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을 늘리려면 궁극적으로 축구를 잘 하는게 1번인데..
일단 나는 19년도에 입문해서 욘스가 3등하는 걸 본 게 최고 성적이고,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우리 팀 팬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첫 입문은 이 팀이 너무 좋아서 한 건 아니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라이트하게 좋아하는 와중에 나랑 아무 접점도 없는 해축팬을 하는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고 (나는 잉국 가본 적도 없는데 어떤 팀을 정해서 응원하는게 좀 와닿지 않았다고 해야되나?) 새로운 취미도 가지고 집에서 가까운 팀을 한 번 응원해볼까 싶은 마음에 라이트하게 경기 보기 시작한게 여기까지 왔지..
처음으로 굿즈나 유니폼도 구입해보고 시간 나면 직관도 오고 (주변에 개축 보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서측도 갔다가 지금은 북측 응원석에서 봄) 주변에 심심하면 같이 경기 보러 오자고 많이 하는 편인데
이놈의 팀 경기력 때문에 오는 지인들 족족 떨어져나갔다.
일단 지금은 아내가 되었지만 당시 여자친구 데리고 왔던 홈 4경기에서 무 패만 캤고, 그 중엔 최중사가 거하게 똥싸서 비겼던 울산전과 지난 시즌 모두를 분노하게 만들었던 전북전도 있었다.
데리고 올 때마다 경기력은 X박고 비기거나 지니까 이제는 안 오려고 한다. 자기가 보러 와서 지는 거 아니냐.. 서울 질 때마다 오빠 기분도 안 좋고 경기장 나오면 사람들이 다 분노에 차있다.. 나중에 아기 낳더라도 축구장 안 데려오고 싶다.. 우리 뒷 자리에 있던 초등학생 애들도 화내고 그러는데 교육상 안 좋은 것 같다... 라고 하는데 내가 할 말이 없는 거다.. 이번 시즌부턴 직관 안 따라오고 가끔씩 서울 잘 하냐고 물어보는데 아직까지 할 말이 없다^^
린가드 왔을 때도 아내가 안 오려고 해서 인천 홈 개막전 때 주변에 축구 라이트하게 좋아하는 친구 2명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경기는 다들 알겠지만 무득점에 경기력은 ㅈ박았고.. 지더라도 재밌게 경기했으면 모르겠는데 5만명 모아놓고 안일한 정신머리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경기력으로 처음으로 개축 경기장을 찾았던 2명을 영원히 떠나보냈다. 경기 데려온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선수들이야 몇 경기 쉬엄쉬엄 뛰어도 다음 경기가 있을 것이고 내가 잘하든 말든 연봉 따박따박 들어오니까 절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당장 경기장에서 내 눈 앞에 보이는 팬들은 많으니까...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십년만에 경기장을 찾은 사람일 수도 있고,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사람일 수도 있는 거다.
내 안일하고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 때문에 잠정적으로 팬이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얼마나 떠나보내고 있었는지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솔직히 설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성적을 떠나서 욕을 하면서도 응원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당장 매북만 봐도 성적 안 좋으니까 관중 뚝뚝 떨어져나가는 것처럼.. 계속 이런 식으로 못 하면 린가드 효과고 뭐고 팬들 유입은 커녕 라이트한 팬들은 떨어져나갈 것이다.
감동과 낭만 없는 스포츠에 내 시간과 돈을 들여서 응원할 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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