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와 첫 직관 오시는 분들께 드리는 미세한 팁- 이렇게 하면 가족 북붕이 될 수 있다! - 장문 주의
오늘 아이와 첫 직관 오시는 분들 계실까요? 며칠 전에 다른 분께서도 글을 쓰셨지만 준비물 + 아이의 심리?에 맞춰서 아주아주 미세한 몇 가지 팁을 드릴까 합니다. 저도 작년 입문 뉴비라 더 잘 아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그래도 성공한 가족 북붕이로서? 몇 가지 말씀 드려요. 참고로 저는 아직 미취학 아동을 키우고 있어 미취학 아 기준입니다. 초등학생 자녀들은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엄만 아직도 내가 애인 줄 알아?" 라는 핀잔 들으실 거예요.
1. 물은 경기장 밖에서 사서 오자 & 선글라스, 모자, 물티슈 준비
- 경기장 내 편의점에서는 에비앙(4000원?)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사람이 상당히 많아 물 한 병 사기도 힘들 것 같아요. 오시기 전에 미리 500 이하 생수 몇 병 챙겨 오시면 좋을 거예요.
- e석과 n석에 오시는 분들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준비해 주세요. 내 선글라스 모자는 안 챙겨도 아이 선글라스와 모자는 챙겨 오셔야 합니다.
2. 아이가 경기 보는 걸 지루해 할 때, 나가자고 할 때
- 아이들은 집중력이 짧습니다. 그리고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라면 모를까 보통의 아이는 전반 25분? 30분 정도 지나면 아마 슬슬 지루해 할 거예요. 사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등 번호도 이름도 잘 안 보이는데 뭐가 재미있겠습니까. 아이가 슬슬 칭얼거리며 집에 가자고 하고, 밖에 나가자고 하면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와, 우리 땡땡이 정말 멋진 걸! 아빠/엄마는 우리 땡땡이가 딱 10분 보고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벌써 25분이나 있었네? 와, 우리 땡땡이 진짜 형님 다 되었네!, 엄마는 우리 땡땡이가 (아이 실제 나이)살이 아니라 (아이 실제 나이+1)인 줄 알았어." 라며 너스레를 떱니다. 이 나이 때 아이들은 본인이 형님이 되었다는 것에, 무척 자부심을 느끼잖아요? 그걸 이용하는 겁니다. 그럼 조금은 더 버텨 줍니다. 그래도 힘들다고 하면 밖에 잠깐 나갔다 올까? 하고 화장실이라도 다녀오세요ㅜ 아이와 같이 갈 때는 자주 드나들어야 할 수도 있 저는 무조건 통로에 앉습니다.
이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좀 기다려 봐. 이거 진짜 중요한 경기야." 축구 좋아하는 엄마/아빠한테나 중요하지 오늘 처음 따라온 아이에게는 전혀 중요한 경기가 아니에요.
이건 일상생활에도 적용 가능한데 "이제 n살이니까/초등학생이니까 옷은 스스로 입어야지?" 이렇게 형님이 되었으니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심어주는 말 대신 "와, 옷도 스스로 입다니 엄마는 땡땡이가 6살이 아니라 7살인가? 했잖아. 정말 멋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3. 경기장에서만 허용 가능한 간식
- 축구장 = 좋은 곳이라는 기억을 심어 줘야 해요. 저는 집에서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간식을 축구장에서 먹게 해 줍니다. 며칠 전에 같이 과자 사러 가기도 해요. 실제로 저희 집 어린이는 홈런볼, 프링글스 같은 과자를 축구장에서 처음 먹어 봤어요. 아이도 뭔가 재미 하나는 있어야 하니, 평소 내가 아무리 유기농만 먹이고 한살림, 초록마을, 오아시스 회원이었어도 축구장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스스로와 타협하고 아이에게 뭔가 허용해 주셔야 해요. 그래도 난 한살림, 초록마을, 오아시스 포기 못 해! 하시는 분들은 그 안에서 뭔가 다른 걸, 새로운 걸 사서 주시면 됩니다.
