 보이는게 상당히 좋음. 사무엘이 공 잡고 뛰면 우렁차게 응원하던 상대편 학부모들 조용해짐. 더 어렸을 때 사무엘의 단점은 오프더볼, 수비시의 집중력, 위치선정... 사실상 '공을 잡고 있지 않는 상황 전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 몇경기에서 봤을 때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모습도 많이 발전한 듯 보였음. 특히나 수비 가담이라든지, 가서 본인 자리잡는 속도가 상당히 나아지지 않았나 싶음. 이러나 저러나 '사무엘 아이솔레이션' 전술은 사무엘한테 공을 보내기만 하면, 하여튼 뭔 장면이 나와도 확실히 나온다. 다만 유소년 단계에서 강한 피지컬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은 많았지만 프로에서의 성과가 썩 좋지 않고 그대로 묻혀버린 선수들도 역시나 많았기 때문에, 사무엘이 보여주는 장점들이 프로에서까지 통할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 역시나 조금 더 빠른 판단을 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고 만약에 여기서 피지컬이 더 성장할 수 있다면, 프로에서도 충분히 위협적인 윙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게 재밌는 친구인 것은 확실.

3. 승부차기에서의 조민협은 사실상 유상훈과 다를 것이 없다. 한번이면 우연일 수 있지만 두번 이상이면 실력이지 ㅋㅋ

3. 현대고 선수들은 개인기량이 확실히 좋아보임. 특히나 수비쪽 선수들의 집중력이라든지, 수비 기술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확실히 돋보이던데 왜지? 감독이 현영민이어서 그런 것인가? 어쨌든 수비를 성공하는 기술은 우리보다 확실히 좋았고, 여기는 애들이 몸을 많이 던지는걸 보니 우리보다 저학년부 성적에도 신경을 좀 쓰고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음. 위험해 보여서 아차 싶은 장면들도 좀 있었음. 우리 애들한테가 아니라 본인들한테도. 그래도 현대고 친구들도 잘 싸워줬음.

지금 주절주절 쓰는 동안 기억나는건 여기까지. 나중에 시간내서 U18, U17 경기들 쭉 다시 돌려볼 생각임. 돌려보고 다시 보이는거, 새로 보이는 것들, 재밌는 선수들, 장면들 쭉 정리해서 올리고 싶은데 의지가 생길지는 모르겠음. 그리고 카메라 각도 좀 ○○○ 어떻게 했으면 좋겠음. 반대쪽은 뵈도 안해. 라고 말은 했지만 그래 중계를 꼬박꼬박 해주는게 어디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