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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SEOUL, Fc Story] 당신의 첫 유니폼은 어떤 선수였나요?

MasterKI title: 뗑컨MasterKI 68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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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cseoulite.me/free/2950991 복사

시즌 중이지만 A매치를 가장한 KFA 청백전 주간으로 잠시 비어버린 이번 주, 막장 성적에 더 막장인 운영으로 지쳐버린 우리. 쉴 시간이 찾아온 만큼 이번 기회에 서울 팬으로서의 추억여행을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FC서울에서 우리가 쌓아올린 이야기 때문에 이 바닥만 골라서 보여주는 Fc를 계속 지키는 거겠죠.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FC SEOUL, Fc Story 출발합니다.


2016년은 서울 팬들에게 참 좋은 시절이었다. 트로피만을 호시절로 보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자면 마지막 좋은 시절이기도 했다. 하필 고3이던 그 해 입문해서 38라운드 전주대첩을 중계로도 못 본 나만 빼고. 2017년, 다행히 대학은 갔지만 경기장은 멀었고 대학 신문사 일을 시작하는 바람에 이동도 자유롭지 못했다. 덕분에 나는 첫 직관을 대학생이 됐는데도 하반기까지 미룰 수밖에 없었다. 신문 편집 회의를 하면서 FA컵 안양전을 몰폰으로 힐끔힐끔 볼 때의 서러움이란... 입시를 탈출한 후 나의 가장 큰 갈증은 연애나 술 따위가 아니었다. 가본 적도 없던 경기장에 대한 그리움, 좋아하는 팀의 구장에 처음 가는 설렘과 행복이 그렇게 고팠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첫 학기는 끝났고 자연스레 기자 일도 다음 학기 개강 전까지 미뤄지면서 드디어 상암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됐다. 2017년 7월 2일이었다.

-2017년 7월 2일, 만난 적도 없었지만 미치도록 상암을 그리워했던 나는 결국 서울과 조우했다.

마침 전날에 학교 신문편집국에서 수고했다고 주는 장학금이 들어왔고(시켜먹는 일에 비하면 정말 쥐털만큼도 못 받았지만), 나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체육대회 반티로밖에 사본 적이 없는 유니폼을 사는 것. 한 번도 못 사본 선수용 유니폼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팬파크에 가면 당연히 명단에 포함되는 선수들 마킹키트는 다 있는 줄 알았다.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규로 선수 마킹지 있나요?"

"몇 번이에요? (88번이요) 아... 이규로 선수는 없는데요."

숫자 8을 좋아하고 학교 체육대회 때 오른쪽 수비수로 나온 적이 많아서 사고 싶던 마킹지는 마킹센터에 애초에 없었다. 마침 이명주의 입단식과 데뷔전이 있던 날이었으니 뒤에는 마킹 줄이 제법 있었고 결정이 빨라야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떠오르는 게 주장밖에 없어서 결정된 나의 첫 유니폼은,

이런 모습으로 내 손에 들어왔다. FC서울 축구를 보게 되고 산 첫 번째 선수 유니폼이었다. (그 전에 럭키금성 유니폼을 하나 사긴 했다. 마킹지가 진작 품절돼서 노마킹으로 살 수밖에 없었지만) 스티커 좀 붙은 반팔티 주제에 어지간한 아우터보다 비싼 유니폼을 살 정도의 헤비한 팬이 되면 생겨나는 법칙이 있다. 일단 마킹을 하고 나면 그 선수가 부진해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 10만원이 넘는 유니폼을 살 때 등판에 붙이겠다고 말을 했으면 내가 결정한 내 선수나 마찬가지인데 게임 좀 못한다고 욕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곽태휘는 그 해 초반부터 나이와 느린 발, 그로 인해 불안한 수비력 때문에 욕을 듣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3faNukG2w

-2017년은 당연하고 지금도 아직 마흔이 안 됐는데 틀딱은 좀 너무한 소리 아닌가?

어찌됐건 국가대표와 FC서울을 가리지 않고 욕을 들어먹던 곽태휘는 북니폼을 지른 이상 내겐 최고의 선수였다. 2016년 산둥과의 경기에서 자기보다 6cm가 더 큰 그라치아노 펠레를 기가 막히게 차단하던 것부터 좋은 킥력으로 중원에서 안 풀릴 때 경기를 조율하는 모습까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서울 수비수 중 꽤 괜찮은 선수기도 했다. 주장의 유니폼을 입고 입장한 첫 경기에서 본 건 전북전 마지막 승리였다. 여러 모로 좋은 기억이 많아지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곽태휘가 오래 팀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런 소망은 그때쯤 어떤 소원을 가졌다가 막장일로를 보이는 팀 때문에 좌절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켜지지 못했다.


