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최악의 올해를 보내며
최악의 올해를 보내며, 서울라이트 유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좀 우울할 수 있으니 보기 거북하신분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제 얘기를 이렇게 털어놓아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푸념을 늘어놓아 보자면...
작년 말, 아직 대학교 졸업장도 받지 않았지만 조기취업을 통해 직장생활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꿈을 안고 뛰어들었던 첫 직장생활이 제 인생에 가장 큰 위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보면서 무슨 일이든 잘 하는 사람이라 자부했는데, 직장생활은 일이 아니라 사람이 더 어렵더라구요.
그렇게 올해 초, 저는 지옥같던 직장을 더러워서 피한다며 도망치듯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 평소 하던대로 앞으로 잘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뭐든 '다 괜찮아', '그냥 잊어버리자' 생각하면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제 자책은 마음의 병으로 번지게 되었고, 이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중증 희귀난치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매주 병원을 다니게 되고, 몸도 마음도 성치않은 상태로 하던 일도 그만두게 되면서 그냥 집에 있게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아픈사람 취급 받기도 싫었고, 아픈 모습도 보여주기도 싫었고, 왜 아프냐는 이야기도 하고싶지 않아 지인들도 잘 안보게 되더라구요.
맨날 울고불며 보내는 제게 재미있는 얘기한다며 짝꿍이 본인 좋아하는 축구 얘기해주고,
밖에 나가기 싫어하던 절 데리고 축구장도 데려가고, 재밌는 이야기하는 설라 게시물 링크도 보내주더라구요.
저는 여러분들이 축구얘기 뿐만 아니라 실없는 농담하며 떠드는게 너무 재밌어보여서, 댓글은 또 뭐라 재미있게 썼을지 궁금해서, 생전 처음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가입해보게 되었네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떠드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보는게 꽤나 재밌더라구요.
집에서 혼자 취미생활이나 하며 뒹굴거리기만 했는데, 이후로는 서울라이트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 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네요.
그러다 문득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좋아하는 축구팀 유니폼 그려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고, 짝꿍이 너무 귀엽다며 칭찬해주길래 그냥 그려놓기만 하기엔 귀엽고 아쉬워서 올려놓은 제 그림이 여러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람한테 상처받고 나서 힘든 와중에 정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잘한다 소리 듣는게 얼떨떨 하더라구요.
내가 어디서 뭐하는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데 절 칭찬해주고 좋아해주시는게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뻤습니다.
그 이후로도 어린애처럼 계속 사람들한테 칭찬이 듣고싶어 자꾸 무언가를 만들어 올리고 그랬던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FC서울을 좋아하는건지 FC서울라이트를 좋아하는지 잘 모를정도로 말이죠 ㅋㅋㅋ
그러다 보니 '난 남들한테 이렇게 수 도 없이 많은 칭찬받고 살던 사람이였는데, 왜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망가져있지'라는 생각이들며 아차 싶더라구요.
일어난 모든 일을 다 내 탓이라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해쳐온 절 반성하고, 다시 멋지게 예전처럼 살기위해 노력중입니다.
그 덕분에 저는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최소 2년은 지나야 상태를 볼 수 있다기에 아직 다 낫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어느정도 나아진 것 같아요.
의사선생님도 환자가 밝고 긍정적이여야 빨리 나을 수 있는데 저는 금방 나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실 정도로 말이죠.
후 사실 아직도 옛날 얘기 하는거 손떨리고 두근거리고 눈물도나고 힘드네요.
우습고 바보같이 들릴 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제 짝꿍과 가족, 지인들 뿐만 아니라 서울라이트 유저분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제 인생에 가장 최악이였던 올해를 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별 의미없이 남기신 댓글이셨을테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가 저한텐 필요하고 소중하고 위로가 됐던 말들이였습니다.
올 한해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고, 서울라이트 유저분들이 내년엔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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