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 쿤
연남동에 난립하는 너무 많은
근본없는 업장들에 피로감을 느끼던
보닌은 저번주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최대한 맛있는 업장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초 경복궁 서교점을 예약 하려던 보닌은
카푸어의 삶을 자각하고 고민에 빠져
근심에 쌓여있었는데
최대한 저렴하고 근사한 업장을 폭풍검색
하고 있었다.
연남동 쿤
1인 레스토랑
셰프가 서빙도 하고 요리도 하고
모든것을 혼자 하는
엄청난 곳이었다.
업장의 테이블은 4개
작고 조용한 분위기가
딱 나같은 아싸 찐따에게
최적화된 얌전한 곳이었다.
넘모 마음에 들고
메뉴는 그때그때
사장마음임
질리면 한번씩 구성을 바꾼다고 알려주더라.
일단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모든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어줍잖은 레스토랑의 ○○○맞은
가격을 비웃는
이 미칠듯한 가성비와
코스의 구성은
나로 하여금 그저 감탄만 나오게하는
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이곳은
이곳의 코스요리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국가대표 축구팀에
비견할만 하다.
그 누구도 프랑스가 우승할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플라티니 시대 이후 약체로 평가받던
프랑스 국가대표팀은 사실
98년 자국에서 치뤄진 월드컵 대회에서
가장 완벽한
그리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우승을
자국에게 선사했다.
지단의 드리블을 보는듯한 부드러운 유자버터와 빵으로
시작하여 공수 조율은 깔끔하고 정교한
프티와 비에이라의 빌드업을 연상케하는
샐러드
화려한 공격진은 아니지만
모든것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면서
아름다웠던 뒤가리와 유리 조르카예프의
플레이를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크림 리조또
결국 마무리는 가장 위대하고
모든것이 완벽했던 월드컵 결승전
그날의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지단의 플레이
메인 코스의 양갈비는
더할나위없이 완벽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고
그 자체로 정교하면서 아름답고
부드러운 맛
먹는 내내 다음에 언제 올지 생각을
떠올리게하는 아름다움이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팀의
아트사커 그 첫 시작. 출발선상에 있는
98년 대회의 프랑스 국가대표
그것에 비견할 맛이었다.
04년 06년 잉글랜드 대표팀의 개개인 역량은
뛰어났을지라도 그들의 개성이
팀웍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아리고 사키의 밀란도
결국 커리어에서 무시당하는
씁쓸한 처지였고
더 화려한 음식도 많고
더 훌륭한 업장도 많지만
이 곳의 가장 멋진점은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폭발적인 힘과 맛에 있다.
형편없는 코스요리에
15만원을 뜯어가려는
사악한 업장이 너무 많다.
이곳은 정직하고
간결하면서 부드럽다.
그리고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운 맛
난 참지 못하고
어제 혼밥을 즐기기 위해
집에 도착한뒤
다시 연남동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1인 예약도 된다니..
모든것이 완벽했다.
이곳은 나만 알고 싶은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아주 소중한 곳인데
우리 북붕이들에게만
특별히 알려주고 싶다.
나와 같은 혼밥찐따에게도
아트사커의 아름다움을
느낄 기회가 있다는게
얼마나 멋진일인가.
금주에도 또 혼자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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