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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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였다. 동계훈련을 거치면 익수볼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와 달리, 정반대 행보를 걸었다. 상대에게 간파된 익수볼은 힘을 잃었다. U자 빌드업 플레이는 점유율을 높였을 뿐, 승률을 높이진 못했다. 상대팀 사이에서 '서울 축구는 뻔하다. 그래서 상대하기가 쉽다'는 인식이 생겼다. 서울 라커룸 내에서 크고 작은 충돌, 마찰이 일어나면서 안 감독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였던 선수단 장악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디테일'이 문제였지만, 안 감독은 '한국축구를 선도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022년 정규리그 최종전에 가서야 어렵사리 잔류를 확정한 서울은 다시 한번 안 감독에게 기회를 줬다. 각 포지션에 선수도 알차게 보강했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까지 합류했다. 시즌 초, 속도가 빨라진 익수볼은 '1강' 울산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21시즌 돌풍이 '2개월 천하'로 끝났듯이, 2023시즌 돌풍도 2개월여만에 서서히 잦아들었다. 황의조마저 임대 만료와 함께 팀을 떠나면서 익수볼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서지기 쉬운, '2022시즌 익수볼'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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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해 박수를 쳐주며 갈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안 감독은 대구전에서 서울팬의 야유에 거친 항의의 제스처로 맞섰다. 평소 '수호신(서울 서포터)'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던 안 감독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구단과 협의없이 사퇴 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사람은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된다. 베테랑 지도자의 마지막은 씁쓸함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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