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진지) 심판 은퇴 누른 김에 써보는 심판에 대한 글

 

 

 

1. 북붕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

 

Q. 북붕이 심판 언제 시작함?

A. 2018년 4기입니다. 지역은 서울은 아닙니다. (서울시민 아님)

 

Q. 몇급임?

A. 3급 승격하고 방금 은퇴 눌렀네요.

 

Q. 왜 은퇴함?

A. 사실 본인은 2개 종목 심판 자격증이 있음. 축구, 야구.

두 종목을 병행하기 어렵기도 하고, 축구는 급수가 높아질수록 평일 경기가 많아서 직장 생활하면서 병행하기 힘들어짐. 90%가 주말 경기인 야구에 집중하려 함.

 

2. K리그 관련

 

Q. K리그 심판들 아는 사람 있음?

A. 내가 지금 거주지 말고 대학 때문에 타지역에 7년간 머물렀는데, 그때 심판 지역이동 신청을 해서 그 지역에서 했음. 그 지역 소속으로 K리그 심판 3명, VAR 1명, WK심판 1명 있었음. 2020년에 KFA 소속 FIFA 국제심판들이 각 지역 순회로 심판 현장 실무 강화 교육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 TV에 나오는 심판들 다 만나보고 판정 관련 의견도 많이 나눠봄.

 

Q. 쟤 하는짓 보면 왜 1부 심판인지 모르겠는데 왜그럼?

A. 아마 이 질문이 제일 북붕이들이 궁금해할듯.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현장의 심판 평가와 필드 밖 구성원이 보는 심판 평가의 기준이 달라서'임.

 

K리그를 포함한 모든 엘리트 경기에는 심판평가관이라는 직책이 존재함. 전직 FIFA 국제 심판들이고, 심판평가관 자격을 모두 따로 취급한 사람들임. 심판 강사 자격까지 같이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음.

쨌든 이 심판평가관들이 각 심판의 경기 수행을 평가하며 평가지를 작성하는데, 당연히 '판정의 정확성'이 있긴 함. 근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쟤 맞고 나갔잖아!', '헤이 레프리! 이건 파울이잖아!' 하는 장면에 대한 세세한 평가가 가지는 않음.

 

어느정도냐면, 위에서 말한 FIFA 심판들 교육때 김대용 심판한테 '사이드라인이나 골라인에서 경합 중 우당탕탕 맞고 나가는거(현장에선 소위 '따닥'이라 부름)는 어떻게 판정하냐'고 물었더니 김대용 심판 답은

 

"주, 부심 중 정확히 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판정에 따르고,

아무도 정확히 보지 못했다면 경기의 흐름에 맡기고 (=A팀이 역습 중 우당탕탕 하다가 나갔다면 A팀의 스로인을 줌)

그것도 아니라면... 벤치 가까운 쪽."

 

심지어 옆에 있던 김종혁 심판도 동의한다는 듯이 끄덕였음.

그럼 저 '판정 정확성'은 무엇이냐? 최소한 카드가 나왔어야 할 장면이 평가 대상이 됨. 그정도가 아닌 경합은 정해진 정답이 없다보니 평가하기도 어려움.

 

Q. 요즘 들어 손을 쓰거나 거친 몸싸움에 대해 관대해졌는데 FIFA나 KFA에 지침 같은게 내려온게 있는지?

A. 심판들은 매년 하반기에 이론보수교육을 이수함.

(이걸 받아야 연말 체력측정에 응시할 수 있고, 이 두개를 모두 충족해야 내년도 활동심판으로 등록하고 대상자의 경우는 진급시험에 응시할 수 있음)

한국은 춘추제고 FIFA를 비롯한 대다수 국가들은 추춘제다보니 한국은 FIFA의 바뀐 경기규칙을 보통 반년 늦게 현장에 적용하게 됨. 이 규칙 개정 사항, 그리고 그 외에 중요한 내용에 대한 리마인드를 이 매년 보수교육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게 됨. (참고: 실기교육은 없음)

 

이 보수교육때, '최근 FIFA가 경기의 속도감, 박진감, 인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해 상대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한 몸싸움을 기존보다 관대하게 보려는 성향이 있다'고 언급된 바 있고, 이때부터 우리가 지금 아는 축구의 모습이 되었음.

요약: ㅇㅇ 문서 같은건 없지만 비공식적인 지침은 있음.

