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수상한 우편물이 왔다. (인증)
(모종의 이슈로 재업합니다)
오늘 새벽에 있던 일이다.
종강하고 개백수가 된 나.
할 짓 없이 밖을 배회하다 늦은 새벽 집에 들어와보니 방 책상에 수상한 우편물이 하나 올라와있다.
호옹이 이것이 무엇이던가.
서울 앰블럼 스티커가 소중히 담겨있는 그 우편이 아니겠던가!
대학생에게 최고의 적인 기말고사와의 강렬한 전투로 인해 희미해졌던 기억이 되살아나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얼른 뜯어보도록 하자.
오늘은 밥을 안먹어도 왠지 배가 부른 기분이다
편지를 열어보니 무언가 희미하게 글이 보인다.
노안이 와서 그런건지, 그제 오스형 보내주다 목놓아 울어서 눈이 맛탱이가 간건지, 아무튼 글씨가 잘 안보여서 렌즈를 뺀 후 경건하게 세수를 하고 읽어본다.
아아- 명문, 명문이다.
아쉬운 40주년, 주마등처럼 ○○○았던 기억들이 지나간다.
맨날 걸어잠구다 후반에 쳐맞고 승점을 잃던 익수볼과 빡종해버리신 (구) 아버지,
상스 문전에서 전북을 이기지 못해 65분에 가짜 지지자 하겠다고 선언함과 동시에 N석을 뛰쳐나면서 느낀 그 공기,
독감에 걸려 뒤지게 아팠지만 어떻게든 정신 붙들어 메고 집에서 슈퍼매치를 보다 왼발 크랙 호소인에게 골을 먹혀 37.8도였던 열이 39.7도까지 오르는 신체 가스 보일러의 기적까지.
확실히 아쉬운 시즌이긴 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스티커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40주년 엠블럼 디자인만큼은 축구력이랑 맞바꿔 먹었는지 기깔나게 뽑았기에 벌써부터 노트북 언저리에 붙어있을 스티커들이 눈에 보이며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튼, 편지를 마저 읽는다.
크리스마스라..
20 + x 세(x>=0인 자연수)인 나는 20 + x년차 솔로 크리스마스를 맞아 손에서 불이 나오는지, 텔레포트로 이동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참이었다.
아마 이것도 꽤나 즐거운 Merry Christmas 가 되지 않을까.
즐겁게 편지를 읽고 포장지를 뜯어볼 시간이 왔다.
아아, 눈이 부시다.
그제 오스 보내고 렌즈가 빠질 정도로 울어서 부신건 아닌 듯 하다만, 아무튼 눈이 부시다.
어디선가 이를 일일히 소분했을 누군가의 비명이 귀에 들리는 듯하지만, 승점이 샘솟는 수원 모 팀의 비명 소리를 잘못 들은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우리 내년에 승점 누가 대주냐)
자 이제 스티커를 노트북에 붙여보자.
아, 이미 노트북에 붙여버린 두 스티커때문에 붙이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나는 의지의 북붕이, 일단 스티커를 올려서 구도만 잡아놓고 최적화된 좌표를 후에 잡기로 다짐한다.
여담으로, 위의 스티커는 아이즈원 리더 권은비 양의 생일 서폿 모금 특전 스티커이고, 아래는 필자가 좋아하는 인디밴드 해서웨이 공연에서 받은 신년 스티커이다.
해서웨이 - 낙서 는 명곡이니 꼭 들어보도록 하자.
차치하고,
나머지 스티커는 기타에 붙일 생각이라 내 1호 정실 부인인 일렉기타 레스폴 양을 소중히 꺼내는 중에 일이 발생한다.
어머니가 목마름을 이기지 못해 기상하신 것이었다.
부시럭거림을 수상히 여기신 어머니가 방 문을 열고 묻는다.
"아들 뭐해?"
- 음 ㅎㅎ;; 뭐 좀 하고있었어요
이 시간이면 자빠져서 유튜브나 보고 있을 놈인데,
수상하게 여기시다가 문득 물어보신다.
"아 맞다, 아까 편지? 왔던데 아들 드디어 크리스마스 맞아서 연애하는거니?"
싸늘하다.
- 엥? 그런거 아니에요 ㅎㅎ
"에이 엄마한테는 얘기해줘도 돼~ 마침 편지 보고있었네!"
아뿔싸,
○○○됐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방에 들어오신 어머니께서 책상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서울fc 스티커 다발을 발견하게 되고야 만 것이다.
그렇게 한숨을 푹 쉬시더니 축구랑 결혼하라면서 문을 닫고 나가셨고,
갈 길을 잃은 내 손은 허공에서 정지하였다.
예쁜 스티커들과 함께 말이다.
겨울이었다.
(본 이야기는 실제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으며, 약간의 MSG가 첨가되었습니다.)
Postpone.
ㄴㅇㅈ) 김로슬님 나눔 정말 감사합니다! 일일히 소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잘받았습니다!
추천인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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