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 인천 팬입니다.
먼저 오직 FC서울 팬들을 위한 커뮤니티인 서울라이트에 타팀 팬인 제가 글을 남기는 데 있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김남춘 선수, 언제나 인천을 상대로 할때면 단단한 철벽같은 모습을 보여주어 (상대팀 팬의 입장에선) 화와 동시에 감탄을 이끌어내는 선수였습니다. 인천을 상대로 골도 한 번, 두 번이었나...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주 재치있게요. 원래였으면 지난 슈퍼매치 당시의 부상으로 인해 내일 매치에선 아쉽게도 볼 수 없었겠지만, FC서울을 위해 불태운 투지와 헌신적인 플레이는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내일 경기,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가볍게 여겨졌습니다. 인천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중요한 매치였지만, 비교적 마음의 짐이 덜한 FC서울의 입장에선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를 앞두고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과 신인 선수들의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나게 만든 건 고작 한 두시간 정도 뒤였습니다.
리그 경쟁팀이기에 앞서, K리그라는 장을 함께 가꾸어나가는 동지이며, 축구라는 하잘 것 없는 공놀이의 열렬한 팬으로써, 김남춘 선수의 비보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더 이상 내일의 최종전은 가벼운 경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이별을 마주하고 견뎌내야만 하는 자리가 되었지요.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의 비장감과 충돌은 팬들을 흥분시키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비장감과 슬픔이 지배할 경기가 될 것이라곤 생각치도 못했고, 결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김남춘 선수의 비보를 듣고서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제 응원팀, 인천이 아닌 FC서울의 선수들이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즐겁게 웃으며 훈련하고, 식사하고, 농담을 즐겼을 그들이 받았을 충격은 제 입장에선 결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야유도 퍼붓고, 욕도 퍼붓던 상대팀 선수들이 그 무엇보다도 걱정되었습니다. 언제나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팬들을 위해 헌신했던 김남춘 선수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을 FC서울 팬 여러분들의 슬픔 또한 제가 감히 헤아릴 수 없을만큼 깊을 것입니다.
내일 경기, 코로나로 인해 원정팬들의 출입이 훨씬 제한된 상황에서도 저는 기어코 2020시즌의 인천의 운명을 보고자 상암의 티켓을 끊었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가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고, 티켓을 취소할 생각까지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남춘 선수의 비보를 듣고 '가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접어두었습니다. 비록 김남춘 선수는 내가 사랑하는 선수가 아니었고, 내가 사랑하는 팀의 선수 또한 아니었으나, 마땅히 그의 마지막 길이 조금이라도 외롭지 않게끔 지켜주는 것이 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써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팀의 선수, 내가 사랑하는 선수가 우리 곁을 떠나더라도 여러분들께서 저와 마찬가지로, 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한 스포츠의 팬으로써 그의 가는 길을 지켜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서울을 사랑했고, 서울이 사랑했던, 따스한 봄처럼 포근한 미소가 아름다웠던 청년, 김남춘 선수.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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