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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런트가 만들고 선수단이 기름 부은 총체적 난국, 팬들만 죽어나는 지옥 'FC서울'

AP26 title: 뗑컨AP26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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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지금 너희 안 되고 있는 게 딱 2가지가 있어… 뭔지 알어? 지금 너넨 디펜스랑 오펜스가 안 돼!"


이 명언(?)은 무려 22년간 고려대학교 농구부의 수장을 맡으며 성적과 스타 육성을 모두 잡아낸 명장 박한 감독이 작전타임 도중 남긴 말이다. 자세히 들으면 좀 웃기다. 당최 공격과 수비가 안 되는데 뭐가 되고 있다는 건가. 2020시즌의 FC서울은 전형적으로 저런 팀이다. 되는 게 없는 팀. 따지고 보면 디펜스랑 오펜스가 안 되는 고대 농구부보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고대 농구부는 예나 지금이나 선수 스카웃 같은 운영은 기가 막히게 잘해내고 있지만, 서울은 그라운드 안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은 공격과 수비가 안 되지만, 공격과 수비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한식으로 풀어보자면 이쯤 될 것이다.


"야…이 썩을 놈들아… 지금 너희 안 되고 있는 게 딱 2가지가 있어… 뭔지 알어? 지금 너넨 경기랑 구단 운영이 안 돼!"

그럼 도대체 되는 게 뭐란 말인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서울의 상황을 짚어 보자.



결과를 보여주지 못함에도 시끄러운 선수들

강등경쟁을 벌이게 된 1차적인 책임은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외부요인이 아무리 심각해도 프로팀에서, 그것도 아무리 낮춰 잡아도 연봉 총액이 5위 안에는 들 팀에서 꼴찌로 강등되네 마네 하고 있는 이상 뛰는 사람들한테 잘못이 없다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시즌 초반부터 한 번만 당해도 몇 년간 회자될 점수차의 대패를 몇 번이고 기록한 이 팀은 감독대행 체제 이후 잠깐 나아지나 싶더니 최근 또다시 납득하기 힘든 경기만을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만들어서 골을 넣은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공격부재와 세트피스로 대표되는 수비불안은 팀을 나락으로 보내는 중이다.

서울엔 30대 중반으로 타 팀 같으면 조커로 관리받으며 뛰고 있을 박주영 외에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격수가 없다. 그마저도 이번 시즌 5골을 채 넣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가는데 팀 득점 공동선두 세 명은 나란히 3골씩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게 지금 뛰는 공격자원의 무조건적인 책임이라고 보긴 힘들다. 기본적인 공격전개가 안 되는데다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은 어제 경기에서 상대가 일찌감치 라인을 내리고 버텼음에도 위협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잦은 전술 및 선수 변화와 그에 따른 계속되는 실수는 팀을 느리게 만들었다. 줘도 해결하지도 못하고 간수하지도 못하는데 뭘 믿고 패스를 건넨단 말인가? 게다가 지난 시즌 큰 비중을 차지했던 박동진과 페시치가 모두 자리를 비웠지만, 어느 누구도 대신 유니폼을 입지 않은 것도 극악의 공격력에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수비다.

어제야 박종우의 기가 막힌 오른발 프리킥으로 졌지만, 사실 서울 팬들은 그 정도의 위기가 아니라 평범한 프리킥이나 코너킥 혹은 역습에도 항상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 상황만 오면 어딘가 비어버리는 수비진 때문이다. 계속해서 수비가 자리잡아야 할 곳에 없어 골이나 위기를 주는 건 비판할 수 있는 요소다. 가뜩이나 한 골이 소중하거나 치명적인 팀의 위치에서 주지 않아도 될 골이 비슷한 패턴으로 많아지는 건 잘못된 일이다. 아무리 감독이 없어도 훈련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연습부족은 아닐 테고, 1년 내내 불거졌던 집중력 문제를 또 꺼낼 수밖에 없을 텐데 2018년을 경험한 팀이 최하위와 승점 4점밖에 차이가 안 나는 상황에서 그게 떨어지는 게 정상인지 묻고 싶다. 그 해 이후 분노의 영입으로 선수단이 물갈이돼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면 차라리 좋겠다. 겪어본 자가 분명히 있는데 다시 밑바닥에서 허술한 플레이로 실점을 자초하는 건 욕을 먹어도 싸다. 팀과 팬에게 또 한 번의 불명예를 안기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데, 지켜보는 사람들이 무작정 옹호해줄 순 없는 것 아닌가?

