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선이 되고 만 지난 날.. [25R 포항전]
난지도 가는 길~
앞서 2차례 열린 포항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무승부를 거뒀고, 3트에도 무재배라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자존심 중 하나인 포항 징크스를 이어나갈 지도 장담할 수 없겠지요. 포항 팬들에게는 놀리더라도 1번 더 이긴 다음 놀려야겠습니다.
물론 저는 설라에서 서울 팬들 놀리는 게 훨씬 재밌지만요. (웃음)
[흥미로웠던 점]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서울은 멀티 플레이어로서 광역 방어에 능한 오스마르 선수가 김주성 선수의 왼쪽 옆으로 내려와서 어둠의 5백을 형성하고, 속도가 빠른 김승대와 고영준의 드리블을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맞춤형 전략을 썼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스마르의 파트너인 기성용 선수가 공격포인트를 많이 노리는 성향인 것을 감안하면 가장 자주 쓰던 4-1-4-1 포메이션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라인을 내린 상태에서 위/아래로 1칸씩 위치를 번갈아가는 스위칭 플레이를 시도했다는 부분이 짚고 넘어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포항의 4-2-3-1 포메이션도 모양새는 서울과 비슷했지만, 다소 정형화된 선수들의 스타일과 작업 속도에서 차이가 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우리 팀에서 트레이드로 포항에 가게 된 한찬희 선수가 '기동볼'에 잘 녹아들고 있는 듯해 기분이 묘했네요. 오른쪽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서 60분에 교체되기 전까지 측면 공격 전개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윌리안 선수가 이 날 들어 눈에 띄지 않게 많이 고립됐던 이유도 한찬희가 오른쪽 풀백(박승욱)과 가까이 붙어다니면서 시야를 좁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서울에 있는 이승모 선수도 측면의 풀백과 가깝게 위치해 상대 팀 윙어를 고립시키고, 기성용 선수의 활동 영역도 넓게 만들어주는 윙맨 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부상..
그리고 오베르단 선수는 놀라울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네요. 전반전에는 경기장 한복판에서 공을 뺏기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센터백(하창래 - 그랜트) 사이에 자리를 잡은 뒤 넘어오는 공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했고, 후반전이 되어 서울 공격수들의 압박 지점이 높아졌을 때는 반대편으로 이동해 전환 패스가 가능한 공간을 많이 벌어놓고 있었습니다. 이후 아무도 예상치 못한 문전 쇄도로 골까지 넣었으니, 포항 사람들은 안 좋아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오베르단을 포항에서, K리그에서 오래 볼 수 있을 지가 관심이 쏠리고, 들리는 이야기대로라면 포항과 완전영입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김신진의 선제골 [54분]
도움 : 기성용
(반대편까지 압박하고 돌아가는 김진야 선수)
오베르단의 동점골 [64분]
도움 : 김승대
팔로세비치의 추가골 [68분]
도움 : 나상호
하창래의 동점골 [90+4분]
도움 : 김인성
MOM도 하창래의 품으로..
[더 생각해 보기]
• 중원에서 펼쳐진 지략 싸움은 쫄깃했던 것에 반해 공격진과 수비진이 보여준 경기력은 평범했던 것 같습니다.
• 다소 결과론적일 수도 있겠다만 한승규 선수를 이 경기에서도 활용하길 바랬는데, 안익수 감독의 선택은 임상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포항에서 뛰었던 만큼 포항 수비의 특징을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기용한 것 같은데, 오히려 긴장을 많이 한 듯이 공을 천천히 끄는 모습이 잦아지면서 특유의 발재간과 간결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임상협 선수를 선발로 출전시키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요?
• 경기장에 혼자 가기 무섭다는 분들도 계시고, 친구를 팬으로 만들고 싶다면 같이 가는 게 좋은 방법이지만, 저는 그렇게 북스라이팅 당하는 사람들이 불쌍해요..
• 저에게도 아이가 생기면 경기장에 데리고 가기는 할 텐데, 아이가 수원이 더 좋다고 하면 다음부터 수원 가는 거죠.. ^^
https://fcseoulite.me/free/19040761
• 경기가 끝나고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안익수 감독은 선수 시절 친정팀이었던 포항에게 뒤끝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 저렇게 분노를 몸으로 표출하는 행동은 징계를 받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팬들의 정서 발달에도 좋지 않습니다.
저도 초등학생 시절에 재미로 몇 번 따라했던 물병킥, 허공 발길질, 물건 던지기 등등이 점점 성격의 일부분으로 발전하는 것을 느꼈고, 나중에는 무언가를 치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을 정도로 버릇을 고치기 힘든 상태까지 갔었으니까요.
• 익수볼의 종결은 이 경기부터 예견됐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비 실수로 나온 대량 실점 위기를 잘 넘겼음에도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승리도 점유율도 챙기지 못한 결과가 됐습니다.
안익수 감독의 항의를 담은 물병킥은 소속팀과 동행할 의지가 없어져간다는 메시지이기도 했을까요?
감독이 없다고 힘들어하지 말자.
감독이 없을 뿐이다.
- 본인 -
추천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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