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부모님들 경기장에서 아이들을 방치하지 말아주세요..
오늘 포항전 직관 했는데요..
제 뒤에 아주 어린 아이 5명이 같이 앉아있었어요
먼저 온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아이 어머니는 아이들 1층에 냅두고 2층가서 관람하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직관도 꽤 자주 왔나 봐요 응원가도 다 아는 수준이더라구요
전 애기를 무척 좋아해요 귀엽잖아요
그리고 애기들이 하는 행동을 대부분 이해하려 해요
아이들은 감정에 솔직해요
팀이 못하면 짜증내고 소리지르고 욕하고
경기 져서 짜증나니까 쓰레기도 가져가기 싫어해요
응원가 부르기 싫을 때는 안 부르고 자기네들끼리 큰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어요
이런 행동들? 저는 백번 천번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잖아요. 그걸 포용해주는게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도 어렸을 때 축구장은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어다녀도 아무도 뭐라 안하는 곳이었어요
어른들은 제게 화를 내지 않았어요 오히려 음료수나 과자를 사주며 축구장에 계속 오라며 대견하게 여기던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도 매주 축구장에 가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긴 축구장이에요.
자기 감정에 솔직해도 되는 곳이지만, 적어도 내가 앉은 곳이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항 선수가 누워 있는데 애기들이 왜 "역시나 패륜"을 외치고 있나요? 수원 응원가도 부르고, 포항 응원가도 따라부르고
전 괜찮아요. 역시나 콜을 들었을 때는 좀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여긴 축구장이에요.
일상복으로는 입지도 못하는 15-20만원 하는 옷을 사고, 대중가요는 안들어도 최신 응원가는 줄줄 외워서 오는, FC서울과 축구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에요.
오늘같은 땡볕이 좌석을 강타하는 더운 날에, 경기도 뜻대로 풀리지 않아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지만 결국 대량 실점후에 패배를 맞이한 감정이 들끓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관람 매너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프리카 초원에 아이를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이라면 아이의 행동을 존중할 줄 알지만 '짐승'은 어른아이를 가리지 않잖아요
다행히도 오늘 애기들 주변에 앉아있던 어른들은 그런 행동들은 못 본 척 해주었어요. 더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며 아이들의 목소리를 덮어주었어요
늘 오늘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아이들에게 관람 매너를 가르치고, 경기장에서 아이를 방치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진심으로 걱정돼서 드리는 말이에요. 진심으로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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