더구나 이런 힘겨운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내부문제는 팬들로 하여금 이 팀을 계속 지지해도 정신건강이 괜찮은가를 의심케 한다. 황선홍 전 감독 때부터 불거지던 선수단의 갈등은 올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진위여부가 나온 건 없지만 루머가 계속된다. 하기사 그 최용수 전 감독조차 끝내는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해 부진했던 성적과 합쳐 더 괴로운 말년을 보낸 걸 생각하면, 떠나버린 감독대행과 앞일을 모르는 코치가 그걸 통제할 수 있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시신경이 썩어들어가는 경기를 보고 "이렇게는 못 살아!"를 외치며 잠에 든 서울 팬들은 날이 바뀌니 아예 새벽부터 또 한 번 OME를 외치고 있다. 잘 한 게 없는 프런트가 부담될 수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역시나 잘 한 게 없는 선수단이 기사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1년 내내 사건사고로 고통받으며 정상적이지 못한 취미생활을 했는데, 어째 갈수록 회복되기는커녕 후반부가 가장 파국인 듯하다. 이쯤 되면 서울 팬들의 평온한 일상생활은 과연 가능한가 의심될 지경이다.

"우리만 2년 전을 기억하냐?"는 힐난은 이제 프런트 한 곳으로만 가지 않는다. 선수들도 위기와 치욕을 전부 잊은 듯한 모습으로 눈 뜨고 봐주기 힘든 경기를 계속하고 있고, 그 와중에 불만을 밖으로 표출해 팀이 더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버린 주체는 따로 있다. 까도 까도 더한 문제가 나오는 팀, 이 얼마나 무서운 재난인가?


서울 프런트에게 없는 것 1 : 상식

이 부제목을 본 사람들은 반문할 것이다. 대기업 계열사 임직원한테 상식이 없는 게 가능하냐고. 놀랍게도 FC서울의 최근 3년간을 보다 보면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2018시즌의 서울 FC 마르티스(지금은 사라진 전설의 팀이다. 정말 신박하고 재미있는 구단 운영이 이뤄졌던 팀이니 모르면 한 번 위키로 찾아보시길 바란다)나 할 법한 막장 운영과 2019시즌 '0입의 난'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2020년에 벌어진 일만 이야기해도 차고 넘치니까. '지난 2년간 저렇게 개판 5분 전으로 팀을 끌고 갔으면 배운 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만 남겨두겠다.

그렇다. 이 지능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 프런트는 2년 동안의 대실패를 통해 뭔가 배우기는커녕 더한 막장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 개판 5분 전에서 완전무결한 개판이 되고 만 것이다. 아마 임성한, 문영남, 김순옥 작가 같은 막장계의 전설들도 FC서울의 프런트를 영접하고 나면 감탄할 것이다. '저런 개막장을 이제야 알았다니!'

서울 프런트의 2020시즌 막장극이 본격화된 시점을 지금도 기억한다. 잊기엔 너무 치욕적인 일이었으니까. 필자는 4주 동안 땅을 구르며 훈련소를 다녀온 뒤, 축구 커뮤니티에서 평소의 Buk패가 아니라 '딸패'라는 요상한 멸칭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팀을 뜻하는지도 몰라서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며칠 동안 글이 올라오고 보니 그 단어가 서울을 가리키는 걸 알게 됐고, 검색을 해 봤다. 그건 바로 성인용 자위기구인 리얼돌을 경기장 관중석에 설치해 매를 번 것에 대한 조롱의 표현이었다. 허접한 글이지만 칼럼이라면 칼럼이니 거친 단어가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독자가 있을 수 있는데, 한 번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욕을 안 쓰고는 도무지 서술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아니 ○○○, 기껏 소식도 못 듣고 훈련받고 왔더니 응원팀이 맨날 쳐 지는 최하위권이 된 것도 모자라서 딸패라고 불리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굳이 나같은 사람이 아니어도 서울 팬이면, 아니 스포츠팀 팬이면 자기 팀이 '딸*' 같은 입에 담기도 뭐한 소리로 불릴 짓을 한 걸 납득할 수가 없을 것이다. 뻘짓을 하고 욕을 먹는 것도 정도가 있지 힘들어도 믿고 지켜봐온 사람들한테 수치를 주는 건 뭘 하자는 건가. 이벤트 대행사가 어떤 일을 해온 회사인지, '인형'에 적힌 문구가 뭘 의미하는지 체크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고 팀의 위신을 지옥으로 보낸 건 상식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렇다 치자. 선수들이라고 내가 몸담는 팀이 딸패가 되고 친한 타 팀 선수들이 그걸 갖고 놀리는 와중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서울다움? 자부심? 모르긴 몰라도 이 사건을 기점으로 와장창 깨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FC서울 프런트의 비상식을 넘어선 '무상식 운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성용 복귀에 관한 이야기야 잡음이 굉장히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잘 마무리됐으니 그렇다 치자. 문제는 겨울에 해야 했던 일을 사고를 쳐가며 여름으로 미룬 대가다.