 

Q. K리그 보면서 '솔직히 내가 봐도 저거보단 잘보겠다' 한 적 있다 없다?

A. 심판 시작 전에는 있음. 근데 시작한 후로는 그 생각 싹 사라짐.

심판에게 체력은 상상이상으로 중요함. 우리가 '그걸 못보냐'라고 욕하는거 대부분은 심판이 한발 더 가까이, 한발 더 빠르게 이동이 가능해서 적당한 각도를 잡고 있다면 판정이 달라졌을수도 있는 그림임. 심판이 100분 가까이 존나 뛰어다녀야 하다보니 체력 조절과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어느정도 스프린트와 접근을 조절하는데, 우리가 말하는 '헤이 레프리!' 는 대부분 이 조절을 딱 한번 잘못했다가 생기는 사고임.

실제로 '야 이건 누가 봐도 빼박 잘못본거다' 한 장면 다음에 심판이 갑자기 한발 더 가까이 가서 보거나 갑자기 스피드가 빨라지는 장면을 K7부터 월드컵까지 모든 경기에서 다 볼 수 있음.

그러다보니 심판 시작한 후로는 내가 암만 천룡인의 눈을 가졌어도 저 사람들 만큼의 체력을 기를 수 있긴 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저 사람들 많이 뜀. 난 그 사람들만큼 뛸 체력적 자신이 없음.

 

Q. K리그 보면서 심판 욕 한 적 있다 없다?

A. 국가대표 보면서 욕한건 존나 많음. 근데 K리그 보면서는 없음.

 

Q. 왜?

A. 국가대표 심판들은 우리나라 사람 아니잖아.

 

3. 심판 전체 관련

 

Q. 심판 돈 얼마나 벌음?

A. K리그 1 주심 경기당 200, 부심 100, 대기심 50, 추가 부심+VAR 25

제일 적게 받는 초등부 엘리트 전후반 50분 경기 34,000

K7~K5는 경기당 수당이 아닌 그날 하루 출장 나간 하루치를 줌 (하루에 출장해서 여러 경기를 하고 누구는 많이 뛰고 누구는 적게 뛸 수 있는데 다 똑같이 받음)

 

Q. 심판 어떻게 시작함?

A. 각 지역별 축구협회 사이트에 신규 5급 심판 자격증 코스 공고 올라오니 거기 지원해서 교육 듣고 시험(이론+체력) 합격하면 됨.

 

Q. 체력시험 어려움?

A. (남자 기준) 5급: 75m를 20초에 뛰고, 25m를 25초에 걷는걸 4번 하면 1바퀴인데, 이걸 3바퀴.

4급~1급: 75m를 15초에 뛰고, 25m를 20초에 걷는걸 4번 하면 1바퀴인데, 4급 5바퀴, 3급 7바퀴, 2~1급 10바퀴.

P(국제): 75m를 15초에 뛰고, 25m를 15초에 걷는걸 4번 하면 1바퀴인데, 이걸 10바퀴 (걷는 시간이 줄어들어 호흡 회복이 힘들어짐)

★이 인터벌 테스트 직전에, 40m 달리기 측정을 4회 하는데 남자 기준 6.4초 이내에 들어와야 함.

 

Q. 진급은 어떻게 함?

A. 정규 진급: 1년 이내에 출장 경기수 20경기, 그 중 주심 10경기 이상 소화 후 시험 응시 (참고: 5급을 제외하고는 생활체육 경기는 포함되지 않음. 엘리트 경기만 해당.)

비정기 특별 진급: 각 시도협회 추천으로 2박 3일 교육 이수 후 그 자리에서 특별 진급 (첫날 도착하자마자 진급 대상 급수의 체력측정 시작하는데, 이거 통과 못하면 숙소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짐 싸고 귀가)

영엘리트(5~3급): 이전 급수 진급 필기시험 상위 10%(사실상 만점임) 대상으로 정규 진급에 필요한 경기 수를 50% 깎아줌.

 

Q. 심판 해보는거 추천?

A. 서울, 경기권은 내 지역 아니라서 겪어보진 못했는데 심판 배정 등 관련해서 파벌 심하단다. 그거 말고 내가 있던 지역 같은 문화면 추천함.

 

Q. 심판들은 단체행동 안함?

A. 심판협의회 라는 단체가 따로 있는데, 법적으론 아니지만 사실상의 노조와 비슷함.

 

 

궁금한거 있으면 내 신상이 알려지지 않고 아는 한에서 답변 드리도록 노력해봄. (야구도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