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_ 전술분석] 서울의 제로톱 전술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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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몇 년만의 4연승에 너무 신나는 주말을 보내고 있네요.
더 좋은 건, 보통 일요일 경기가 많아서 경기 끝나면 집가서 자고 다음날 출근하기 바빴는데
금요일 경기이다 보니 경기가 끝나고 나도 주말이 이틀이나 더 있다는게 정말 크네요.
어릴 때 개콘이 끝나면 주말이 끝나던 느낌이, 개콘을 했는데 2일을 더쉬는 마치 명절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FC서울은 요즘 리그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전술이 있죠.
모 해설위원이 이야기 했던 '더블 제로톱' 전술이랄까요.
K리그에서는 보통 타겟 스트라이커를 원톱에 놓는 전술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와는 다르게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나 2선에서 활동하는 선수 두명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전술로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입니다.
보통 강성진 - 린가드로 대표되고 있는 이 라인업은 활동량이 떨어지는 원톱 정통 스트라이커 대신
활동량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선수들로 전방에서부터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수비-공격을 모두 가져가는 장점이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부상으로 갈려나간 3선을 메꾸는데 최준 시프트를 활용한 것도 서울의 주요 전술적 포인트입니다.
최근까지는 이러한 전술적 변화와 함께 '이기는 힘, 버티는 힘'을 키운 서울이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새롭게 시도한 전술의 약빨이 거의 다 되어간다는 점입니다.
흔히 식당이 오픈하면 오픈빨이라는 게 있죠. 서울도 예전에 이러한 전술효과를 톡톡히 봤던 적이 있죠
21 익수서울의 하스왕.. 정말 오차없는 오프사이드라인 + 높은 라인에서부터
전방압박과 풀백-메짤라-윙어의 삼각 로테이션을 활용한 하프 스페이스 차지
새로운 전술로 리그를 호령했던 것은 6경기 정도였습니다.
저는 새로운 전술의 유효기간이라고 생각해요. 6~8경기?
K리그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많이 필요한 리그이기 때문에 어떤 전술 트렌드가 새롭게 나오면
그걸 대응하는 천적전술도 한 라운드 로빈이 돌기 전에 나온다고 느끼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서울의 지금 더블 제로톱 전술의 파훼법이 거의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또 한 번의 점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서울의 전술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제주전 전반전을 가지고 설명 드릴게요)
★ 미리보는 결론: 제주는 전방압박으로 부정확한 롱킥을 유도한다
1. (김주성 - 강상우 라인이 아니라), 왼발잡이 오른쪽 센터백 야잔이 빌드업하게 하자
서울의 골킥 상황입니다. 제주는 앞쪽에서부터 짧은 패스에 대한 즉각적인 압박을 위해 많은 선수들이 전방으로 올라옵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이런 압박이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가, 상대가 높게 붙어버리면 롱킥을 차고 공중볼 경합한 후 세컨볼을 가지고 바로 공격을 나가면
상대 입장에서는 넓은 공간을 적은 인원으로 수비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거든요.
하지만, 서울의 투톱은 헤딩 하면 머리가 망가지는 린가드와 178cm 윙어 출신 강성진입니다. 헤더에 대해 크게 부담이 없죠.
그리고 그마저도 190cm의 좋은 피지컬을 가진 이탈로는 전방압박에 참여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내려서서 후방에서 롱킥을 대비합니다.
결국 이장면은 제주가 소유권을 가져오게 됩니다.
골킥 상황이 아니라 후방에서 빌드업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경우에는 조금 더 재밌는 지점이 있는데요. 제주는 서울이 왼쪽으로 공격전개하는 것을 막고, 오른쪽으로 전개하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볼이 김주성 → 강상우에게로 흐르자 제주 17번 선수는 강상우 선수의 앞쪽 공간을 본인의 수비커버 범위에 두도록 수비방향을 설정하고 오히려 다시 김주성 선수 쪽으로 향하는 패스 각을 열어둡니다. 왜 그럴까요?
제주는 서울이 오른쪽에서 공격을 전개했으면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서울의 오른쪽 센터백은 야잔입니다. 야잔은 왼발잡이죠.
