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진지) 심판 재량권이 얼마나 세길래 '심판판정 존중'이 있을까?

1. 우선 규정적 측면을 보도록 하자.

 

위 사진은 FIFA의 축구경기규칙이다.

규정에서부터 '자신의 견해에 기초해'를 적시, 심판의 주관에 따라 같은 상황, 다른 판정이 나오는 것이 당연함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여러번 언급한 적 있지만, 축구경기규칙이 야구, 배구 등의 흑백논리적 구성을 가진 타종목과 달리 모호한 면이 많은,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의도 등과 같은 것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레이 재개 이후에는 주심이 자신의 오심을 알더라도 번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역시 축구경기규칙이다.

심판의 '경기규칙에 의거한 판정'으로 인한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

'경기규칙에 의거한 판정'이니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주심의 권한을 다시 보고 오자.

너무나도 명백한 경기규칙 오류가 아닌 이상, 주심의 판정이 '자신의 견해에 기초해' 나온다는 것을 인정하는 현행 규칙에서는 대부분의 판정을 보호받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여기에 언급하는 명백한 경기규칙 오류란, 체감이 되게끔 극단적인 예를 들어주자면, 경고 2장 나왔는데 퇴장을 주지 않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참고: '경고 2회'는 '퇴장사유'인거지, 그것이 심판 판정 없이도 당연히 발동되는건 아니므로 '경고 2회' 후 주심이 엄밀히 레드카드 쇼를 거부한다면 퇴장시킬 수 없다.) 

 

 

다음은 축구경기규칙이 아닌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 규정이다.

심판의 권한은 이미 경기규칙에서도 명시했으니 큰 의미가 없으나,

밑의 제20조 심판의 의무에 '판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기 결과'와 관련된 점이 없다는걸 특기하자.

 

2. 이젠 실제 현장에서의 측면을 보자.

 

우리는 체육계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 타입이 있다. 상명하복, 엄숙주의 등. 그렇다면 축구 심판도 그럴까?

 

뭐 전체적으론 있긴 하다.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주관적 판정'에 대해선 선배도 절대 후배를 터치하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다음의 실사례가 있다.

 

A(국제심판, 당시 K리그1 심판)와 B(당시 경력 3개월차 5급 심판)가 같은 경기에 투입되었다. B가 주심, A가 부심이다. 경기가 끝난 후 미팅에서 다음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A: B야, 아까 그 장면 제대로 봤어?

B: 네 봤어요. ~한 장면 아니에요?

A: 맞아. 그거 왜 안불었어?

B: ? 전 그거 파울 아니라 생각해서요. 전 ~했다고 봤어요.

 

이 다음에 A는 해당 장면에 파울이라고 생각한다고 가정할 대, 이 다음에 올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A의 대답은 무엇일까? 대부분 A가 '~로 생각사는게 좀 더 합리적이며, 파울을 주는게 맞다'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A의 답은 이렇다.

 

A: 그래 너 생각이 그렇다면 그게 맞는거지. 그렇게 설명할 수 있으면 된거야.

 

경력 10년 이상의 국제심판도 경력 1년도 안된 말단 심판에게조차 주관을 지적할 수 없다.

참고로 짐작하겠지만, 이 사례의 B는 본인이다.

'에이 설마, 저래놓고 뒷담 까거나, 다른 높으신 분이 한마디 하거나,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있었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판정에 대해 나중에 토론하는 분위기는 있었지만(=본인과 같은 생각을 하는 심판도 있으며), 본인에게 뭐라하거나 불이익은 절대 없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심판들도, '너가 직접 겪어보면서 주관을 다듬어야지 우리가 얘기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라고 다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결론: 심판의 재량권은 너무나도 막강하다. 심지어 무려 경기규칙이 과도할 정도로 이를 보호한다. 실제에서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똑같은 상황에서 언제나 같은 판정'을 기대하는건, 일단 경기규칙에서부터 불가능하다.

 

질문 있으면 아는 선에서 답변해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