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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펌) FC서울 팬들이 찾아야 할 것, 범인 대신 초심

혜구구 title: 루피혜구구 50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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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cseoulite.me/free/244200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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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해당 언론사와 방송사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사에 있습니다. 게시하지 말라고 말씀주시면 사진을 바로 내리겠습니다.

 

지난 경기 얘기를 다짜고짜 꺼내고 싶진 않다. 나쁜 얘기를 다룬다고 시작부터 그 얘기를 써먹는 건 내 정신건강에도 나쁠 것이고, 글을 읽을 서울 팬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머리 식힐 겸 e스포츠 얘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e스포츠 이야기라기보다는 스포츠 팬덤 전반에 깔려 있는 나쁜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범인 찾기, 그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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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게 여러모로 역사적인 한 해였다. 그게 거의 전부 나쁜 쪽의 역사라서 문제지만. 국제전 성적은 처참했고 LCK1년의 마지막 대회인 Worlds(심지어 한국에서 열렸다)에서마저 무릎을 꿇었다. 전부의 몰락 속에서, 어떤 일부는 더 처절하게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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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SKT T1(이하 SKT)이 그랬다. Worlds에서 실패한 팀들은 거기에 나가기라도 했지, SKT는 자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출전조차 못했다. 이 대회에서 작년 준우승했고 그전에는 우승컵을 밥 먹듯 들던 팀의 위용은 2018SKT에게선 찾기도 힘든 것이 됐다. 날아가 버린 명성을 대신한 것은 서머 시즌 7위와 Worlds 선발전 1라운드 탈락이라는 생채기였다. 쉽게 말해, 팀 창단하고 최악의 해를 보낸 거나 다를 게 없었다는 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덤은 끓어올랐다. SKT는 성적과 스타플레이어로 쌓아올린, 많고도 강성인 팬들을 갖고 있다. 우승이 어렵지 않은 팀이었고 준우승만 해도 눈물을 흘렸던 이 팀이 바닥을 뚫고 심해로 곤두박질치니 그들은 폭발했다. 등장을 그 때 한 건 아니지만, 이 팬덤은 그 시절 떨어지는 성적을 참지 못하고 악습을 밥 먹듯이 했다. 범인 찾기다. 못해도 너무 못해서 타 팀의 경기 운영 방식을 붙잡고 늘어지거나 타 팀 선수를 인신공격하는 기존의 수법으론 설득력이 없으니 그 비상식적 언행을 자기 팀 선수들한테 퍼붓는 것이었다. 이때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당한 선수들은 정말 경기를 못할 때도 많았으나 그렇지 않은 날에도 욕을 먹었다. 누구한테? 자기 팀 팬들한테. 다른 팀 팬에게 욕을 듣는 건 한 팀을 위해 뛰는 선수들의 입장에서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자신들을 거의 항상 지켜보고 힘을 주는 사람들에게 격려나 위로가 아니라 비난을 듣는 건 멘탈에 큰 악영향을 준다.

 

물론 다른 팀과 다른 시절에도 이런 일은 부지기수였지만, 팬이 많은데다 적극적인 SKT에서 경기일마다 그런 일이 터진 건 그 영향력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 학교폭력과 뭐가 다른지 알 수 없는 일은 부진한 팀 팬덤이면 팬덤마다 옮겨가며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추락한 수많은 팀들과 함께 내 응원팀이 그런 식이었다. 올해 Worlds에 못 가서 쪽팔리니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부족하다 평가받던 멤버들이 연습량을 죽어라고 늘려 성과를 낸 팀이다. 원팀 분위기가 정말 컸고 응집력이 더없이 좋았던 이 팀 팬들이 2019년에 한 건 범인 찾기였다. 커뮤니티는 질 때마다 누군가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했는데, 그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가을의 전설이라는 소리를 듣던 팀이 가을 문턱도 못 감으로써 증명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e스포츠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프로로 인정받는 모든 스포츠 경기가 끝나면, 각 팀들 커뮤니티를 갈 것도 없이 기사 댓글만 봐도 누군가를 패배의 원인으로 특정하고 조리돌림하는 주장이 수두룩하다. 단체종목인 이상 모두가 조금씩 삐끗해서,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컨디션이나 여러 조건이 따라주지 않아 경기를 그르치는 일은 부지기수다.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은 이 당연한 진리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화면에 잡힌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선수를 골라 욕하면 왜 원하는 결과를 못 얻었는지 알게 되는 느낌이고, 스트레스도 덜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입으로 배설함으로써 얻는 저차원적 쾌감에 불과하다. 그리고 자신이 응원하는 이들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 나쁜 영향은 줄 수 있지만.

