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듣기 전까진 싱숭생숭했지만 듣고 나니 그렇게 흔들리진 않네
지금 상황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든, 이 정도 각오도 안 할 거면 다른 팀 감독 빼올 것도 없었다는 거엔 다들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힘들게 데려온 감독 보고 우리가 하던 대로, 원하는 식으로만 해달라면서 포항 때의 성적을 바라는 건 돈이랑 시간만 버리는 멍청한 짓이니까
김은중 선임하거나 김진규 승격시켰으면 이런 일은 안 벌어졌겠지. 대신 전성기의 재현을 기대할 일도 없었을거고
이동국은 선수 후반기만 보낸 전북에서 은퇴식에 영구결번까지 받아냈고, 데뷔 때부터 서울 팬덤 기초공사를 한 박주영은 울산 플레잉코치다
결국 낭만을 만들고 지키려면 그렇게 해도 팀이 굴러갈 정도의 성적을 갖춰야 한다는 건데,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그러지 못했잖아?
나도 아프기도 아프고 이 팀이 내가 알던 그 팀 맞나 하는 생각이 엄청 들어도 지금은 감독의 결정이 있다면 그러시라 하는 게 맞는거같다
나한테는 고요한 유니폼이 두 벌 있고, 하나는 직접 싸인도 받은 최전성기인 2018년 유니폼이다
MBTI를 돌려보면 F가 90% 이상 나오고 요새는 다른 종목 보다가 선수가 지쳐서 헉헉거리는 모습만 봐도 가끔 눈물이 나거든?
근데 그런 나도 우리의 상징을 보내는 것보다 내년에도 올해에, 22년에, 21년에, 20년에, 18년에 봤던 거 또 쳐보는 게 더 싫어
선수도 선수대로 현역으로 뛰고픈 확실한 마음이 있다면 원클럽맨, 은퇴식 이런 추상적인 어음을 보고 은퇴하느니 본인 생각 지키는 게 낫고
아디는 은퇴식을 했고 오스마르는 그러지 못했지만 누구나 오스마르는 아름답게 헤어졌다고 하잖아?
나는 우리가 지금 나가려는 선수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FC서울 ㅇㅇㅇ'만큼이나 '선수 ㅇㅇㅇ'도 존중해주는 게 맞다 생각해. 그래서 마냥 괴롭진 않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감정적으로는 신임 감독한테 서운하고 괴로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성적 못 내면 알아서 해라'는 식으론 얘기 안 했으면 한다
황선홍처럼 명가에서 선수 황혼기도 아닌 에이스들을 일단 내보내고 보는 거랑 망한 팀에서 자기 축구 통할 최소한의 구조를 만드는거랑은 다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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