-이 말을 했던 사람의 소망도, 그의 팬들이 가졌던 소망도 전부 처참히 깨졌겠지. 누군지는 말 안 할래

박주영의 극장골로 첫 직관을 마무리하고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 팀이 잘 굴러가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때도 이미 순위가 처졌고 몇몇 에이스급 선수는 팀을 떠났으며 뭘 하고 싶은지 파악하기 힘든 경기를 자주 보여줬지만, 감독과 프런트가 썩을 대로 썩어있다는 사실까진 파악할 수 없었다. 17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정도를 추측할 수 있는 틈은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대로 그 해 12월 31일 터진 이적설은 내부에서 말도 안 되는 개악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드러냈고 그를 시작으로 2년 전 우승했던 팀은 그랬다곤 아무도 믿지 않을 수준의 모습만을 보이며 추락을 거듭했다. 경기에 뛸 때마다 실점을 거듭하던 곽태휘도 그 쇠락 속에 있었다. 내 생애 첫 원정으로 떠났던 강원 원정에서 골을 넣는 모습도 보여줬지만(여담이지만 이때 참석했던 사람들은 쏟아지던 비와 춘천의 빌어먹을 육상트랙 때문에 득점 장면이 잘 안 보여서 안델손 콜을 했다가 인터넷으로 누가 득점했는지를 보고서야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양한빈은 안델손이라는 석 자를 듣자 뒤로 돌아 손사래를 치며 누군지 알려주려고 노력했지만...), 한숨짓게 만드는 장면이 더 많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시즌 초반에는 자주 나왔지만 감독대행 체제로 개편된 후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최용수 감독이 오자 김동우-김원균-이웅희로 수비진이 재편됐다. 그의 자리는 없었다. 더구나 최소한 스플릿 B의 중턱 정도에서 시즌을 마쳐야 했던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산으로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기회도 오지 않았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마지막, 유니폼까지 갈아입었는데도 사이드라인 안을 밟지 못하고 쓸쓸히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을 정신없는 직관이 끝나고 하이라이트로 확인했을 때 곽태휘와의 이별을 직감했다. 기간이 1년 남은 임대생 윤석영도, 역대 최고 수준의 단기 임팩트를 남긴 신진호도, 그때까지만 해도 군복무와 반 년 임대를 제외하면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던 김동우도 그 해를 끝으로 팀을 나가야 했다. 곽태휘가 더 이상 서울 유니폼을 입지 않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결정에 의문이나 이의는 없지만 아쉽기는 진하게 아쉬웠다. 최근 몇 년간 유독 그런 선수가 많지만 첫 번째 유니폼으로 절대 잊지 못할 선수가 그렇게 나간 건 더 마음이 아팠다.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입고 있던 유니폼도 곽태휘의 유니폼이었다. 김동우를 마킹했다면 저게 예언이 됐으려나?

어떤 팀을 좋아한다는 일은 선수가 그 팀을 떠나는 게 곧 나와의 이별이 되는 일이고, 그걸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일이다. 원래 잘 몰랐지만 곽태휘의 이적을 통해 깨닫게 됐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많은 처음들을 겪게 해준 선수가 내게는 곽태휘다. 나도 그렇지만 꽤 많은 서울 팬들이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는 2000년대부터 서울 축구를 봤던 팬들과 2010년대 이후 입문한 팬들 모두의 기억에 자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기도 하다. 나야 2010년대 중반이 돼서야 보기 시작했으니 그 전의 모습은 잘 모르지만, 자신의 뜻과 거리가 먼 전남 이적 이후에도 서울 팬들에게 웃으며 인사해줬던 선수다. 중동에서 독일 진출을 알아보다가 서울이 부르니 돌아온 선수고, 2017년 직전엔 중국 두 팀의 오퍼를 거절하고 서울에 남은 선수기도 하다. 마지막이 많이 아쉬웠지만 우리를 많이 좋아해준 선수였다. 서울 팬들을 많이 좋아하던 선수기도 하다. 2017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 하이파이브 행사가 있었을 때, 패딩을 벗어가며 당신 마킹했다고 등판을 가리키자 정말 환하게 웃어줬던 기억이 난다. 두 번이나 아쉽게 헤어진 게 나쁜 기억으로 자리하지만 않길 빈다. 대신 좋아하는 팀에서 좋게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다음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푼다는 생각으로, 언젠가는 벤치로 돌아와주길 바라고 있다. 그 때쯤 되면 트레이드 상대였던 사람이 수석코치를 맡을 수도 있겠지.


-트레이드 카드였던 두 센터백의 유니폼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한 명을 온 후 전설이 됐고, 다른 한 명은 간 후 9년이 지나 돌아와 팀의 현재까지 마지막 우승을 함께했다. 김진규가 왔을 땐 곽태휘가 갔고, 곽태휘가 돌아오니 김진규가 없었다. 그나마 김진규의 은퇴식이 있던 경기에 곽태휘가 선발 출전한 거 말곤 둘의 인연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 다음 번이 있다면 아마 지도자일 텐데 그때는 같은 벤치에서 보고 싶다.


처음에도 궁금했지만, 이쯤 쓰니 더 궁금해진다. 당신의 첫 번째 유니폼 혹은 각별한 유니폼에는 누가 새겨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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