 

 

사실 없는 비난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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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양상이 FC 서울 팬덤에서도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 전부가 아니라 일부에 불과하지만, 제주전이 끝난 후 접한 몇몇 반응은 자기 팀 선수들을 향한 원색적 비난이었다.

 

김원식 너 진짜 ○○○버려! 너만 들어오면 꼭 우리는 실점을 한다

박준영은 왜 넣었나요?”

관중들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 해야된다더니 후반 뭡니까 개노잼이였습니다

 

기사댓글부터 FC 서울 팬들만 모여 있는 곳(참고로 이곳은 서울라이트는 아니다)까지. 각종 커뮤니티에서 어제 경기가 끝나고 나왔던 반응이다. 물론 여기에는 에펨네이션의 반응이 없다. 펨네는 내가 했던 커뮤니티 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동네다 보니, 굳이 여기에서까지 악플을 추출해야 하나 싶어서 그랬다. 여튼 애초에 복붙한 것들이니 꾸며낸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김원식, 박준영 그리고 최용수 감독으로 타깃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라는, 어떤 농구 감독이 했던 소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11명짜리 단체종목에서 팀을 엎을 정도로 영향력이 강한 단 1명이 나오는 경기가 1년에 몇 번이나 있는지, 그렇기에 저런 행위가 얼마나 의미 없고 유해한지는 이미 앞에서 이야기했다. 더 큰 문제는 저 이야기가 심지어 맞지도 않다는 것이다.

 

일단 김원식이 제주전에서 출전한 포지션은 서울의 역삼각형 미드필더에서 앞의 둘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아니면 센터백으로 나왔던 선수가 갑자기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된 배경에는 1회성 대체나 박동진, 정현철의 전례를 따른 장기적 돌려막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날 김원식의 포지션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수비의 비중이 큰 자리가 아니었고 이는 중계진도 언급한 사실이다. 김원식의 투입 이후 내내 밀리는 경기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미드필더 싸움에서 졌기 때문 아니냐는 반론이 있겠지만 그건 김원식이 뛴 뒤부터가 아니라 90분 내내였으니 그에게 책임을 묻기가 애매하다. 굳이 책임이 있다면, 그건 이제 막 그 자리에 들어온 김원식이 게임 체인저가 될 정도로 중앙 미드필더로서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지 못한 책임일 것이다. 말이 너무 긴가?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박준영은 어떤가? 이 선수가 아길라르에게 실점한 프리킥을 만들어준 건 맞다. 하지만 득점력은 모르겠어도 피지컬만큼은 확실한 오사구오나를 상대로 소극적인 수비를 펼쳤다가는 11 찬스 같은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고, 그럼 결과는 어차피 똑같았을 것 아닌가. 그리고 박준영은 어제 경기에서 K리그1 데뷔전을 치른 선수였다. 이런 선수가 거의 상대해보지 못했을 외국인 선수이자 신체조건 하나만큼은 최고 수준인 선수를 상대로 완벽한 판단을 했다면 물론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 넣었냐는 질문 자체에 답해보도록 하겠다. 박준영과 교체돼 나간 이웅희는 부상 복귀 이후 제 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경기 동안은 아예 고등학교를 막 나온 김주성이 그를 대신하며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원래 불안했던 상태에서 몇 경기를 쉬고 제주 원정을 소화한 것이었다. 풀타임을 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행적을 봤을 때 코칭스태프는 경기 막판 이웅희가 불안함을 노출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때 벤치에 있던 센터백 자원이 박준영 하나였고 그래서 투입한 것이다.

 