4. 골이 들어가면
- 아이를 높이 안아 축하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 땡땡이가 같이 와 준 덕분에 ___ 선수가 힘이 나서 골을 넣은 거 같다고 또 너스레를 떱니다.
+++사실 서울이 골을 많이 넣으면 아이가 경기를 지루해할 틈이 없어요 ㅋㅋ 제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경기는 작년 그 7:2 경기입니다. 에푸씨야 잘 해라!
5. 승리하면
- 오늘 땡땡이가 같이 와 줘서, 응원해 줘서 선수들이 힘이 나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또 너스레를 떱니다. 아이들도 누군가를 돕고 싶어하고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해요.
6. 오늘 자기 전에 + 내일 저녁이나 며칠 후 저녁에
- 자기 전에 아이에게 오늘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아빠/엄마는 오늘 땡땡이와 아빠/엄마가 좋아하는 걸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사람도 많고 시끄럽고 불편했을 텐데 정말 많이 고마웠다고, 아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 축구장에도 함께 갈 수 있어서 좋다고, 다음에도 함께 가면 좋겠다고, 앞으로도 더 즐거운 일, 신나는 일 같이 많이 하자. 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내일 저녁이나 며칠 후 저녁에 작은 케이크(조각 케이크)를 하나 사서 초를 하나 꼽고 아이의 첫 직관을 축하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축구장 = 좋은 곳, 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빠/엄마가 같이 축구장 다녀온 게 정말 많이 행복해서 함께 축하하고 싶었어. 땡땡이랑 이 행복한 기분을 나누고 싶었어."라며 같이 초 불고 축하하셔도 됩니다.
7. 기타
- 경기 없는 주말이나 평일에 팬파크에 가서 같이 유니폼을 사도 되고, 우리 홈페이지 보면서 선수 등 번호 - 이름 같이 알아보는 것도 좋고, 줌인서울 보면서 혹시 우리 땡땡이 나왔나 같이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아이 양치 마무리 할 때 '1번 백종범 ... 99번 아이에쉬'까지 말하며 양치 마무리 도와주기도 했었어요. 아이도 잘 아는 선수를 일부러 틀리게 말하거나 생각 안 난다고 하면 아이는 아빠/엄마가 모르는 걸 알려준다며 기뻐할 거예요. 그럼 또 땡땡이가 우리집 FC서울 선생님이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그리고 아이 앞에서 그 자리에 없었던 아빠/엄마에게 우리 땡땡이가 이랬다며 많이 놀랐다고, 우리 땡땡이 정말 대단하다고 또 너스레를 떱니다.
- 제 지인 중에도 아이와 버스, 지하철 대신 늘 자차로만 이동하는 이들도 가끔 있는데 경기장에 갈 때만이라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 보는 것도 아이에게는 신나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무엇을 타고 갈지 아이와 함께 알아보고 아이에게 안내를 맡기는 것도 아이에게는 큰 재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칭찬해 주세요. 땡땡이가 버스 번호, 지하철역 이름을 잘 기억해서 무사히 왔다고 엄마/아빠 혼자 왔으면 길 잃었을 거라고 또 너스레를 떱니다.
한 줄 요약: 너스레를 떨자.
8. 기타 중요
-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사람이 많다가 보니 미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안전을 항상 잘 챙겨 주시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아쉽더라도 경기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나가는 것도 아이를 위한 방법입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아이가 무거워도 아이를 안고 이동하는 것도 아이의 안전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혹시 엄마/아빠 손을 놓쳤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대신 눈 앞에 편의점이 보이면 그곳에 가 있으라고 해 주세요. 땡땡이가 어디에 있든 엄마/아빠는 땡땡이를 다시 찾을 거고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아이와 함께 오시는 분들, 모두 안전하게 즐겁게 관람하시고 자주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북붕이를 꿈꾸는 모두가 행복한 가족 북붕이가 되는 그날까지 화이팅!
그리고 보통 엄마가 축구장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처음부터 같이 가자 하지 마시고 몇 번 아이만 데리고 오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걸 우리 둘만 하니 좀 아쉽다. 엄마도 같이 오면 좋을 텐데..." 이야기하면 아이가 엄마에게 같이 가자고 이야기하며 엄마를 축구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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