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슈퍼매치 패인과 느낀 점들
1. 효율이 부족했던 스쿼드 운영
우선 슈퍼매치가 있기 전까지의 2주 휴식기를 앞두고 대량의 로테이션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주전에서 평소대로 주전 선수들을 모두 기용한 부분이 의외였는데, 한편으로는 남쪽 끝 서귀포까지 멀리 온 팬들 앞에서 몸이 덜 풀린 비주전 선수들과 수비적인 경기를 하는 것도 무모한 도전이라면 도전입니다.
그럼 주전 선수들을 과감하게 썼겠다. 2주 뒤의 슈퍼매치에서도 제주전 때와 동일한 포메이션으로 준비했다면 오랜만에 나온 경기에 더 빨리 적응하지 않았을까요?
2. 염기훈이 서울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울은 중요한 경기를 맞아 자주 쓰던 4-1-4-1, 4-4-2 포메이션 대신 3-4-3 포메이션을 제출했습니다. 풀백 박수일을 3백의 오른쪽 센터백으로 옮기고, 오른쪽 윙백 자리에 미드필더 고요한이 들어선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죠.
하지만 고요한과 선수 대 선수로 상대해 본 사람이 지휘봉을 잡은 상황이라면, 1개월 만에 출전한 고요한이 완전한 경기 감각과 전문 윙백만큼의 수비력을 보이기 힘들다는 예상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실제 경기에서도 고요한과 윌리안의 수비 복귀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롱패스를 통한 삼성의 역습으로 이어졌고, 삼성이 시도한 슈팅 16개 중 10개가 전반전에 나왔습니다.
(폭넓게 서 있는 것과 폭넓게 뛰는 것은 달랐다..)
3. 의미가 없어진 포메이션 교란
3-4-3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백으로 낙점된 고요한이 실제 윙백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는 한 쪽 윙백을 지우는 비대칭 시스템을 운영하려는 듯 보였지만, 원래 센터백을 소화했던 선수가 2명(김주성 - 오스마르)이라는 점에서 박수일의 후진 배치는 상대의 롱패스 속공에 대비한 세부 전술에 불과했습니다.
공격 상황에서 사용하는 실질적인 포메이션은 고요한이 중앙 미드필더에 위치하는 4-3-3에 가까웠으며, 다른 특이한 전술을 선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잘 쓰지 않는 포메이션을 제출하는 목적을 알 수 없습니다.
4. 와닿지 않을 수 있는 '라이벌의 강등'
글 쓴 사람만 제외해도 36,006명의 많은 분들이 이번 슈퍼매치에 찾아와 주셨습니다. 두 팀 모두 하위 스플릿에 있지만 슈퍼매치는 죽지 않았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경기 전/후로는 5발자국만 걸어도 퍼런 머플러를 두른 사람들이 주위에 걸어다녔고, '서울 사는 수원 닭들'의 화력이 엄청났습니다.
비록 서울에 거주하는 축구 팬들을 다 변절시키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지만, 만약 제가 프런트라면 삼성 팬들이 슈퍼매치가 열릴 때만이라도 상암에 와서 수익을 벌어주는 풍경을 보고 '2부 가거나 말거나~'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남은 리그 1경기도, 삼성 간섭할 것 없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몫만 잘했으면 좋겠어요.
5. 지지자로서 반성하는 부분
상암에 갔지만 팬파크에서 아무것도 안 사는 날이 많았고 이 날도 딱히 산 게 없었는데, 장래에는 꼭 선수 영입으로 가는 길에 돌다리가 되는 만큼의 돈쭐을 내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격이 삐딱해서 그런 건지, '간절함이 없어서 진다'는 말을 제일 싫어했고 뻔하게 느껴왔었는데..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운이 없다', '실력이 없다', '머리가 안 좋다'는 말보다는 따뜻하네요. (웃음)
추천인 23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