오스마르를 센터백으로 내리는 것도 물론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제주는 윙백과 윙 자원이 탄탄한 팀이고, 어제도 그 스피드를 통해 공격이 전개되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왔다. 발이 느린 오스마르가 스리백의 왼쪽을 담당했다면 세트피스 상황을 안 줬을 수는 있지만(이것도 그랬을 수도 있다그랬을 것이다가 아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할 때 100%란 없으니까), 온더볼 상황에서 측면이 무너지며 실점했지도 모른다. 코칭스태프 또한 그러한 특성을 고려해 박준영 투입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박준영이 박빙 상황인데도 데뷔한 이유가 뭘까. 김주성을 제주 원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코칭스태프를 비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0입 아닌가? 루머가 돌다가 끝난 임채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타 팀 백업이나 K리그2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수비수(그게 센터백이든 윙백이든) 하나만 데려왔어도, 선수층이 이 정도로 불안할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최용수 감독 같은 경우는 그래도 앞의 두 반응과는 살짝 다르다. 앞에서 나온 두 문장은 근거없는 비난이 100%이라면, 이건 그나마 사실에 개소리를 대략 반반으로 섞었으니까. 최용수 감독은 팬들을 위해서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습자지만도 못한 선수층으로 시즌 내내 공격축구를 하는 감독은 프로 레벨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감독이 있다면 그건 판단력이 부재하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다. (시즌 초반의 이임생 감독을 저격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수층이 두껍고 우수한 울산, 전북 같은 팀들도 상대에 맞춰 라인을 조정하고 리드 상황에서는 수비를 택하는 경우가 더 많지 공격축구를 무작정 구사하지는 않는다. 도대체 어떤 팀의 축구를 보고 그런 지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FC 서울에 기본적인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런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얇디얇은, 쿠킹호일 수준의(현대자동차를 욕하는 글이 아닙니다) 선수층으로 제주까지 원정을 간 상황에서 고요한과 박주영조차 없는 팀으로 라인을 올렸다면 어제 서울은 승점 1점이 아니라 0점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귀환 비행기를 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이런 소리를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건 둘째치고, 사실관계가 맞지도 않는 말들을 도대체 왜 하는 걸까. 아직 뭣도 모르고 욕부터 하는 분위기가 팬덤의 다수를 장악한 건 아니니 다행이지만 균열이 시작됐다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잊지말자 2018’ 대신 다시하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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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차례 글을 쓴 만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게는 한때 룸메이트 생활을 했던 전북 팬 지인이 있다. 지금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산속으로 들어간 그를 어제 만났다. 당연히 축구 이야기가 대화의 중심이었다. 지난해의 FC 서울을 회상하다가 그는 내게 이런 말을 남겼다.

 

팬들이 정신 놓으면 그 팀은 진짜 끝이야.”

 

팬들이 답답하면 직접 뛸 수 있는 존재도 아니면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강등권으로 가는 과정에서 등골이 서늘했던 순간은 37라운드 인천과의 홈경기에서 패해 최종라운드까지 잔류 여부가 유보됐던 때나, 38라운드 상주 원정에서 박용지에게 승강PO행 확정포를 얻어맞았을 때가 아니었다. 내 옆과 앞에서 서포팅하던 팬들이 정신을 놔버렸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9월 혹은 10월 초쯤에 있었던 일이다. 그들은 경기 결과가 하도 잘못되니 박희성을 욕하다가, 그의 이름에서 나오는 몬데그린 현상에 의해 박지성이라고 불렀다가 점핑과 함께 위송빠레를 부르기도 했으며(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 하늘을 바라보며 ○○○!”을 외쳤다. 사람이 없는 좌석을 발로 찼고 경기 후 인사를 오는 선수들에게 욕설을 뱉었다. 그 후 이 팀은 더 크게 망가지더니 결국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갔다.

 

지난해 K리그1이라는 목표를 놓고 봤을 때 실패한 두 팀인 전남과 부산도 마찬가지였다. 전남의 강등을 직감한 순간이 있다. 그건 스플릿에서 FC 서울에게 패했을 때가 아니었다. 그 직후였다. 어떤 전남 팬이 경기장에 난입해 빛의 속도로 하프라인까지 달리는 걸 반대편에서 목격하고, 나는 전남은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고 확신했다. 승강전 확정 이후 잔류할 것 같다고 느낀 시점은 고요한의 역전골이나 정현철의 쐐기골이 아니었다. 박주영이 하프라인 슛을 성공시켰을 때도 아니었다. 부산 서포터즈 측에서 타팀 팬들을 환영한다는 안내를 본인들의 공식 SNS 계정에 올리고 구단에서는 ‘K리그 팀 유니폼을 입으시면 티켓을 반값에 드립니다! 원정팀 빼고.’라는 내용의 공지를 할 때, 그림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건 귀신같이도 맞아 들어갔다.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팬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팀의 명운에는 영향을 주는 이유가 뭘까? 요즘은 전부일 때가 더 많은 것 같긴 하지만 심판의 경기의 일부이듯, 팬들 또한 경기에서 비중을 가지는 요소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본인들만으로 경기를 뛰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1명이 뛰는 피치 밖에는 코칭스태프가 있다. 대기선수 7명이 있다. 팀 닥터가 있으며 매니저가 있다. 그리고 그 바깥에는 수백, 수천 명이 한 목소리로 하나의 목적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야유조차 특정 선수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기사화되는데, 응원이라고 영향을 못 줄 게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프로선수들이 기댈 곳은 팬이고 그렇기에 팬들은 경기에서 명백히 본인들의 지분을 갖고 있다.