'30분 만에 끝낼 일을 30년 걸려서 한다면, 조만간 30년에 걸쳐 해야 할 일을 30분 만에 끝내야 할 때가 올 것이며, 아주 ○○○ 같은 일이 될 것이다.'

극작가 버나드 쇼가 남긴 명언이다. 프런트의 이적시장 행보와 서울의 공격진을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겨울에 끝냈어야 할 기성용 복귀를 6개월 걸려서 했으니, 조만간 여름이적시장 전체에 걸쳐 해야 할 일이었던 공격수 영입을 며칠 만에 끝내야 할 때가 와 버렸고, 여기서 실패하며 아주 ○○○같은 강등경쟁을 펼치게 된 것이다. 당시 서울은 '감독과 프런트가 원하는 선수가 서로 다르다', '코로나19에 따른 이적시장 냉각과 자가격리로 인해 선수 영입이 어렵다' 등 갖은 핑계를 대 가며 결국 손을 놔 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소리다.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와중에 강등권에 가 버렸으니 최용수 전 감독과의 결별은 예정된 일이었고, 프런트가 그렇게 감독을 아끼지도 않았다. 오히려 굶겨죽이는 운영을 계속하다 관계가 나빠진 쪽이었다. 그렇다면 감독 의중에 개의치 않고 라스든 제리치든 영입하면 될 일이었다. 느리고 기량이 의심된다고? 그래서 지금 서울 공격진의 상황이 미심쩍은 공격수는 없어도 될 정도인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1년에 1골 넣는 선수(누구라고 말 안 했다)도 아쉬울 지경의 빈공이 찾아왔다. 자가격리 핑계도 쓸모가 없다. 국내 타 팀에 있던 선수가 둘이나 후보 선상에 올랐다. 그게 아니어도 다른 K리그 팀들은 자가격리를 감수하며 선수를 영입해 쓰고 있다. 두 명의 구스타보와 바로우, 에디뉴, 올렉, 까뇨뚜 같은 선수들을 여름이적시장의 수확으로 삼은 팀 직원들이 서울 프런트가 남긴 말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아마 비웃지 않을까? 전 감독이나 여건을 탓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공격진에 아무 힘도 쓰지 않은 건 오롯이 프런트의 책임이다. 그러니까, 팀이 이 지경이 된 데 최소한 30% 이상의 책임은 이미 프런트에게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면 좀 낫겠다만, 공격수보다 더 큰 빈자리가 서울의 파이널 라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독이다. 광주 원정부터의 경기력과 교체 카드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김호영 감독대행은 밖에서 보기엔 잘 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지금은 글로 써주기도 뭐한 호칭을 얻어가며 평가가 괜찮던 김 전 대행은 수원전을 이틀 남기고 팀을 떠났다. 프런트가 출전 명단에 개입하고 고참을 출전시키려고 하면 싫은 소리를 했다는 기사가 나온 건 넘어가자. 어찌됐건 강등 가능성이 사라지지도 않은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경기를 48시간 앞두고 책임자가 팀에서 나간 건 그 자체로 잘못이니까. 하지만 이후 두 경기가 끝났음에도 신임 감독 결정에 속도가 붙지 않는 건 의아함을 넘어 분노가 생기는 일이다. 박혁순 감독대행과 이정열, 김진규 코치는 물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행대행은(오타가 아니다) 두 해 전까지 오산중학교 코치를 맡았고 서울 코치로는 아직 두 시즌을 채우지 못한 지도자다. 이정열 코치는 올해부터 서울 코치 생활을 시작했고 김진규 코치는 아예 6월부터 서울에 올라와 재임 기간이 반 년도 되지 않았다. K리그1 팀을 그들만의 지도에 기대게 하는 건 무리한 일이라는 것이다. 강등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김 전 대행이 날아간 이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보다 밑에 있던 팀들은 성남을 제외하고 치고 올라오고 있다. 발 한 번 삐끗하면 2018시즌보다 더한 광경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과 수원은 새 감독을 들이고 확실한 반전을 이뤘다. 감독대행 체제지만, 강등권과 정식 감독 경험을 모두 가진 이기형 코치에게 방향타를 맡긴 부산은 조타수가 없어 울렁이는 서울을 잡고 급한 불을 껐다. 강등될 수 있고, 감독을 선임해야 혼란이 잡힌다. 그렇다면 감독을 구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서울은 팀 내부에서 나갈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는 김호영 감독대행 이후를 원하면서도 똑바로 준비하지는 않았고, 예상치 못한 런동님 사태를 겪은 후에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무상식 운영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부담스럽게 훈련 보러 오지 마라. 훈련을 매일같이 지켜보면서 지도해 팀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장을 데려와라. 선수를 돈 보듯, 정떨어지게 베팅한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그러지 않아도 팀에 훨씬 도움이 될 감독에 베팅해라. 오늘 올라온 기사는 선수단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잘하기는커녕 똑바로 한 일 하나 없으면서 이제 와 미봉책으로 선수들을 구슬리려 하는 프런트는 도대체 어디에 도움이 된단 말인가. 올해의 거의 모든 일들을 실패로 끝내놓고 이것마저 똑바로 못 하면 '2부리그 원정 가서 버스에서 내려보니 논두렁인' 최용수 전 감독의 악몽은 아무리 상상이던 것도 다 현실로 드러난다. 그 때 가서 또 땅을 치고 후회해야 하겠나?


