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풀어보는 오스마르 미담
나는 귀네슈 감독 아래에서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있었던 2008년부터 FC서울 축구 보기 시작했었음
(그때 매번 평소에는 잘하다가 챔피언결정전 때 수원만 만나면 미끄러져서 속으로 차범근 욕 엄청 했음)
그땐 아직 초등학생이고 집도 강남 쪽이다보니 상암까지 가는 게 어려워서 직관은 한번도 못해보고 주로 TV나 네이버 스포츠로 봐왔었음
그러다가 성인 되고 대학교 가면서 조금씩 직관 다니기 시작했는데,
대학교 1년 마치고 군대 들어가고 나서도 휴가 나오면 시간 날 때마다 직관 갔었음 (본인은 씹I여서 N석은 한 번도 안 가고 항상 벤치 뒤쪽 W석에 앉았음)
매번 경기 끝나고 나면 여성 팬들이 선수들한테 선물 던져주길래, 그거 보고 나도 한번 선수들한테 선물 해볼까 싶어서 전역하기 전에 PX에서 파는 물건들 몇 개 미리 사서 선물하려 했음
그땐 황현수, 조영욱, 신재원 뭐 이런 잘생긴 녀석들이 주로 선물을 다 받아가서, 나는 뭔가 다른 사람을 생각했고 그때 생각난 게 오스마르였음
원래부터 오스마르 리스펙하기도 했고 외국인 입장에서 군부대에서만 파는 물건을 받으면 신기해 할 수도 있겠다 싶었음
그래서 그때 아들래미가 먹을만한 딸기 몽쉘, 사모님이 쓸만한 아이크림 세트, 그리고 오스마르가 마실만한 포카리 분말에다가 손편지 써서 쇼핑백에 담아서 직관 갔음
정작 오스마르 선물이 왜 이렇게 시원찮냐고 할 수도 있는데, 괜히 홍삼 이런 거 샀다가 입에 안 맞을 수도 있고 도핑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서 PX에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음ㅠㅠ
사실 여기서 비하인드가 있는 게, 전에도 한 번 준비해서 갔었는데 경기 끝나면 관중들이 하도 난간 앞쪽으로 우루루 몰려들어서
그땐 전달하질 못했음
그래서 이번에는 경기종료 휘슬 불리자 마자 앞으로 내려갔고 선수들 한 바퀴 돌고 W석 지나갈 때 쇼핑백 흔들면서 오스마르 불렀지
오스마르가 처음에 생각 못했다는 듯이 자기 얘기하는 거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길래 맞다고 그러고 던져줬음
생각보다 관중석에서 경기석이 꽤 멀어서 당황했는데 다행히 잘 던져줬음 (그리고 이날 신태용 감독님도 봄ㅋㅋ)
어쨌든 그러고 다음 날에 여느 날처럼 학교 가서 수업 듣고 있는데
두 시쯤인가 인스타에 오스마르 스토리가 떴길래 보니까
내가 쓴 편지를 찍어서 올려줬더라
그때 진짜 소름이 쫙 돋는데
사실 누군지 모르는 사람한테 선물 받으면 의심할 수도 있고 짐 정리하다 보면 깜빡할 수도 있고, 그리고 거시기 달린 남정네가 준 선물이어서 크게 신경 안 쓸 수도 있었는데
잊지 않고 직접 다 챙겨서 확인해줬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하고 선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고 나서 그 다음 직관 갈 때 오스마르로 첫 유니폼 박았지 (문제는 ○○○ 이걸 잃어버림... 아직도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안 나;;; 미안해 오스형...)
뭐 사실 별 이야기는 없고 그냥 한 문장 요약도 가능하겠지만
이왕 거피셜 뜬 김에 한 번 주저리주저리 써봤음
FC서울을 떠나게 됐지만 앞으로도 오스마르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빕니다
Grazia Osmar Barba Iban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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