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정말 결정력 있는 확실한 외인톱을 살 수 있는게 아니라면 지금 상황도 괜찮다고 본다 (부제 : 나믿햄믿)
1. 결정력 있는 2선 자원들의 존재
우리가 이번에 데려온 팔로세비치, 나상호, 박정빈은 모두 다 기본적인 득점력을 갖춘 자원들이다. 물론 박정빈은 K리그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외국에서 뛰던 한국선수가 한국 들어와서 망하는 경우는 많이 못봤다. 하물며 스웨덴에서 10경기 1골따리였던 문선민도 터졌는데, 나상호, 팔로세비치와 같이 뛰고 뒤에서 기성용, 오스마르의 볼을 받을 박정빈이라고 못할건 뭐냐? 나상호, 팔로세비치에 대한 설명은 줄인다. 키보드 수명이 아깝다.
2. 조영욱의 활용 가능성
조영욱은 적어도 올해까지는, 매우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80경기의 경험치를 먹었으며, 4년차 준주전 내지는 주전급인데도 아직도 U22 쿼터에 들어간다. 20년도까지의 그 빌빌거리던 Fc니까 그럴 수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 위는 물론이요, 밑으로 찾아봐도 U22 자원이 이런 기회를 얻고, 중요한 게임들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단언컨대 없다. 18년도에 라이벌이라고 얘기하던 전세진은 부상으로 1년을 날렸고, 빠른 입대를 선택한 오세훈도 포워드로만 뛰었는데도 작년 4골 넣었다.
조영욱이 기록이 여전히 아쉬움에도, 조영욱의 작년 모습은 (적어도 리그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나는 작년들어 조영욱의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에 대한 설명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내가 국내축구 커뮤니티판에서 가장 전술적으로 신뢰하는 칼럼꾼 '신객'님의 평을 덧붙인다 : https://www.fmnation.net/65927099
조영욱의 또 다른 가치는 '범용성'에 있다. 그것이 애매한 조영욱의 장점 중 하나인데, 왼쪽 윙포워드, 오른쪽 윙포워드, 2선 공격수, 최전방 스트라이커, 어느 자리에 놔도 떨어지지 않는다.
3. 신태용은 왜 조영욱을 톱에 기용했는가
'조영욱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뚝배기가 안되는데?'
물론 영욱이가 뚝배기를 잘 쓰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다. 그러나 나는 1) 신태용이 조영욱을 활용한 방법 2) 박진섭이 광주에서 보여준 축구, 이 두가지를 볼 때 조영욱을 최전방에 써도 괜찮을 것이라고 감히 예측한다.
1) 신태용은 U-20 감독 시절 조영욱을 최전방에 두는 전술을 사용했다. 조영욱의 롤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이승우와 백승호를 살려라. 두번째는, 이승우와 백승호에게 쏠리는 수비를 이용해라. 이승우와의 콤비 플레이 패턴을 짧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공격 전개 상황에서 이승우가 볼을 받으면, 조영욱은 뛴다. 이승우는 뛰는 조영욱에게 수비가 붙어서 움직이면 그 공간을 이용하거나, 좋은 자리로 침투하는 조영욱에게 볼을 준다. (사실 거의 첫번째 패턴이었다) 다른 공격 전개 상황에서, 팀원이 볼을 가지고 있으면 이승우와 조영욱이 같이 움직인다. 이때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보고 둘 중 볼을 더 잘 받을 상황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찌른다. 볼을 안 받은 나머지 선수도 계속 쇄도한다.
신태용이 조영욱을 저렇게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영욱의 움직임과 밸런스가 좋고, 2선에 득점력 있는 자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에 입단한 2선 자원들 역시 득점력이 있는 자원들이다. 조영욱과의 콤비 플레이가 이뤄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2) 박진섭이 광주에서 보여준 축구, 특히 공격 전개를 보면, 상당히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준다. 펠리페를 가지고 상당히 스피디한 전개? 펠리페 머리에 빨리 올려주는 축구인 것인가? 아니, 펠리페는 광주의 공격 전개가 느려져서 상대 수비가 다 자리를 잡은 상황이거나 상대 수비라인이 내려앉아 있을 때 머리로 박살내는 역할이고, 스피디한 전개를 할 때는 의외로 미끼가 되는 상황이 더 많다. 무슨 말이냐면, 볼을 빠르게 전개할 때는 뚝배기 외인 톱을 득점 루트로 활용하는 케이스가 예상 외로 적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박진섭식 공격전개는 1)과 맞물려서 조영욱의 활용 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 조영욱은 생각보다 수비를 잘 이용하는 선수이며, 침투에도 능한 모습은 이미 증명됐다. 수비가 팔로세비치와 나상호에게 쏠릴 것이 유력한 현 상황에, 조영욱의 움직임은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대 수비라인이 내려앉아 있을때 고공폭격을 보지 못하는 것은 옥의 티요, 슬픈 일이다. 그땐 나상호와 팔로세비치의 원거리 폭격과 교체 투입 카드로 '체력안배된 주멘'을 믿어보자. 주멘도 좀 뛰셔야지.
4. 결론
물론 뚝배기 외인 톱이 있으면 좋다. 그러나 가성비를 긁어야 하는 현 상황에 '데려왔더니 마티치'라면 차라리 있는 놈 솔찬히 쓰는게 낫다. 그리고 그 '있는 놈'이 U22요, 특유의 클러치 능력으로 팀을 두번이나 지옥의 입구에서 건져낸 조영욱이라면 더더욱 솔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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