서울 프런트에게 없는 것 2 : 책임

이 짐짝 같은 프런트에게 없는 건 상식만이 아니다. 책임도 없다. 서울은 2018년과 2020년 책 잡힐 만한 일을 끝도 없이 많이 일으켰다. 아직까지는 결말마저 최악으로 나온 2018년이 좀 더 크게 느껴지는데, 놀랍게도 이 때 프런트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1명도 없었다. 황선홍 전 감독이 성적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났다. 이을용 전 감독대행은 2군 코치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려다가 구단이 감독 자리를 메워달라고 해서 메웠더니, 최용수 전 감독이 돌아온 후 어떤 직책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팀을 나가야 했다. 책임을 진 사람은 저 둘이 전부다. 운영을 잘못해 팀을 그 지경으로 만든 사무국에서 책임이란 걸 진 사람은 없거나,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았다.

떨어지는 체면을 무릅쓰고 글을 남기신 분한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게 책임은 아니지 않은가. 구단 역사상 최초의 하위 스플릿은 물론이고 승강전 추락에 대한 책임을 이 정도로 넘기려 했다면 최소한 저 성의없는 글에 나와있는 말들만큼은 지켰어야 책임을 다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이 2018년 이후 철저하게 반성했나? 반성할 점에 대한 개선의 방법을 마련했나? FC서울의 컬러를 되찾았나? 젊고 역동적으로 축구했나? 미래가 기대되는 것도 사치니 두렵지나 않게 운영했나? 그랬으면 이 모양 이 꼴까지 올 일이 없었겠지. 2020년, 지금 시점에서 저 글을 다시 보고 있자니 이건 뭐 지켜진 약속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이게 책임의 1/10은 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나? 아마 아닐 것이다. 배가 침몰하거나 암초에 부딪히면 책임은 관계된 사람 모두가 져야 한다. 선장은 물론이고 선주와 해당 해운사, 항해사와 승조원들까지 전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위험을 가벼이 여기고, 결국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는 다시 일어난다. FC서울이라는 배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선장과 몇몇 항해사만 책임진다. 그런 부족한 결정 끝에 5년 내지는 10년에 한 번 터져도 충격적인 사고를 단 1년만 거르고 다시 일으켰다. 심지어 2018시즌은 선수단과 성적만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구단의 전 부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급성 피부발진처럼 일어나며 구단 전반을 놓고 봤을 때 역대 최악의 1년이 되고 있다. 이번 시즌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전례인 2018년을 봐서는 이번에도 팀이 달라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의 패권을 노렸던 팀을 3년 동안 강등권에 두 번 들어가는 재기불능의 지경까지 끌어와놓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무엇도 고치지 않는 사무국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서울도 개혁될 수 없다. 위에서는 도와주기는커녕 싸우기나 하는 와중에 코칭스태프와 선수만 죽어라 노오력한다고 안 될 일이 되진 않는다. 그건 쥐어짜서 강등권팀을 1년 만에 3위로 만들어놓고도 실패한 최용수 감독 2기를 봤으니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일은 무능한 사무국과 바닥인데도 성질이나 부리는 선수단이 만들었는데, 그놈의 책임은 왜 지켜보는 팬들만 지고 있는 건지 미스터리할 따름이다. 