 

생각해보자.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응시하면 언제나 자신들을 받치고 지지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욕을 퍼붓거나, 뛰어들어와 위협을 가하거나 승부에 직접적 관계가 없는 외부자를 끌어들여 자신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생소한 환경을 연출하고 상대에게는 없던 전의도 머리끝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과연 경기력에 손해가 없을까? 그게 온라인이어도 다를 건 없다. 요즘 세상에 선수들이 인터넷을 안 하지도 않을 거고, 프로라고 해서 멘탈이 반드시 좋을 것이란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화풀이가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어진 기회에 보답은 못 할망정 성실함조차 보이지 않는 선수들에게 가하는 비판까지도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돈과 시간을 대가로 경기를 보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다하지 않은 선수는 욕을 먹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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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별다른 근거도 없이 알게 뭐야? 지금 내가 신나는데.” 식의 과도한 비난을 가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 ‘함께뛰자 2019’를 모토로 뭉쳐야 산다를 이야기하는 FC 서울의 팬들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이 팀은 열악하다. 3위라는 순위는 결코 당연하지 않다. “작년만 못했고 항상 여기였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지금 이 팀이 갖고 있는 선수들의 면면과 깊이가 어떤지 돌아봐야 한다. 슬프게도 이미 구단 SNS에는 ‘2018년으로 돌아가냐는 댓글이 적지 않다. ‘0입의 난을 겪은 직후에 경기력과 결과까지 곤두박질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백번 이해하고, 나 또한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을 언급하는 게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아직 그럴 만한 위치가 아니다. 성적을 올렸는데도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해 기분이 상한 일, 아마 다들 학창 시절에 겪어봤을 것이다. 4위와도 7점 차이가 나는 3위를 만들어놓고도 “11위하던 때랑 똑같네?”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건 선수들 입장에선 노력할 이유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프런트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하는 마당에 팬들까지 그전에 잘하다가 몇 경기 좀 아쉬웠다고 전의를 상실케 만드는 건 팬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비판을 할 거면 진짜 범인들을 명시하고 하도록 하자. 지금 팀이 주춤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승경쟁이 가능한 위치를 그게 아닌 전력임에도 만들어낸 팀에게 특식을 주기는커녕 굶김으로써 퇴보하게 만든 사람들이다.

 

 

당신의 초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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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는 초심 따위 개나 줘버리라면서 장기하와 얼굴들 활동을 마무리했지만, 지금 비난을 일삼는 일부 FC 서울 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그 초심이 아닐까 싶다. 매년 결과가 나오고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 조건인 만큼 올해의 초심이란 건 아마 시즌 전의 예상일 것이다. 예상만 하는 게 아니잖은가. ‘내 예상 순위는 여기니까, 경기를 지고 실망스러운 모습이 나와도 여기까진 참아줘야지.’ 이런 마음 아마 어떤 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가질 것 같다. 과연 2019시즌 시작 전 FC 서울 팬들 중 1,2,3위를 예상한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예상했던 것보다, 그래서 참겠다고 염두한 것보다 높은 위치에 팀이 있는데도 이 선수가 보기 싫다고, 감독이 문제라고, 2018년으로 돌아갈 거냐고 이야기하는 건 팀과 팬들에게도 이익을 못 주지만 스스로의 생각을 거스르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른 게 이 동네고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난리치는 게 국룰이라지만,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팽개치고 욕하는 데 혈안이 돼있는 몇몇 사람들을 보면 당신이 팬인지 분탕충인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지금 쓰는 이 글은 팬덤의 전반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이야기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아직 그러려면 멀었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아직 팀을 격려하고 있다. 그런데 두렵다. 이 잘못된 행위가 악성 종양처럼 퍼지고 그게 안 그래도 힘든 현장에까지 흘러들어갈 것 같아서. 더 가기 전에 멈췄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단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함께 뛰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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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펨네이션 국내축구 갤러리 '검정빨강'님의 글입니다.

https://www.fmnation.net/football_k/4192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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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도지떡상윤일록 23.12.22.03:41 847 +89
325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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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No.4 김남춘킴기동 23.12.20.22:00 16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