다른 장면을 하나 보겠습니다.
다시 사이드각이 막혀 강상우 → 이승모에게로 공이 왔고, 한 명씩 마크맨이 붙은 상황에서 공은 야잔에게로 전해집니다.
야잔에게 볼이 가자, 왼발 패스가 나올 수 있는 윤종규 쪽으로 상대 윙백이 붙어주며 야잔의 패스 전에 길을 잡고,
야잔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롱패스 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왼발각이 아닌 오른발각)
결국 이 롱패스는 부정확하게 날아가 사이드라인 아웃으로 다시 상대가 소유권을 가지게 됩니다.
2. (이승모는 패스길을 잡고), 최준을 강하게 바디체크하자
어쩌면 상대는 이것을 가장 많이 노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전문 미드필더가 아닌 최준은 사실 볼을 예쁘게 차서 중앙 미드필더를 서고 있다기보다 많이 뛰는 팀의 에너자이저이기 때문에 수비상황에서의 이점을 위해 중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빌드업 상황에서 볼을 받아줘야 하겠죠상대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합니다.
최준에게 볼이 가면 보통 상대가 수비라인을 잡아놓고 패스길을 막는 수비를 하는 것과 다르게 팔로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타이트하게 압박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문제는, 최준이 이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소유권을 잃는 장면이 이 경기에서도 몇 차례 나오고, 이 전에도 나왔다는 것이죠.
상처가 공개가 되는 순간, 상대는 그 상처만 집중 공략하게 됩니다.
역시나 왼쪽의 공간을 죽여놓은 상태에서 우리가 오른쪽에서 빌드업을 하게 만들고, 최준에게 공이 가는 순간 강한 압박을 시도합니다.
결국 공을 뺏긴 이 장면은 순식간에 3:2 수적열세 상황에 놓이게 되고, 물론 야잔의 개인능력으로 위기를 버틸 수 있었지만, 아찔한 장면이었습니다.
똑같은 장면이 나오는 시퀀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역시나 왼쪽에서 압박을 통해 왼쪽 전개각을 막아놓고 오른쪽으로 유도하는 제주입니다. 패스가 최준에게 들어가는 순간, 바로 공을 끊어내는 지점이 됩니다. 결국 이 장면도 매우 위험한 찬스를 주게 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상대가 파악한 서울의 틈은
-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는 최전방(공중볼 경합 어려움)
- 야잔의 오른쪽 센터백 자리(오른발 빌드업 어려움)
- 최준의 탈압박 능력(압박에 대처가 어려움)
이 세 가지이고, 이를 통해 도달한 결론이 '서울의 왼쪽 빌드업 길을 차단하고 우측으로 빌드업을 유도하는 전방압박과, 그 압박 강도가 100%에 이르는 지점이 최준이 볼을 잡아주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왼쪽에서 이승모가 볼을 잡앗을 때가 오히려 상대에겐 최고 땡큐 입장이 될지도)
다만, 이 경기에서 서울은 상대가 준비할 수 없는 가장 큰 변수가 있었는데요. 바로 데이터가 별로 없던 소문만 무성한 '최소 세징야 루카스 실바'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차이를 만들어낸 지점, 크랙이 루카스 실바였던 거죠.
서울은 공중볼 경합이 쉽지 않은 현상황을 타개하고자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일류첸코를 투입하지만, 이날 일류는 상대 4번에게 꽁꽁 묶입니다..
다만, 이렇게 상대들이 서울 공략법에 대해 감을 잡아가는 동안 우리도 다른 변수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전술은 파악이 됐고 선수 한 명에 대한 대응 방법은 전술 대응법보다 준비기간이 더 짧게 필요할 거니까요.
결론은 얼른 가을이 와서 3선 선수들이 돌아오고, 호날두가 가을에 아주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줘서 다시 한 번 또다른 변수가 되어주길 바래야 하는데요. 이런 전술싸움들을 보면서 경기를 보시면 더 재밌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오늘 글을 준비해봤습니다.
더 재미난 직관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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