서울 프런트에게 없는 것 3 : 미래

슬프게도 아직 안 끝났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만 놓고 봐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 같은데 말이다. 상식도 책임도 없는 이 프로구단 사칭 괴뢰집단은 빈민가 4수생 김기우도 다 있는 계획이 없다. 최근 몇 년간 팀의 영입 선수 리스트와 행보를 보고 판단해보자. 구단의 기조는 한 해가 멀다 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황선홍 전 감독 부임 이후 첫 비시즌인 2017시즌엔 연봉체계고 뭐고 국내 고연봉 선수를, 딱히 A급도 아닌 국내 고연봉 선수를 수집했다. 연봉체계를 이유로 보강은 커녕 기성용마저 걷어찰 뻔했던 현재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다. 이때부터 프런트는 뭔가 잘못됐다고 팬들에게 퇴선명령을 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승 물이 아직 덜 빠진 팬들은 어느 정도 비판했을 뿐 손절을 치지는 않았다. 

2018시즌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장 전력에 큰 플러스가 될 것 같진 않은 급의 선수들을 골라 데려왔다. 다만 이 선수들의 나이대가 젊은 편에, 연령별대표팀 경력도 있어 17년 말로만 떠들던 리빌딩을 본격적으로 하려나 보다 하는 추측은 있었다. 개인적으론 18년도 이적시장(김성준, 박동진, 정현철, 안델손, 에반드로)을 17년도 이적시장(김근환, 신광훈, 이상호, 마우링요)보다 높게 봤다. 방향이 있는 것 같아서. 젊은 선수들을 키워 당시 감독이 주장하던 빠른 축구를 해볼 생각이 있던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 기대는 시즌의 모습과 결과를 통해 처참히 깨졌다. 19년도 이적시장에서는 또 전혀 다른 노선을 꺼내들었다. R리그 뎁스를 채우기 위한 영입을 제외하면 새로운 선수는 알리바예프와 페시치뿐이었고, 이는 대규모의 방출 명단과 함께 되지도 않던 리빌딩을 폐기하고 윈나우 노선을 택했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었다. 결과야 좋았지만 불만은 무성했다. 선수들의 체력부족은 시즌이 가면 갈수록 대두됐고 구단은 지난해 최악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최상위권에서 경쟁하던 선수단을 향해 '어떤 추가영입도' 내놓지 않으며 3위도 간신히 마크하도록 방치했다. 내내 부진하다 강등권까지 갔던 18시즌 여름엔 외국인 스트라이커와 공격성이 뛰어난 미드필더의 트레이드 영입을 해줬는데, 우승경쟁도 할 수 있었던 19시즌 여름엔 단식메타를 선택한 것이다. 이쯤 되면 이해를 해주고 싶어도 하도 변화무쌍해서 따라갈 수가 없을 지경이다. 20시즌은 그나마 영입을 잘 한 축에 속했지만, 갖가지 악재가 겹치고 몇 년간 쌓였던 스쿼드의 불균형이 폭발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네 시즌의 영입 방향은 전부 달랐다. 필요한 상황에서의 영입은 효용을 보지 못한 과거의 영입으로 인해 좌절됐다. 대부분의 팀에게는 계획이란 게 있다. 거기에 따라 선수를 영입하고 구단을 운영한다. 울산과 전북은 최고의 선수를 골라 영입한다. 대구와 광주는 육성을 통한 지속 가능한 팀을 원했고, 우수한 외국인 옆에 붙일 유망주를 수집해 1군 주전으로 만듦으로써 중상위권 팀의 반열에 올랐다. 포항은 아예 유스 레벨에서부터 기술 축구를 중심으로 한 지도를 하며 팀의 철학을 이해하는 선수를 만들어낸다. 그게 외부 영입에도 영향을 줄 건 당연한 일이다. 계획이 있어야 성과가 난다. 매년 영입 방향이 바뀌고 매년 감독이 갈리며, 다시 말해 계획이 없는 시대가 도래하며 2016시즌 이후 서울의 팀 컬러는 아예 사라졌다. 그나마 육성 쪽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FOS도 한때는 구단 재정에 영향이 갈 정도로 확대했다가 매각 수준으로 축소해버렸다. 이런 식이면 내년에 이 팀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잔류를 확정지어도 마찬가지다. 살아남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찌어찌 살아남아도 너무 자주 바뀌는, 아니 애초에 없는 방향에 절여진 구단이 다시 결정을 잘못 하면 위기는 또 올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GcxLARBerQ

2018시즌 잔류가 확정된 뒤엔 바닥까지 갔어도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이 지경까지 왔으면 정신 차리고 노력하겠지. 계획을 수립해 똑바로 팀을 다지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 말이다. 이번엔 그게 없다. 잔류는 운이 좋다면 할 수도 있다. 인천이 부상과 패배로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성남은 서울급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헤롱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잔류를 한다고 치자. 다음은? 다음이 있어야 희망을 가지든 지켜보든 할 텐데, 이 팀에 그게 없다는 건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증명돼왔다. 하다못해 3위를 한 지난 시즌에도 0입으로 터진 잡음은 심각했으니까. 과연 이번 위기를 넘긴다 해서 이 팀이 영광스럽던 시절로 돌아갈 출발선에 설 수 있을까? 일단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절대 아니다.


언제까지 지켜보는 이들에게 고통만을 줄 건가

"강등은 끝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타 커뮤니티의 경남 팬이 썼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글의 일부다. 맞는 말이다. K리그2에서도 22명의 선수가 그라운드를 돌아다니고, 프로 팀들과 맞붙으며 유니폼엔 K리그 패치를 붙일 수 있다. 우승하면 상패도 준다. 그리고 사례가 거의 없지만 2부에서 기틀을 잘 잡으면 더 단단하게 방향을 잡고 갈 수도 있다.(올해 제주가 올라온다면 그런 사례가 하나 만들어질 것 같다) 그걸 알기 때문인지 일부 하위권 팀 팬들은 차라리 강등을 당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살아남아 봐야 윗선이 개혁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내려가서 싹 고쳐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서울에게 그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제주는 강등과 함께 고인물로 지목됐던 직원들이 제대로 바뀌었다. 승격에 일가견이 있는 남기일 감독을 데려오며 초장에 돌아간다는 각오를 다졌고, 기존 핵심 전력은 거의 지켜냈으며 강등팀이 맞나 싶을 정도의 전폭적인 보강으로 K리그2 1위를 마크하고 있다. 5년만에 승격한 부산도 이를 악물고 주전급을 지켰고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시니 사장과 감독을 전부 교체했다. 이후 승격 경험이 있는 감독을 데려오고서야 간신히 돌아왔다. 차라리 내려가자는 사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인천도 강등당하면 고위층 내부에서의 싸움이 중단되거나 한 파벌이 숙청되는 그림이라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그런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이 강등당하면 어떻게 될까? 제주는 고사하고 부산 발끝 따라가는 것도 벅찰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바가 그렇기 때문이다. 기조는 1년이 멀다 하고 바뀌고 프런트는 선수단과 팬에게 망신을 주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며, 장기계획은 보이지도 않고 최하위권에 처박히기 직전인 선수들마저 생존보다 자신을 앞세우는 팀이 2부리그에 간다고 뭐가 달라지나? 모르긴 몰라도 서울이 만에 하나 K리그2에 간다면, 그건 대구나 광주 혹은 제주처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막장 중의 막장인 프런트와 성적부진 내지는 논란으로 무너진 감독이 즐비했던 하나금융그룹 인수 이전의 대전처럼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마지막 환호, 마지막 트로피, 마지막 역사.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어차피 다 허송세월이었지만.

경쟁 팀의 승점 삭감이라는 생각도 못 한 변수까지 작용하며 지켜졌던 짝수 해마다 우승한다는 징크스는 승강 플레이오프와 무감독 시즌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생각해보면 2016년 이후 모든 시즌이 고통이었다. 떠난 레전드가 몇 명이고, 버려진 명예가 얼마며 지금의 만신창이가 된 모습은 대체 뭔가. 그나마 준우승 다음 시즌에 강등을 겪은 18-19 경남이 있어 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추락폭이라는 조롱은 피했지만 수장도 없이 시즌을 견디는 현재만으로도 충분히 놀림거리다. 많이 참아왔다. 이런 경기가 계속되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걸 선수들이라고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운영되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걸 사무국이 아직도 모른다면 그건 프로구단 프런트가 아니라 금치산자 집단의 판단력일 것이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잔류한 후, 많은 것들을 고쳐야만 한다. 팀을 끌고 갈 생각 자체가 없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 사단이 나도 뒤를 지키는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영원히 고통받는 사람들로 만들어버릴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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